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기업경영 같아… 10·20년계획 왜 안세우나요?”
철저히 ‘조기 귀가’ 아이 직접 가르친 세무사 김종근씨
부모가 시간·노력 투자한 만큼 자라
사교육비, 자녀 결혼·노후 위해 저축 양근만 기자 yangkm@chosun.com
사진=이태경 객원기자
입력 : 2007.06.10 23:58 / 수정 : 2007.06.10 23:59
부모가 시간·노력 투자한 만큼 자라
사교육비, 자녀 결혼·노후 위해 저축
사진=이태경 객원기자
입력 : 2007.06.10 23:58 / 수정 : 2007.06.10 23:59
- 세무사인 김종근(59)씨는 ‘요즘 세상’ 기준으로 특이한 사람이다. 세무회계사무소를 운영하는 그는 아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근 후 저녁 7시쯤이면 집에 도착한다. 사무소 직원들과의 회식은 거의 하지 않는다. “직원들한테도 늘 집에 일찍 들어가라고 합니다.” 국세청 공무원 출신이지만 옛 동료나 친구를 저녁에 따로 만나는 일도 거의 없다. 김씨는 “집에서 아내, 아이들과 마주보고 얘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씨를 직접 만나보니 사교성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아니다. 말도 잘하고 사진 포즈 요청에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능숙하게 응했다.
- 김씨의 두 아들은 연세대를 졸업했다. 김씨는 두 아들을 공부시킨 얘기들을 모아 얼마 전 ‘사교육비 안들이고 자녀 영어회화공부 성공하기’(홈스타디출판사)를 펴냈다.
김씨의 ‘조기 귀가’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그는 결혼 후 두 아들을 키우면서 철저히 이 원칙을 지켰다. “결혼 후 친구들이 ‘너 많이 변했다’ ‘집사람 치맛바람에 휘둘린다’고 놀려댔어요. 하지만 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친구 만나고 회식에 나가 술 마시고, 고스톱 하는 일은 제가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돼요. 대부분은 마지못해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겁니다.”
그는 “결혼 직후부터 자녀교육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은 10년, 20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잖아요. 가정도 기업 경영과 똑같은데, 왜 계획을 안 세우나요?”
약사인 아내는 자녀교육 때문에 직업 갖는 것을 포기했다. “당시엔 약사가 귀해 일을 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아이들은 부모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크는 겁니다. 돈 들여 사교육 시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녀 결혼 때나 노후를 생각하면 그 돈을 저축해야 합니다.”
김씨의 아내는 아이가 생기자 아이를 보살피는 데만 전념했다. 아이가 말을 배우면서부터는 경어 쓰기, 올바른 말하기, 노래 배우기, 그림책 보기, 클래식 음악듣기, 한글 배우기를 직접 가르쳤다. 대신 퇴근 후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은 김씨의 몫이었다. 김씨는 “저에게 이런 일은 정말 재밌고 즐거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학원에 다닌 적이 거의 없다.
퇴근 후 저녁 식탁에 앉으면 부부는 초등학생인 아이들과 학교와 집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조잘조잘 얘기했다. 그는 결혼 후 지금까지 부인에게 존칭어를 사용한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영어도 직접 가르쳤다. 카드로 알파벳을 익히게 하는 등 기초를 마친 후, 초등 2학년 때 중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를 사서 배우게 했다. 한 과가 끝날 때마다 시험을 쳐 반드시 100점을 받아야 용돈 1000원씩을 주는 방법으로 동기를 부여했다.
김씨는 틈만 있으면 아이에게 가르칠 영어교과서를 직접 읽으며 공부했다. 다만 초등 3학년 때는 영어회화를 익히게 하려고 학원을 다니게 했다. 이런 식으로 김씨의 아이들은 초등 6학년 때 고3 영어를 끝냈고, 회화 실력도 외국에 가지 않고도 의사소통을 능숙하게 할 만큼 키웠다.
그는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렸을 때 부모가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때가 가장 중요합니다. 중·고교 때 아이들이 잘못되는 것의 90%는 부모 책임이에요.”
“맞벌이부부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토,일요일에 밖에 놀러다닐 생각만 하지말고 아이들을 설득해 함께 공부해야 한다. 둘 중 한 명은 가능한 한 일찍 귀가해 자녀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부모가 ‘10년 후, 20년 후 내 아이를 어떤 모습으로 아이를 가꾸어 나갈까’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선택입니다. 아이들도 자신들이 어떻게 커왔는지 잘 알아요. 부모가 노력하면 아이들도 부모를 공경하게 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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