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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문창기 이디야 대표 "한국판 스타벅스로 키울것"

bthong 2008. 1. 4. 15:57
맛 만큼은 최고

지난달 27일 247호점(양재점)을 낸 이디야는 국내 대표적인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재점 개점 때 중국 산둥성에서 이디야 사업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혀 온 중국 까르푸 점장 출신 프랑스인이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디야는 2005년 중국 베이징에 1호점을 개점한 데 이어 베트남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처음으로 외국인 가맹점주가 탄생하기도 하는 등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이디야를 이끌고 있는 문창기 사장(46)은 사실 커피사업을 할 것이라고 꿈도 꾸지 않았지만 이제 한국의 스타벅스가 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벤처컨설팅社 운영하다 커피 프랜차이즈 인수 =

문창기 사장은 동화은행 출신이다. 89년 동화은행 설립 때부터 원년멤버로 일했던 그는 경영혁신팀, 종합기획부 등을 거치며 잘나가는 행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영업을 담당할 때는 삼성을 전담했다. 뼈를 묻을 생각으로 회사에 몸바쳤던 문 사장은 거래처 영업 때 월급을 털어 일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동화은행이 퇴출되면서 그도 99년에 실직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나름대로 잘나갔기 때문에 충격은 더 컸죠. 실직자가 된 이후 사람들은 피하고 사진만 찍으러 다녔습니다." 그는 6개월 동안 놀았다. "집사람에게 5000만원을 건네주고 생활비를 하라고 했으나 당시 일반적이었던 보증관계에 얽혀 그마저 오래가지 못했어요." 하루 몇만원씩 용돈을 타던 문 사장은 "아내가 이제 1만원밖에 없다고 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바로 직장을 알아보기 시작했죠."

그나마 은행원 시절 열심히 영업했던 덕에 경력직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거래처에 있던 직원이 삼성증권에 소개해줘 취직을 했다. 삼성증권 청량리점에서 투신업무를 담당했던 문 사장은 능력을 십분 발휘해 전 지점에서 최고 실적을 달렸다. 뮤추얼펀드 등을 운용한 그는 한때 4000억원 가까이 자금을 운용할 만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은행원 출신인 그는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찾고 싶었다. 주식은 성과도 높지만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는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독립을 결심했다. 2001년 증권사 직원, 회계사 등을 모아 유레카벤처를 만들었다. 다른 벤처캐피털회사처럼 지분 투자에 주력하지 않고 주로 컨설팅 업무를 했다. 당시 컨설팅을 통해 하이홈, 드림원 등 9개 회사를 코스닥에 등록시켰고 인수합병과 관련된 일도 했다. 기업공개든 인수합병이든 지분 투자는 절대 하지 않고 컨설팅 비용만 받았다. 그는 "큰돈 벌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으나 주식에 신경 쓰지 않은 덕에 벤처 쇠락기에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했다.

◆3년만에 점포 170개 늘려 年매출 500억원 =

인수합병 컨설팅을 하던 그에게 이디야라는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를 팔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2004년 100개 점포 가까이 개설했던 이디야의 사장은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문 사장이 직접 분석해 보니 성장잠재력이 충분하고 세계시장까지 진출해 볼 수 있는 아이템이다 싶었다.

그래서 기업을 조사하다가 직접 인수해 경영하기로 결정했다. 문 사장은 "커피는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 데다 경영만 잘하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사업을 해보니 그 믿음은 점점 굳어지고 있다"고 했다.

2004년 사업을 인수한 뒤 커피도 잘 모르고 프랜차이즈 사업도 몰랐던 그는 그저 원칙대로 했다. "은행에서 사보기자를 하면서 홍보를 배웠고, 기획부와 경영혁신팀에 있을 때 경영전반과 혁신에 대해 배운 것이 회사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은행원 마인드로 차근차근 사업을 벌인 것이 부침이 심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오히려 빛을 발했다. 덕분에 창업시장이 큰 불황에 빠졌던 지난해에도 42개 점포를 열었고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가운데 1위로 성장하게 됐다. 현재 매출은 가맹점 매출 기준으로 연 500억원 수준이다.

