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퇴후 소득 홍콩ㆍ대만보다 낮다

bthong 2008. 7. 3. 22:19
은퇴후 소득 홍콩ㆍ대만보다 낮다
퇴직 직전의 41% 그쳐…피델리티, 국내 첫 은퇴지수 발표

한국인의 은퇴 후 연간소득이 은퇴 직전 연간소득의 4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진국인 미국(58%) 영국(50%) 독일(50%) 일본(47%)은 물론 대만(43%) 홍콩(43%)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1일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서울대 은퇴설계지원센터와 '은퇴준비지수 계산 모델'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인 이상 근로자 가계를 대상으로 60세에 은퇴할 것이란 전제 아래 이뤄졌다.

부부가 함께 은퇴 후 기대 수명(25.4년)을 사는 것으로 가정하고 지난 5년간(2003~2007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채권 수익률, 통화성 예ㆍ적금 금리, 15년간 코스피 상승률 등을 반영했다.

피델리티운용에서 계량화한 은퇴준비지수에 의하면 한국인의 목표소득대체율(은퇴 후 희망 연간소득/은퇴 직전 연간소득)은 62%고 은퇴소득대체율(은퇴 후 예상 연간소득/은퇴 직전 연간소득)은 41%로 둘 사이의 차이는 21%포인트다.

이 수치(은퇴 준비 격차)가 클수록 은퇴 후 삶에 대한 준비가 덜됐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나라별 은퇴 준비 격차는 미국(27%포인트) 대만(27%포인트) 홍콩(24%포인트) 일본(22%포인트) 등이 한국보다 높고, 영국(17%포인트) 독일(20%포인트)은 낮게 나왔다.

미국의 경우 근로자가 은퇴 후 희망하는 연간소득(목표소득대체율 85%)이 높아 은퇴 준비 격차가 크게 나왔다. 실제 현금으로 환산하면 한국 근로자 가계의 현재 은퇴 직전 연간소득은 4067만원이고, 현재 가치로 200만원 정도를 은퇴 후 지출한다고 가정할 때 희망하는 은퇴 후 소득은 연간 2529만원이다.

반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개인연금 퇴직금 저축총액 등을 합한 은퇴 후 예상 소득은 1666만원에 불과해 863만원 정도가 부족한 셈이다. 만약 예상 수명이 갈수록 늘어날 경우 이 같은 은퇴 후 자금 부족 현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연령대별 은퇴 준비 격차를 보면 20~29세가 17%포인트로 가장 양호했고, 50~59세가 28%포인트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피델리티운용 측은 "50대의 경우 개인이 준비하는 연금과 저축 비중이 매우 낮아 은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조사가 부동산자산으로 인한 자본이득(매각 등으로 인한 매매차익), 진급 등으로 인한 임금 상승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미흡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피델리티 측은 현 시점에서 실제 은퇴 준비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수치화된 지표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지수를 공동 개발한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결혼, 주택 마련 등으로 은퇴 준비에 소홀했던 한국인에게 은퇴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하게 하는 지표"라며 "은퇴 준비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퇴 후 희망 소득과 실제 예상 소득 간 차이를 줄이기 위해 은퇴 후에라도 어느 정도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젊은 층은 다양한 수단으로 은퇴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준형 기자]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