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그림과 소리가 가장 화려한 장면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에서 79년에 개봉된 코폴라 감독의 이 영화는 88년에야 국내 개봉이 허락되었습니다.
군인 출신의 당시 권력집단은 아마 '반전 = 군대 혹은 군인에 대한 반감'이라는 단순한 등식에서
이 영화의 일반 개봉이 껄끄러웠던 모양입니다.
월간팝송 등 잡지를 통해 명성을 들어온 터라, 개봉 첫날 혼자 가서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가면 잡담하느라 영화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지요.
대구 만경관이었던 거 같은데, 소리가 엄청 커서 내가 전장의 어느 귀퉁이에 서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이튿날 진짜 재미있는 영화를 보여 주겠다며 동기 여학생 하나를 데리고 또 갔었죠.
영화 끝나고 나올 때 그 친구 표정이 희한했던 기억이 나네요.
뭔가 이해를 못했거나 수긍하고 싶지 않을 때의 떨떠름한 그런 표정 말입니다.
"이런 영화를 뭐하러 보노?" 이런 얼굴이었습니다.
롤링스톤즈나 도어즈의 노래 말고도, 바그너의 이 클래식은 대번에 귀에 들어왔습니다.
서부영화의 기병대처럼 나팔수의 신호에 맞춰 절도 있게 비상하는 공격용 헬리콥터,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가해지는 기습적인 폭격, 이 모든 장면을 지휘하는 전쟁광 킬 고어 중령....
지금 보아도 이 장면에서 바그너의 이 음악은 전쟁의 광기와 공포감을 배가시키고 있네요.
나치주의자 리하르트 바그너가 전쟁광 기질이 다분했다는 둥, 발키리가 북유럽 신화에서 죽은 전사의 영혼을 인도하는 여신이라는 등등의 이야기는 나중에 알았습니다.
아무튼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고 한 게 이 영화가 처음이라는 점,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그림뿐 아니라 음악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는 게 나에게 있어 이 영화의 또 다른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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