경제/금융

향후 주식시장(上)- 달라진 패러다임

bthong 2007. 5. 14. 23:46

증시 이제 3000 향해 새로운 출발

 

주가가 1500선에 진입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1600대로 올라선 것은 4년째 진행 중인 상승장이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 상승랠리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 10년 이상 지속될 '큰장'이 전개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기 급등에 따른 일시적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에서 '거품론'이 불거지고 있으며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도 부진해 단기적으론 위험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금리·호실적이 '10년 랠리' 이끈다

시장 낙관론자조차 1600선 진입까진 적잖은 시간과 진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증시는 '무혈입성'으로 불러도 될 만큼 파죽지세로 1600 고지를 정복했다.

5월 중 주가가 하락한 날은 단 하루에 불과할 정도다.

지금처럼 10주 연속 주가가 오른 것도 국내 증시 역사에 몇 안 되는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 △기업 이익 증가 △투자자산에 대한 관심 증대 등이 맞물리며 장기 상승랠리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등 대부분 국가의 장기 금리는 4% 초반으로 낮은 반면 주식 투자 기대수익률은 연 7~8%에 달해 각국 증시로 돈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주식은 위험도가 큰 투자 대상이지만 탄탄한 기업 실적이 이를 상당부분 상쇄해주고 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는 "웬만한 악재는 하루이틀에 마무리하는 뚝심을 발휘하는 배경에는 수익 증대에 따른 주식 가치의 본질적인 상승이라는 매력이 자리잡고 있다"며 "우리 증시는 10년 이상 지속될 대세상승장에서 이제 4년 정도를 보냈다"고 밝혔다.

신성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9년에는 기업의 이익 규모가 2006년에 비해 4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리 증시가 달성세계 증시에 비해 25%가량 저평가돼있는 점을 감안하면 2009년에는 3000 달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바뀌는 시장 패러다임

사상 최고 행진을 한꺼풀 벗겨보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투자시대의 개막'과 '세계 경제의 다극화'가 변화의 핵심이다.

급증하고 있는 한국 관련 4대 해외펀드로의 자금유입액은 글로벌 자금의 투자자산 선호도를 잘 보여준다.

한국 주식을 비롯해 해외 증시에 투자하기 위해 4대 펀드로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2003년 115억달러,2004년 178억달러,2005년 299억달러,2006년 518억달러로 급증세다.

지난 2년 동안 한국 기업의 이익이 감소해 우리 증시에서는 외국인이 대량 매도를 보였지만 글로벌 자금이 투자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또 미국 경제의 부진을 이겨내고 각국 증시가 최고치 행진을 벌이는 데는 유럽과 아시아의 부상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 상장사들의 2005년 영업이익은 1조1260억달러로 1조980억달러에 그친 미국 기업을 사상 처음으로 앞섰다.

세계 상장사 중 유럽 기업이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2000년 30.6%에서 2005년 37.0%로 6%포인트 높아졌지만 미국 기업은 44.0%에 달했던 점유율이 36.1%로 8%포인트 줄었다.

아시아 기업의 점유율도 2000년 16.9%에서 2005년 18.2%로 높아졌다.

장 대표는 "유럽 아시아 등의 부상은 세계 무역과 물동량 급증을 불러오고 있으며 이는 해운 경기 호조로 이어져 관련주인 조선 해운 철강 등의 주가를 급등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우리 증시 신기록은 대부분 정보기술(IT)주가 원동력이었지만 1600 시대를 연 주인공은 조선 철강 기계 등인 점은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번 상승장의 대표 주자로 1분기 '깜짝 실적'을 낸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 들어서만 150% 정도 주가가 급등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