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누구나 / 배미애
거리에 가로등 하나 둘 켜지고 한장의 지페처럼 남은 석양 너머 하루가 지고 나면 우리 누구나 쓸쓸합니다
가슴 벗어난 마음 불빛에 물들다 붉은 몸짓 되어도 누군가의 영혼에 가지 못하고 제 키보다 더 먼 나뭇잎에 걸리면 우리 누구나 고독합니다
유리에 비친 조각달 뜨거운 언어 숨기고 이름모를 가을빛에 슬픈 날개같은 목덜미 얹어 놓고 숲이 이끄던 어둠에 갇히면 우리 누구나 쓸쓸합니다
단풍 헤며 걷던 길에 마주하는 세상 모두 낯설어 오래 들고있던 가슴에 새겨진 깊은 정같은 얼굴마저 저편 풍경처럼 느껴지는 날 우리 누구나 고독합니다
그러다 그 사이 무얼 찾고 있는듯 헤매던 내가 바람에 한순간 다 지워진듯 내가 있어도 내가 없는 날 꼬옥 가을이지 않아도 우리 누구나 너무 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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