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성균관대 MBA(SKK GSB) 졸업 예정인 홍 모씨(32)는 최근 SK텔레콤, MTV 그리고 삼성전자 등 3개사에서 취업 제의를 받았다.
고민 끝에 홍씨는 삼성전자 전 세계 LCD 상품전략 부서를 택했다 . 한 외국계 전자회사에 다니던 홍씨는 보다 글로벌화된 분야로 바꾸고 싶어 MBA를 택한 뒤 스스로 몸값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 홍씨와 함께 졸업하는 학생들도 이미 대부분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 취업한 상태다.
8월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서울대 MBA에는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기업 관계자들이 찾아온다.
인사 담당자들이 학생 `레쥬메북(이력사항 모음집)`을 보고 "이 사람을 우리 회사에 달라"며 지난 3월부터 `러브콜`이 쇄도하면서 거의 매일 취업 인터뷰가 열린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상을 뛰어넘는 기업 반응에 대학 측에서도 깜짝 놀랐다"며 "현재까지 절반 이상 학생이 갈 기업을 정했으며 나머지도 기업들을 두고 고르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여름 학기 졸업을 앞둔 국내 MBA 인기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 3~4곳 기업과 금융계에서 취업 인터뷰가 쇄도하고,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취업 제의를 받고 행복한 고민에 빠진 학생도 많다.
◆ 성공적인 재취업 사례 속속 나와
= 오는 8월 첫 졸업생을 내는 고려대 글로벌ㆍ금융MBA 졸업생들 가운데에는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UBS 등 글로벌 금융기관의 해외법인에 인턴으로 입사한 학생들이 나왔다 . 하버드대 예일 등 미국 MBA 졸업생들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곳에 입사한 것이다.
올해 8월 42명의 2기 졸업생을 배출하는 성균관대 SKK GSB에 자비로 입사해 졸업한 학생은 모두 8명. 이 가운데 5명은 삼성 주요 계열사에 입사가 확정됐고, 나머지 학생들도 곧 입사를 결정한다 . 김 모씨(25)는 SKK GSB 재학중 마지막 학기를 켈로그(노스웨스턴 경영대학원)에서 보내던 중 CJ 미주법인(CJ아메리카)에 현지 채용됐다.
내년 2월 128명이 졸업하는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은 지난 4월부터 기업들의 취업 제의를 받기 시작했다 . 여름쯤이면 모두 취업자리가 정해질 전망이다 . 김현주 카이스트 경영대학 MBA 디렉터 교수는 "예년 같으면 기업체 문의가 여름이나 돼야 왔는데 최근에는 2~3월 개강때부터 경력개발센터에 취업 인터뷰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국외 MBA 말고는 거들떠보지 않던 기업들이 국내 MBA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대학들이 미국 명문대와 협력해 프로그램의 질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유필화 SKK GSB 부학장은 "전체 교수의 50%, 학생의 40%가 외국인인데다 100% 영어 강의로 진행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졸업생의 글로벌화된 경험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학 서울대 교수는 "국외 MBA를 통해 외국 경영을 배운 사람보다 한국적 스킨십 등 한국 경영을 배운 인력들이 국내 또는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계 기업들에 더 쓸모가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 교수들이 발벗고 재취업 지원
= 올 여름에 졸업하는 1기 한국형 MBA가 나름대로 재취업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2기 모집에는 기업이 아닌 개별적인 지원이 크게 늘고 있다.
막 문을 연 지난해만 해도 기업이 재교육을 목적으로 보내는 것이 주를 이뤘지만 이젠 기존 직장을 그만 두고 더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MBA 문을 두드리는 일반인이 늘었다.
국내 MBA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 현재 MBA 재학생 대부분은 기업에서 재교육을 목적으로 보낸 경우다 . 미국 유학 가듯이 자비를 털어 재취업을 목적으로, 또는 기존 직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찾는 일은 여전히 드물다 . 이들의 재취업은 사실 담당 교수들의 역량에 달린 경우가 많다 . 교수들이 인맥을 동원해 좋은 일자리를 알아봐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미국처럼 MBA 졸업생을 데려가기 위한 `잡마켓(일자리 시장)`이 이른 시일에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올해 신입생 모집에는 기업이 아닌 직장인이 자발적으로 신청하고 외국인 학생도 늘고 있다"며 "재취업을 위해 MBA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늘고 이들을 데려가기 위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잡마켓이 생겨야 한국형 MBA 정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형규 기자 / 박준모 기자 / 이소아 기자] 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