이디야 커피 가격은 2500원 정도다. 스타벅스에 비하면 반값이다. 하지만 품질만큼은 여느 글로벌 브랜드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게 문 사장 설명이다. 에티오피아, 케냐, 인도 등지에서 원두를 들여와 동서식품에서 적절한 원두 배합을 통한 맞춤형 로스팅을 거친 뒤 각 가맹점포로 공급하고 있다.

문 사장은 "외국에서 로스팅해 들여오는 글로벌 커피전문점과 국내에서 바로 로스팅해 15일 안에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곳 중 어디가 더 신선하고 맛있겠냐"고 반문한다.

2007년에는 원가가 높아지는 부담을 감수하고 원두를 업그레이드했다 "이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커피를 파는 상황이다 보니 경쟁에서 이기려면 확실한 품질이 요구되고 있다. 게다가 외국에 진출하려면 품질 업그레이드는 필수다."

◆커피 품질로 승부 … 중국ㆍ일본ㆍ베트남 진출 노려 =

그는 처음에 커피를 잘 몰라 전적으로 직원들에게 맡겼다. 지금도 여전히 직원을 믿고 맡기는 그의 경영스타일은 회사 직원들의 결속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독서경영'은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해주고 있다. 매달 직원들이 읽을 책을 고르면 회사에서 구입해 준다. 대신 직원들은 독후감을 써내는데 요즘 사장과 직원과의 교감이 이뤄지는 주요 창구가 되고 있다. 예컨대 한 직원이 '회사를 성장시키는 강한 관리자'라는 책을 읽고 중간관리자로서의 역할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고 사장이 이와 관련된 답장을 전달한다. 또 사장은 '사장으로 산다는 것'을 읽고 임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직접 말하기 어려운 고충을 전한다. "독서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 사장의 경영원칙은 성공할 수 있을 때만 점포를 연다는 것이었다. 점포 위치가 나쁘다거나 점주의 운영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점포를 열지 않았다.

'원금을 지켜야 한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가 경영을 한 3년 반 동안 170개 점포를 열었지만 폐점 수는 8개밖에 안 됐다. 그는 여타 프랜차이즈 업체처럼 제2브랜드, 제3브랜드를 열 생각이 없다. 오직 커피사업에만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경영컨설팅 경험이 있는 문 사장은 점주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 이디야의 힘은 점주 발전에서 나와야 한다는 판단으로 사업 초기 슈퍼바이저 등 직원수를 늘렸다.

이디야의 꿈은 글로벌 기업이다. 중국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는 일본과 베트남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현재 로스앤젤레스 시장조사를 벌이고 있고 2010년 진입할 계획이다. 중국이나 미국 등 외국시장에서는 스타벅스 커피보다 20% 싼 가격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저 꿈만이 아닌 것이 중국에서는 까르푸 점장 출신 프랑스인이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의해 와 현재 산둥성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또 커피맛에 반한 캐나다인이 최근 동덕여대에 점포를 여는 등 외국인들에게 먹히는 커피라는 게 하나 둘 입증되고 있다. 문 사장은 "한국 커피도 글로벌화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창업] 이디야, 점포 수익…매출 월1500만원선
1억5천만원 투자

이디야 커피전문점의 영업실적은 점주 능력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대략 33㎡(10평) 기준으로 점포임대비용을 포함해 약 1억5000만원 정도 투자비가 들어가고 매출은 월 약 1500만원 정도, 순이익률은 30%를 웃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체 점포 중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삼일빌딩점은 월매출 3000만원을 내고 있다. 삼일빌딩점은 사진기자 출신 김창종 씨가 옆집 아저씨 같은 서비스로 손님 발길을 끌고 있다.


[심시보 기자 / 사진 = 김성중 기자]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