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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숲에서 쉬고 있는 바람에게... 오광수
자네 울고 있는가?
살아온 세월이 꼭 꿈만 같은 건
자네나 나나 똑같은 마음.
어렴풋이 자네 우는 소리가 들리는듯하여
물소리 숨 재우고
달빛 내려와 만든 물결에 나도 시름 얹어보네
산다는 게 어찌 보면
한 시절 바람 같은 것...
좋은 시절도 ..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도 ...
세월이 만드는 바람 따라 그렇게 지나가고
남은 건 약해진 몸뚱이에 굵은 주름 흰 머리칼
생각하면 서글프지?
그럼 ...
그러나 조금만 울게
꽃 피워 벌 올 때는 지났지만
깨물고 싶은 귀염들이 조롱조롱 웃으며 달려오면
휘- 내 한숨 한번 뽑아 내던지고
이젠 지겨운 보릿고개 이야기보다는
어깨 들썩이며 손 휘젓고 랩으로 맞이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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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게 인생이겠지...
언제 어느 때가 되건 생이란 지나고 보면
아무리 세월이 흐른들
잡을 수도 볼 수도 없는 지나가는 바람이잖아...
그냥 인생이란
시냇물이 흘러흘러 바다에 닿듯,
자연의 이치와도 같이
나서 자라고 살아가면서
생각도 모습도
계절마다 나이마다 거듭 태어나기를 반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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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육신이지만
지나온 순간순간들은 영원히 추억으로 살아 숨쉬겠지...
기억속에서 다음 생에 이르도록...
이렇게 생각하면 하루 하루가 아쉬움 뿐이지만
영원이 존재한다면,
그래서 윤회의 삶을 받아 들일 수 있다면,
그렇게 주어진 삶대로
세상을,세월을 안고 산다면...
청춘이, 늙음이 무에 따로 있겠어.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마음만 자유로울 수 있다면...
서방님처럼 이십대 못지않은 열정을 안고 산다면...
슬퍼할 것도 허무할 것도 없는 삶인데,
그런데 나역시 사람이다 보니 때론,
"아, 나도 이제 늙어가네.."
...순간 허탈해진다니깐.
그래도 서방님 만나서 내가 살아서 숨쉰다는 걸 느껴.
여자로 말야...
그렇게 서방님은 내겐 젊고 패기 넘치는 멋진 남자야...
그래서 만약,
다음 삶이 기약된다면...
전혀 다른 듯 하지만 많이 닮은 서방님과 함께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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