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테크

미국발 쇼크 후 재테크…3040 강남 부자 따라하기

bthong 2011. 8. 23. 14:23

재테크시장이 혼란스럽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발 재정위기는 2008년에 이어 또 다른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재테크 상품 수익률은 거시경제 향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미국이나 EU 국가들 빚이 너무 많아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힘들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이번 위기로 국내 주식시장은 한때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한편으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로 위기의 진원지인 달러화 자산과 미국 국채에 대한 인기는 오히려 올라갔다. 금, 원유 등 원자재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지만 현재로서는 지켜봐야 할 요소들이 많다.

재테크 환경이 불투명할 때는 두 가지 투자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첫째는 현금을 확보하고 투자적기가 올 때까지 관망하는 소극적인 자세다. 현금은 더블딥 공포와 디레버리지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최적 상품임에 틀림없다. 둘째는 투자위험을 안고 미리 투자를 한 뒤 열매를 따먹을 때까지 기다리는 공격적인 투자법이다.

정보와 돈 냄새를 가장 잘 맡는다는 강남의 30~40대 젊은 부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들이 투자하는 상품을 알아보기 위해 이들에게 재테크 상담을 해주는 PB들을 설문조사하고 젊은 부자들의 투자법을 직접 들어봤다.

◆포트폴리오 원칙은…과욕 버리고 연 10% 목표

#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김상현 씨(38)는 최근 주식시장 불안에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10억원 가까운 금융자산을 보유 중이지만 직접투자와 일반적인 펀드에 들어가 있는 돈은 일부이기 때문.

그는 예·적금 등 기본상품에 30% 정도를 두고 나머지는 국외 채권과 파생상품, 비상장 주식 등에 골고루 투자해 놨다. 파생상품에서 약간 손실이 있지만 선진국 채권과 비상장 주식은 당장 눈에 띄는 영향이 크지 않다. 김 씨는 “주변에 외국계 금융기관의 펀드매니저 등 지인들이 많은데 국외 채권과 비상장 주식을 지난해 말부터 권했습니다. 주변에서 많이 투자하는 자문형 상품에 대한 우려를 많이들 하더군요. 덕분에 상대적으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위안했다.

# 회사원 강 모 씨(42)는 최근 도심형 생활주택 건축에 들어갔다. 강남구에 부모님이 보유하던 단독주택 2채를 헌 자리다. 4~5층 규모 건물을 지은 뒤에는 분양하는 대신, 직접 월세를 받으며 관리할 계획이다. 향후 자산가치가 높아지면 통매각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강 씨는 “단독이나 빌라로 놔둬 봐야 수익성이 높지 않다.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리라는 보장도 없어서 수익률과 자산가치를 더 높이려고 도심형 생활주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미국발 악재로 증시가 요동치고,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요즘은 말 그대로 재테크 혼돈기다. 주식과 펀드 수익률은 급전직하다. 원금이라도 건지면 다행이다.

반면 저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예금이자는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부동산 역시 지지부진하다. 향후 자산시장 변화가 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통적인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도 커진다. 재테크 시장 바로미터라는 강남 젊은 부자들의 포트폴리오 원칙이 궁금한 이유다.

실제 이들의 투자 패턴은 과거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김영만 미래에셋증권 삼성역지점장은 30~40대 강남 부자 재테크 트렌드에 대해 “새로운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관심이 많아 위험상품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면서 “선물옵션 추종펀드 등 절대수익형 추구 상품 가입에 적극적이다”라고 전했다.

미국발 위기로 포트폴리오 변화가 불가피하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원칙 1. 절대수익 추구

PB 설문에서 드러난 젊은 강남 부자의 포트폴리오 원칙 첫 번째는 절대수익 추구다. ‘10배 수익률’ 같은 무조건적인 고수익보다는 목표치를 연 10% 안팎으로 둔다. 고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꿰뚫고 있는 만큼 ‘몰빵’은 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김동균 신한은행 PB팀장은 “과거에는 수익률이 좋은 특정 상품에 몰리는 경향이 뚜렷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투자자산 배분과 분산 투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강남 PB들은 “수익률이 높으면 좋지만 일단 얼마가 됐든 수익은 나야 한다는 고객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절대수익’ 추구다. 절대수익의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채권 이자에 플러스알파를 얹은 7~10%가 기대 수익률이다.

절대수익률 추구의 대표 상품이 헤지펀드다. 헤지펀드는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서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일정 수준으로 꾸준한 수익을 내는 것을 지향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헤지펀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았지만, 외국 헤지펀드를 재간접(펀드 오브 헤지펀드)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사모 형태로 판매되는 헤지펀드는 강남 젊은 부자를 중심으로 올 초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헤지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유사한 운용전략을 취하는 공모형 펀드도 등장했다. 김동균 PB팀장은 “금융 지식에 밝고 관심이 많아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도가 높다”고 전했다.

