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7명의 사상자와 엄청난 손실을 안겨준 우주선 챌린저호 폭발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NASA에 우주선 부품(O-ring)을 공급하던 디오콜사 기술자들은 추운 날씨에 O-ring의 오작동 가능성을 이유로 발사 연기를 건의했다. 그러나 부품공급권을 잃지 않으려는 디오콜사는 발사를 강행하려는 NASA의 계획에 끝내 굴복하고 만다. `갑-을`관계가 빚어낸 대표적 참사가 아닐 수 없다. NASA와 디오콜사처럼 대ㆍ중소기업 거래 역시 `갑-을`관계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대기업과 하도급관계에 있어 `을`의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 않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갑`의 위치를 십분 이용하려는 대기업의 행태는 여전한 것 같다. 각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일방적인 불공정거래를 가장 큰 애로로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처지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협력기업들을 대신해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 CEO들을 만났다. 납품가 인하, 현업부서 불공정행위 등 협력기업들이 속앓이만 하던 문제들을 제기하고, 그 자리에서 윤리경영, 공정 파트너십 등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갑`에 대한 `을`의 협상력을 높이는 쪽으로 제도도 바꾸었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대기업도 처음에는 중소기업에서 출발했을 것이고, 창업 초기 납품기업의 참을 수 없는 불공정행위도 적잖이 경험했을 것이다.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절실하다. 다행히 요즘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기업과 상생을 모색하는 대기업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여름 소나기처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중기청 실태조사에서는 납품 불공정행위로 327사가 시정조치를 받았다. 올해는 `을`의 처지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갑`이 많아져 2700개 조사기업 중 시정조치를 받은 숫자가 대폭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현재 중소기업청장]m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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