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펀드 좋은 줄 모르나. 문제는 앞으로 어떤 펀드가 좋으냐는 거지."
주가 대세를 점치는 입사 5년차 중소기업 사원인 신호남 씨(32)는 재테크 고민에 볼이 부었다.
종합주가지수는 불붙은 듯 치솟는데 홀로 남겨진 기분이다.
앞서간 이들을 쫓아가려고 하는데 지름길은 보이지 않는다.
많이 오른 조선ㆍ기계 업종, 주가가 바닥까지 간 ITㆍ자동차 관련주, 주가수익비율(PER)이 9~10배가량인 저평가 중소형주,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뚜렷한 답이 없다.
펀드로 눈을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대형 IT주를 많이 담는 `곰` 타입의 펀드, 성장 모멘텀을 쫓아서 빠르게 종목을 교체하는 `표범` 같은 펀드, 아니면 아예 시장에서 소외받는 종목을 주워 담는 `하이에나`형 펀드 등 제각각이다.
어떤 펀드에 가입해야 하나.
요즘 같은 상승장에서는 아예 다 주워 담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로 증권사 펀드 애널리스트들은 "어떤 업종이 오르느냐를 맞추려 하기보다 맘 편하게 분산투자하라"고 조언하는 게 대부분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담당 연구원은 "장세를 예측하기보다 자유적립식 방식으로 가입한 뒤 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은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의 도움을 받아 연초 이후 성과가 좋은 주식형 펀드 3개를 골라 1000만원씩 분산투자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봤다.
대상은 주가 상승률이 높은 종목에 집중 투자해서 상승장에서 힘을 발휘하는 삼성투신의 `당신을 위한 리서치`, 대형 우량주에 `곰`처럼 묻어두는 PCA운용의 `업종 일등 적립식 주식형`, 중소형 가치주에 투자하는 한국밸류운용의 `10년 투자주식` 펀드 등이다.
모두 연초 이후 수익률이 해당 스타일 중에서 최고를 기록한 펀드들이다.
세 개를 단순하게 1:1:1로 섞어서 연초 이후 수익률을 계산했더니 30.99%가 나왔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0.35% 상승했다.
`앞으로 어떤 업종이 오를지 모르니 섞어서 투자하자`는 전략만으로도 시장을 10%포인트 이상 능가하는 수익을 냈던 셈이다.
이 같은 투자 방식의 핵심 포인트는 일단 자유적립식으로 세 개 모두 가입해 놓고 시장 상황에 따라 각 펀드들의 비중을 조정하는 기교에 있다.
위 시나리오에서는 1:1:1로 세 펀드에 한꺼번에 거치식으로 투자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하지만 박 애널리스트는 "장세가 대형 IT 위주로 가는 상황이 역력한 데도 세 펀드의 비중을 똑같이 가져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경우에 따라 유리한 펀드의 적립금액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운용능력이 뛰어난 펀드들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투신의 `당신을 위한 리서치` 펀드는 과거 10년간 재무제표를 검토해 선별한 종목 중 예상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대형 우량주에 주로 투자하는 PCA운용의 PCA업종일등적립식주식K-1의 경우 최근 1개월 수익률은 9.94%로 성장형 펀드 1개월 평균 수익률(12.01%)에 비해 저조한 편이지만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린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주와 대형 IT주를 많이 보유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이들 업종이 상승한다면 짭짤한 열매를 돌려줄 수 있다.
최근 자산주 매력이 부각되는 바람에 부쩍 커버린 한국밸류운용의 `10년 투자 주식형` 펀드도 일관된 운용 스타일을 갖고 있다.
부동산이나 자회사 지분이 많은 SK, 동일방직 등의 주가가 상승해 3개월 수익률에서도 36.38%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신현규 기자 / 박준형 기자]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