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정보

스트레스 더 쌓여 vs 스트레스 싹~풀려

bthong 2007. 6. 23. 11:25

◆밤문화에 중독몸과 맘 다 망쳐

소형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P사장. 스트레스를 풀려고 임원 몇 명과 노래방을 찾아 목청껏 노래를 부르거나 술을 마음껏 마신다. P사장은 또 일부 임직원들이 `쉬쉬` 하고 있지만 `세컨드`와 은밀한 사랑을 즐긴다.

수년 동안 스릴 넘치는 삶을 살던 P사장은 자기 몸을 망치고 회사 경영마저 어려워지자 주위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탈출구가 없는 극단적인 스트레스는 간혹 극단적인 해소법을 불러오는 예가 많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들은 CEO들이 경제적인 여유를 앞세워 술과 성욕, 과시욕, 식욕 등과 같은 `원초적인 욕망`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파멸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적당히 마시던 벤처기업 K사장도 몇 년 전 사업을 시작한 후 스트레스를 받자 폭탄주가 기본이 됐다. K사장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주량이 더욱 늘어난 것 같다"며 "술을 마신다고 스트레스의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 어쩔 수 없이 마시게 된다"고 말한다.

IT업계에 꽤 알려진 L사장은 매월 아내 모르게 `비밀통장`으로 송금한다. 그의 `비자금`을 받는 사람은 두 집 살림을 차려 함께 살고 있는 `세컨드`다.

L사장의 스트레스와 고독감을 풀어주는 파트너는 자신의 회사에서 일했던 수려한 용모를 가진 여직원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들통나면 가정이 파탄날 것이라는 두려움과 함께 그녀가 언제 떠날지 모를 불안감이 그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전자제품을 제조해 납품하는 S사장은 한 달 판공비가 2000만원이 넘는다. 말이 판공비일 뿐 명품 구두를 비롯해 고가 시계와 골프채를 수시로 바꾸는 등 대부분을 개인용도로 쓴다. 그의 소비 규모나 돈 씀씀이는 회사 매출이나 외형에 비하면 너무 크다.

S사장이 재벌급 씀씀이를 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 가난했던 `콤플렉스`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정신과 의사들은 분석한다.

4년 전 암 수술을 받았던 40대 후반의 C사장(여)은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한다. 식이요법을 하면서 과식을 삼갔지만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폭식을 한다. 매일 저녁 고기를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C사장처럼 여성 기업인 중 상당수가 식욕을 통해 스트레스를 푼다. 특히 여성 CEO들은 술에 약하기 때문에 거래업체 직원들과 만나면 폭식을 하는 경향이 많다.



◆부하를 믿고 칭찬하며 대화

"직장인들이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한 해 11조3650억원을 넘습니다. 이를 방치하면 직장인 개개인의 고통이 커질 뿐만 아니라 기업의 손실로 이어져 생산성이 떨어지고 기업 이미지마저 추락합니다."

우종민 교수는 한국 직장인의 스트레스 보유율이 95%로 미국 40%, 일본 61%에 비해 월등히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직장인 스트레스의 최대 요인을 대인관계에서 찾는다. 고용불안, 업부부담, 야근도 스트레스를 주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상사와 동료 사이 갈등이라는 것이다.

상사가 직원에게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히고 수시로 바뀌는 지시사항이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로 작용해 때로는 회사를 떠나게 만들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화기애애하고 스트레스가 적은 직장을 만들려면 간부부터 생각이 바뀌고 부하 직원을 인격체로 대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하 직원의 수준이 높아지면 나와 공유하는 정보의 질도 높아지고 서로 발전한다는 얘기다.

특히 위임을 잘하면 자신의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린아이들처럼 직장인들도 상사에게서 칭찬을 받고 싶어 한다고 정신과 의사들은 말한다.

그러나 한국은 잘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잘못되면 부하 직원을 꾸짖는 경향이 많아 직장 내 스트레스를 높인다는 지적이 많다.

우 교수는 "여든 살이 된 할머니도 예쁘다고 칭찬하면 좋아하듯이 부하 직원에게 칭찬을 자주 하면 직장 분위기가 좋아지고 대화의 문도 자연스럽게 열린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회사 L사장은 다혈질이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앞차가 신호등이 바뀌었는 데도 가지 않으면 빵빵거리고 난리를 친다. L사장처럼 늘 화가 나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신과 의사들은 "화를 지나치게 잘 내는 것도 일종의 질환이다. 화를 내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흘러나오면서 심장이 더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진다"며 "제대로 다스리지 않으면 결국 심장병, 고혈압 동맥경화 같은 질병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병문 기자] 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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