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주택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간

bthong 2008. 7. 16. 00:15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간
기획·한정은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강화도 마니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서해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연과 하나 된 집을 지어 살고 있는 강신천·노을선 부부. 자연과 어우러져 더 멋스러운 부부의 친환경 전원주택을 구경해보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지막한 건물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담쟁이덩굴에 둘러쌓인 외벽이 뒤에 펼쳐진 산과 조화를 이뤄 멋스럽다.

 

가족이 살 집을 직접 지은 건축가 강신천씨와 아내 노을선씨.

강화도 마니산 자락에 소박한 단층집을 짓고 사는 건축가 강신천씨와 아내 노을선씨. 강씨의 고향인 영종도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다가 12년 전 분가하면서 강화도에 자리를 잡았다. 도심에서 살까도 생각해봤지만 자연을 벗 삼아 여유롭게 살고 싶어 시골살이를 고집했다. 그들이 두 번째 삶의 터전으로 강화도를 선택한 이유는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서해를 끼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와 저는 딸 이름도 서해라고 지을 만큼 노을 지는 서해의 풍경을 좋아해요. 지금 살고 있는 집터에서는 서해가 바로보여 처음에 보자마자 이곳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씨 부부는 서해가 바라보이는 마니산 자락에 땅을 구입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집을 지었다. 강씨가 집을 짓고, 아내의 감각적인 데코 아이디어를 더해 6개월 만에 자연과 어우러진 멋스러운 집이 완성됐다.

흙과 나무로 지어 자연과 하나 되는 집

강씨는 집을 지으면서 ‘자연 속에서 절대 튀지 않는 집’을 짓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오래 전에 지어진 동네의 낡은 집들과 뒤로 흐르는 마니산 산세와 어우러지도록 단층으로 집을 설계했다. 철근이나 시멘트 등 도시에서 집을 지을 때 쓰는 재료들은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벽돌로 뼈대를 만들고 나무로 마감한 뒤 벽에는 황토와 회벽재를 섞어 칠했다. 집 앞에는 잔디를 깔고 넓은 나무 데크를 만들었다. 외벽에는 담쟁이덩굴 씨를 뿌렸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담쟁이덩굴이 무성하게 집 외벽을 감싸 마니산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거실 한쪽에 턴테이블, CD장과 미니 테이블을 두었다. 집 안에서도 서해가 보이도록 커다란 통창을 만들었더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집 안 분위기도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바뀐다.(좌) 천정이 높은 거실에는 다락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벽난로 앞은 한옥의 툇마루를 연상시키는 좌식 테이블을 두고 가족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활용한다.(우)

 

황토벽, 나무 마감재 등 친환경 재료로 지은 집

집은 단층으로 짓는 대신 넓고 환해 보이도록 천장을 높이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거실 한쪽에 다락을 만들었다. 현관을 들어서면 왼쪽 긴 복도를 따라 3개의 방과 욕실이 있고 오른쪽에는 넓은 주방과 거실, 오픈된 서재 겸 사무실이 보인다. 집 안에는 벽지를 바르지 않았는데 흙벽이 자연스럽고 몸에 좋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 대신 외벽처럼 황토에 회벽재를 섞어 칠했다.

“황토가 섞인 흙벽을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운치 있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른들이 집에 오시면 집을 지은 지 꽤 됐는데 왜 아직도 도배를 하지 않았냐고 꾸중하시지요(웃음).”

바닥에는 타일을 깔아 이국적인 느낌을 줬고, 나무로 마감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실과 방, 주방에는 자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커다란 창문을 냈다. 집 안 곳곳에서는 강씨 부부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예스럽고 자연스러운 소품들이 눈에 띈다.

“흔히 전원주택 하면 떠오르는 언덕 위의 하얀 집이나 지붕이 뾰족 솟은 근사한 집은 아니지만 몸으로 자연을 느끼며 살 수 있는 소박한 집이에요. 자연의 감촉과 냄새 등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최고의 인테리어 아이템이고요.”

나무로 짠 싱크대와 상판을 타일로 마감한 아일랜드 조리대 겸용 식탁으로 내추럴한 분위기를 연출한 주방. 상부장을 없애고 커다란 창을 내 탁 트인 느낌이 난다. 강씨의 사무실 겸 서재로 쓰고 있는 거실의 한쪽 공간. 나뭇결이 살아 있는 예스러운 가구로 운치를 더했다. 코지 코너에는 손때 묻은 듯한 나무 중문, 스탠드 모자걸이, 자연스러운 나뭇결이 포근한 느낌을 주는 서랍장, 가족들의 추억이 담긴 소품 등을 배치해 멋스러운 공간으로 꾸몄다.(왼쪽부터 차례로)

 

심플해서 더 아늑한 느낌을 주는 게스트하우스 ‘무무’의 침실. 침대 반대편 창을 통해 발 아래로 햇살이 비쳐 따사로운 느낌을 준다.

 

살림집을 닮은 친환경 게스트하우스

부부가 강화살이를 시작했다는 말에 매주 도시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하나같이 ‘내가 살고 싶어했던 집’이라며 환호했고, 여기저기서 비슷한 집을 지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건축학과도 나오지 않고 건축사무실에서 일해본 경험도 없이 화가로만 살아왔던 강씨는 자신의 첫 작품이자 현재 살고 있는 집 덕분에 졸지에 자연과 어우러진 목조주택을 짓는 건축가가 됐다.

부부가 살고 있는 집 바로 옆에 강씨의 건축철학이 담긴 게스트하우스 ‘무무’도 지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손님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강씨가 2년 동안 공들여 지은 이 별채도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벽돌로 뼈대를 세우고 나무로 마감했다. 곳곳에 커다란 창을 내 손님들이 자연을 느끼도록 배려했고, 실내는 심플하게 꾸며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이에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려주는 전원생활

얼마 전 강씨가 타일 하나하나를 손수 붙여 리모델링한 욕실. 방수 처리된 하얀색 시멘트를 바르고 하늘색 원형 조각타일을 간격에 맞춰 수작업으로 붙였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간다고.(좌) 딸의 학습공간이자 노씨의 사무공간으로 쓰이는 다락방. 거실 위쪽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천장이 낮아 아늑한 느낌을 주며 집중이 잘 돼 아이 공부방으로 제격이다.(우)

강화도 생활 12년째인 부부는 겨울이면 바람을 막아주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내주는 넉넉한 산자락이 있고 마당에 서면 수평선이 보이는 탁 트인 서해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집 지을 당시 노씨의 뱃속에 있던 딸아이가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었지만, 노씨는 딸아이 교육문제로 걱정해본 적이 없다. 식사부터 교재까지 거의 무료인 공립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보냈고, 그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대신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 꼭 필요한 영어교육과 아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한다.

“한글이야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다 배우잖아요. 그래서 학원은 보내지도 않았어요. 영어도 따로 가르치기보다는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 보게 했고요. 처음에는 단어를 말하다 차츰 문장으로 얘기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지역문화 활동에도 활발하게 참여시키고 매년 1~2월경에는 가족이 함께 여행을 다니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 스스로가 좋아하는 일을 찾도록 도와준다.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이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익히게 돼 도심에서 학교공부만 하는 것보다 정서적으로도 풍요로워진다며 강씨 부부는 전원생활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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