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남부의 휴양도시 나짱(Nha Trang)에서 북쪽으로 80여㎞. 해변을 따라 난 1번 국도(호찌민~하노이)를 1시간 30분 가량 달린 뒤 우회전해 들어가자 반퐁만(Van Phong Bay) 경제자유구역이 나왔다.
물밑까지 투명한 쪽빛의 바다 위에 작은 고깃배가 떠다니는 한가로운 어촌이었다. 포스코의 제철소 후보지는 이 반퐁만의 안쪽에 있었다. 해변에서 툭 튀어나온 길이 30㎞인 혼곰반도가 반퐁만을 감싸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동지나해에서 밀려오는 거센 파도를 막고 있었다.
포스코는 이곳에 오는 2013년까지 연산 400만t 규모의 파이넥스(FINEX)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여기서 남쪽으로 450㎞ 가량 떨어진 붕타우에는 지난해 8월부터 이 제철소에서 핫코일(열연강판)을 공급받아 가공하는 냉연공장 건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중국 쑤저우 장자강(張家港)에 있는 스테인리스 일관제철소에서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포스코의 아시아 철강 네트워크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 보존을 내세운 베트남 정부 일각의 반대 움직임, 중국·대만 철강업계의 발 빠른 대응 등 난관도 적잖아 보였다.
◆익어가는 아시아 철강벨트 구상
90년대 중반 이후 해외 진출에 나섰던 포스코는 2006년 중국 창장(長江) 강변의 중소도시 장자강에 연산 6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준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외국자본에 국가기간시설인 일관제철소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벽을 뚫어낸 것이다. 이어 2006년 12월에는 응우옌 떤 중 베트남 총리의 요청을 받고 급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지역에 제철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초 철광석 광산이 있는 북쪽을 후보지로 검토했지만, 광산의 경제성이 떨어져 수심(水深)이 깊은 중남부의 반퐁만 지역을 최종 후보지로 선택했다. 이곳에는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국제환적터미널(ITT), 중동 자본에 의한 대규모 휴양 시설 등도 함께 들어선다.
조청명 포스코 베트남 프로젝트 추진반장은 "자연 수심이 22m나 돼서 25만t급 배가 그냥 들어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혼곰반도 덕분에 3억~5억달러에 이르는 방파제 건설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곳 1000만㎡(약 300만평) 부지에 총 70억달러(약 7조원)를 들여 2013년까지 연산 400만t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달 초 베트남 정부에 제출하고 총리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10~11월쯤 총리 동의가 나오면 내년에는 제철소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포스코는 보고 있다.
- ▲ 호찌민시 남부 붕타우에 건설중인 포스코 냉연공장.
그렇다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퐁만은 천혜의 항구이지만, 제철소에 필요한 전력·용수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전무하다. 포스코의 조기 건설 요청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정부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포스코가 직접 돈을 들여 전력·용수를 확보하게 되면, 투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원가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베트남 공산당과 정부 일각에서 이곳이 세계적인 청정해역임을 들어 제철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포스코는 친환경제철법인 파이넥스를 채택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파 설득에 나서고 있다. 다음달 초에는 베트남 공산당·정부의 환경 전문가를 대거 한국으로 초청해 광양제철소를 견학시키기로 했다. 김진일 포스코 전무는 "광양제철소도 광양항과 다도해(多島海) 청정해역에 인접해 있지만 환경 피해가 거의 없다"며 "제철소가 공해시설이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업체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만 포모사그룹이 이달 중순 북베트남 붕앙(Vung Ang) 지역에 연산 750만t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승인받아 포스코를 앞질러 나갔다. 중국의 대형 철강업체인 바오산(寶山)·우한(武漢)강철도 북베트남에 인접한 중국 남부에 각각 연산 1000만t이 넘는 대규모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 ▲ 모래로 뒤덮인 베트남 반퐁만의 포스코 제철소 부지. /최유식 기자 find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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