자산 배분 자체를 통해서도 절대수익 추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국외에 투자를 하더라도 주식형 펀드에 그냥 돈을 묻기보다 대상 국가마다 목표를 정한 주식, 채권, 원자재 등으로 나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식이다.

자연스럽게 리스크 분산효과를 볼 수 있다. 과거 국외, 국내로 나눠 국외 상품은 중국, 브라질 주식형에 묻고 나머지는 국내 펀드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부동산의 경우도 맥락은 비슷하다. 아파트와 땅을 사서 값이 오르기를 기다리기보다 도심형 생활주택으로의 활용, 소규모 빌딩 투자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원칙 2.글로벌 경제가 투자 대상

“주변에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고, 금융이나 경제에 대한 지식도 상당하다. 그만큼 다양한 상품에 관심을 갖고, 수익 추구에도 적극적이다.”

30~40대 강남 부자들의 재테크 기본 중 하나는 경제와 금융 지식에 밝다는 점이다.

김영만 지점장은 “새로운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은행, 보험사 등 정해진 금융기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증권 관련 금융기관과 복수거래를 한다”고 밝혔다.

이런 특징은 재테크 성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식형 펀드, 국공채, 아파트 등으로 이어지는 전통적 포트폴리오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과 경제 지식이 더해진 새로운 자산 배분을 시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최근 글로벌 경제는 신흥국의 부상과 인플레이션, 선진국 침체, 스마트 IT기업의 부상, 원자재 가격 상승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런 거시경제 현상은 바로 투자로 직결된다. 신흥국 부상을 전제로 중국이나 브라질 펀드에 투자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로 채권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킨다.

또한 중국 등 신흥국 물가 관련 채권이나 소비재 관련 펀드, 인프라 투자 펀드도 투자 대상이 된다.

선진국의 경우 바이오, IT,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이 부상하는 만큼 관련 투자 펀드에 집중한다. 금, 원유 등 자원 관련 주식이나 실물투자, 중국 부동산·리츠 상품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식이다.

강남 PB들은 “젊은 고객들 중 상당수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염두에 두고 금이나 골드예금, 금 관련 주식 등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면서 “금 투자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미술 작품 등 대안투자도 큰 맥락에서 보면 유사한 점이 있다. 과거 호당 가격을 기준으로 미술품을 모으는 부자들이 많았다면 젊은 강남 부자들은 신생 작가에 더 관심을 가진다. 앞으로 뜰 ‘블루칩’을 미리 찜하는 것. 이를 위해 수시로 정보를 교환한다.

“기본적으로 기업 투자에 관심이 많다. 부모로부터의 상속도 많지만 상당수 젊은 강남 부자들이 스톡옵션이나 주식 등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원칙 3. 기업을 본다

안성은 한국씨티은행 강남지점 PB팀장 말이다. 젊은 강남 부자들이 기본적으로 기업에 대한 관심이 많고, 투자 포트폴리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강남 PB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실제 젊은 강남 부자들은 재건축 아파트나 토지 같은 부동산보다 증권 등에 관심을 더 많이 표한다. 펀드, 보험, 예금 등 다양한 분산 투자 또한 이에 영향을 미친다.

한 채권 딜러는 “슈퍼리치로 불리는 자산가들은 전통적으로 국내 채권, 특히 국공채에 돈을 묻어 두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우량회사채와 국외 채권에도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젊은 투자자들의 경우 자금의 3분의 2 정도는 우량 채권에 깔고 나머지는 고수익을 추구하면서 주식 관련 채권이나 투자적격 바로 위 등급의 회사채 등에 뭉칫돈을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상장 주식 또한 비슷한 경우다. 평소 본인 네트워크나 정보 교환을 통해 우량 기업을 발굴, 비상장 단계에서 투자를 감행한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지인 몇 명을 모아 뭉칫돈을 만들기도 한다.

실제 한 PB가 전하는 사례.

“고객 중 한 명이 비상장주에 관심이 많아 친구들과 함께 돈을 모아 비상장 주식에 투자를 하더군요. 이후 투자한 비상장 주식 장외 가격이 크게 올라 수익률이 170%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평소 기업과 시장에 관심이 많아야 가능한 투자죠.”

앞의 강 모 씨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주식과 채권, 부동산으로 나뉘는 포트폴리오에 연연하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나 성장 트렌드를 보고 투자를 한다. 성장동력이나 경제 동향을 먼저 보고 이에 따른 자산과 투자 상품을 배분하는 것으로 아버지 세대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김병수(팀장), 김경민 기자, 김범진 기자, 문희철 기자, 윤형중 기자, 조은아 기자 / 사진 = 박정희 기자, 이보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