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5.29 22:58
- “여보, 우리 은퇴하고 어떤 집에 살까?”
이젠 노년에도 아파트만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 최근 들어 노후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주택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복잡한 도시생활이 싫다면 맑은 공기가 가득한 전원주택이 안성맞춤이다. ‘오팔족’(OPAL·Old People with Active Life), 즉 활기찬 삶을 즐기는 노인이라면 도심형 ‘실버 레지던스’를 눈여겨 볼 만하다. 전원주택과 실버 레지던스의 장점을 합쳐놓은 타운하우스(town house)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림 같은 집’, 전원(田園)에 살리라
“80kg까지 나갔던 몸무게가 72kg으로 줄었고, 시력도 1.0에서 2.0으로 높아져 20대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강원도 강릉 왕산골에 운치있는 한옥을 짓고 사는 권우태(57)씨. 그는 5년 전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일어나 땔감 하러 산에 올라가고, 장작 패는 일이 전부지만, 전원 생활 자체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 같다”고 권씨는 말한다. 2000평쯤 되는 텃밭에서 가꾸는 콩으로 메주를 쑤고, 청국장과 된장을 만들어 집을 찾는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하지만, 권씨는 전원생활도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말한다. “우선 부인을 설득시켜야 해요. 부인을 설득시키지 못해 2~3년 만에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아요.”
경치 좋고, 물 좋다고 산골로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도 금물이다.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는 “도시의 집도 팔고, 돈도 다 찾아서 전원 생활에 올인(all in)하면 백전백패한다”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동산이나 부동산의 절반쯤만 갖고 전원생활에 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도시 떠나기 싫다면 실버주택
실버주택은 통상 생활편익시설과 문화·의료시설 등을 갖추고, 주거비용을 입주자가 부담하는 유료 노인 복지주택을 말한다. 일본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노인이라면 누구나 고급 실버 주택에 들어가기를 원할 만큼 활성화돼 있다. 일본의 대표적 실버주택 브랜드인 선시티(sun city)는 도쿄, 요코하마 등 대도시 주변에만 1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 국내에도 삼성생명, 송도병원 등이 서울, 수원, 분당 등에서 실버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고급 시설로 알려진 수원 노블카운티는 임대보증금만 최소 3억원, 한달 생활비와 관리비가 300만~400만원 선이지만, 수준 높은 서비스로 인기가 높다.
최근 나오는 실버주택 중엔 호텔 뺨치는 고급 시설과 다양한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물리치료실, 찜질방, 갤러리, DVD룸 등을 갖추고, 병원과 연계해 24시간 진료도 받을 수 있다.
실버주택은 가구별 등기 분양이 가능하고, 분양권도 입주하면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다만, 배우자 중 1명이 60세 이상이어야 입주할 수 있다. 입주 후 관리비와 생활비 부담은 적지 않다. 30~40평형대 기준으로 200만원 안팎이 들어간다.
아파트+단독주택, 타운하우스도 관심
미국, 유럽 등 서구(西歐)에서 보편화된 주택 단지인 타운하우스가 국내에도 본격 상륙하면서 노후 대비 주택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타운하우스는 단독주택이나 2~3층짜리 다세대주택이 하나의 출입구를 공유하면서 20~30채씩 묶여져 있는 주거 형태를 뜻한다. 특히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장점을 결합시킨 ‘퓨전’(fusion) 스타일이란 것이 특징이다. 우선, 단독주택의 장점인 프라이버시(사생활) 침해나 세대간 소음 문제가 없다. 개별 정원과 주차공간이 충분하고, 세대 내부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꾸밀 수 있다. 여기에 아파트의 장점인 보안·환금·편의성이 가미된다. 일반적으로 공동 경비 시스템과 중앙광장, 공원,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선다. 그러나, 타운하우스는 분양가가 다소 비싸 평당 1000만~2000만원대에 달한다. 대부분 50평대 이상이 많고, 내부 마감재도 최상급을 쓰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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