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6.0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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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멋있지만 넌 불쌍한 늙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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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UCC(사용자제작 콘텐트) 전문 웹사이트에서 인기인 ‘게이츠 대(對) 잡스’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쥐어박는다. 서로 약올리며 싸우던 두 사람은 광선검 대결을 벌인다. 그때 1980년대 구형 컴퓨터 ‘코모도어 64’가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다. 코모도어는 “너희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세상을 뜬다. 게이츠와 잡스는 화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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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생 동갑내기 게이츠와 잡스는 PC(개인용 컴퓨터)라는 말이 처음 나왔던 30년 전부터 싸웠다. 1975년 게이츠가 MS를, 1976년 잡스가 애플을 창업한 뒤 한 사람의 성공은 다른 사람의 실패를 의미했다. 1984년 잡스가 매킨토시 컴퓨터로 승승장구할 때 게이츠는 위기였다. 게이츠가 MS ‘윈도95’로 반격에 성공하자 잡스는 아이디어를 도둑맞았다고 펄펄 뛰었다. 잡스는 MP3 플레이어‘아이팟(IPod)’으로 재기했고 이번엔 게이츠가 ‘준(Zune)’이라는 MP3로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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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가도를 순조롭게 달려온 게이츠는 모범생 타입, 실직에서 암 투병까지 굴곡 많은 잡스는 풍운아형이다. 전하는 메시지도 다르다. 게이츠는 “공부밖에 모르는 바보에게 잘 보여라. 사회에선 그 바보 밑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고 했다. 잡스는 “대학 중퇴는 스스로 채찍질하는 법을, 암은 매 순간을 아껴 사는 법을 가르쳐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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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앉기도 꺼리던 두 거물이 엊그제 14년 만에 처음으로 같은 무대에 섰다. 캘리포니아의 한 콘퍼런스에서 90분 동안 디지털의 미래를 토론했다. 언론은 팝 듀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재결합 콘서트 이후 가장 멋진 두 남자의 만남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가시 돋친 설전을 기대했지만 쏟아진 건 찬사였다. “잡스가 일하는 방식이 매혹적이다” “게이츠가 다른 IT 회사들과 협력하는 능력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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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계속 화목할 거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온라인 음악부터 운영체제까지 앞으로도 경쟁할 분야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이 벌인 그 치열한 싸움 덕에 우리는 PC와 맥컴퓨터는 물론, 보다 풍성한 디지털문화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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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포기하고 낙오했다면 다른 한 사람도 오늘의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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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죽기살기로 경쟁하면서도 영감을 주고받으며 함께 발전하는 ‘창조적 라이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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