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문 여는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우주선'에서 길 잃지 않는 법…
1~10 순서대로 따라가 보세요
- 깜깜한 밤, 서울 한복판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다고? 21일 개관하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야경이다. 4만5133장의 곡면 알루미늄 패널을 연결해 만든 외피 사이로 은은하게 새어 나온 조명이 미래 도시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다리 이름은 아예 ‘미래로’. 이제 진짜 ‘DDP호’에 탑승할 시간이다.
택시를 타고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향하는 길, 저 멀리 DDP가 보이자 우리 김 기사님 하시는 말씀.
“무슨 우주선 같어. 당최 주변이랑 저렇게 안 어울려서야 원. 안 그래도 여기 막히는데 더 막히게 생겼어. 신문 보니까 지하 무시기라나, 자하 무시기라나 엄청 대 세게 생긴 여자가 만들었다더구먼. 그런데 신기하기는 해. 그렇잖아요 양반? 안에는 우째 생겼나 몰라. 손자 데리고 한번 가보긴 해야 쓰겄어. 언제 문 여는지 아슈?”
5년간의 대공사 끝에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선 DDP가 내일 문을 연다. ‘민심의 창(窓)’ 김 기사님 말대로 이 건물, 논란거리다. 그런데 네모난 빌딩에 길들여진 우리 눈엔 분명 새로운 건물이다. 제각각 모양 다른 알루미늄 패널 4만5133장을 붙여 물 흐르듯 만들었다. 게다가 다양한 문화 전시가 동시에 펼쳐진다. 건축도 즐기고, 문화도 향유하며 주말 한나절 보내기에 딱 좋은 새 구경거리다.
- 블랙홀 같은 어울림 광장의 동굴계단.
문제는 초행자가 쉽게 관람할 수 있는 건물이 아니란 점. 알려진 대로 ‘비정형 건축의 대가’인 이라크계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는데, 동선이 무척이나 독특하다. 크게 알림터, 배움터, 살림터 세 곳으로 나뉘지만 지하와 지상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층 구분도 잘 안 된다. 비정형 공간이 빚어내는 특이한 공간 경험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다. 완공 뒤 4번 간 기자도 여전히 헷갈린다.
주말매거진이 복잡한 DDP를 쉽게 즐길 수 있는 동선을 독자들께 알려 드린다. 가장 안 헷갈리면서 전체를 훑어볼 수 있는 방법. 자, 그럼 출발!
1 출발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출구
DDP에 가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지하철이다. 지하철 2·4·5호선 환승역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어울림광장'과 연결된다. 주차장은 있지만 주차 가능 대수가 총 350여대밖에 안 된다. 개관 때 사람이 몰릴 걸 감안하면 대중교통이 낫다.
2 종합안내소: 지도를 꼭 챙기자
관람이 시작되는 곳. 지하철에서 올라와서 오른쪽을 보면 '물음표'가 적힌 건물이 보인다. 여기가 종합안내소다. '종합 안내 지도'를 반드시 챙기자. 곳곳에 안내도가 있지만 헷갈린다. 여기선 유모차, 휠체어도 빌릴 수 있다.
3 매표소: 31일까지무료, ‘ 간송문화전’ 만 유료
종합안내소에서 나와 건너편 밀리오레 쪽을 바라보면 디자인 장터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 오른쪽 끝으로 가면 매표소가 나온다. 21일 개관일부터 31일까지는 '간송문화전'(8000원)을 제외하고는 무료. 4월 1일부터는 전시 관람료를 내야 한다. '간송문화전' '스포츠디자인전' 등 특별 기획전 입장료는 각 8000원, '엔조마리 디자인전' '자하 하디드 360도'는 각 4000원, '울름 디자인과 그 후'는 2000원이다. 통합 관람료 9000원(간송문화전 제외)을 내는 게 비용 대비 효용이 큰 편.
4 알림터 알림 1·2관: 곡선을 만끽하라
매표소 옆에 A1이라고 적힌 입구가 보인다. 콘퍼런스·공연·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 '알림터'다. 여기에 알림 1·2관 2개 관이 있다. 자하 하디드의 곡선 건축이 주는 풍부한 공간감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 알림 1관은 천장이 최고 20m로 DDP에서 가장 높다.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천송이(전지현)가 와이어 액션 연기를 하다 사고를 당한 장면을 여기서 촬영했다. 기둥 없이 흰색 유리섬유 강화 석고보드(GRG)로 마감한 실내 공간에서 고래 배 속을 탐험하는 듯한 묘한 공간감을 만끽하시길. 21~26일엔 서울패션위크가 열린다. 패션쇼 표를 가진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5 배움터 디자인전시관
알림터에서 광장으로 나와 앞쪽을 보면 ‘M2’라고 적힌 건물이 나온다. DDP의 기획전이 열리는 배움터 건물. 광장에서 바로 연결되는 ‘디자인전시관’에서 기획전 ‘스포츠디자인’전이 열린다. 동대문운동장을 추억하며 디자인으로 스포츠를 보여주는 전시. 황선홍 축구화, 박태환 3D 애니메이션, 이상화 아트북, 박찬호 소장품, 이봉주 초상, 엄홍길 로봇 발, 기보배 한복 등이 나온다. 여기에 2012년 런던올림픽 때 런던에서 열렸던 ‘디자인투윈’ 전시도 같이 열린다. 마이클 펠프스, 샤라포바의 실루엣 옆에 서서 자기 키와 비교해 보시길. 단, 키 작다고 좌절 말자. 그들은 서양인, 그중에서도 월드 스포츠 스타니까.
-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6 디자인 둘레길, 조형 계단
이 건물엔 뚜렷한 층 구분도, 일반적 계단도 없다. 디자인 둘레길은 그런 구조 덕에 나온 보석 같은 공간이다. 배움터 ‘디자인전시관’과 바로 위 공간인 ‘디자인박물관’을 거쳐 배움터 꼭대기까지 완만한 경사로 둥그렇게 감싸 올라가는 길이다. 총길이 533m. 둘레길 바깥으로 가면 지하 2층부터 4층까지 연결된 유선형 계단이 있다. 곡선을 유지한 채 돌아 내려가는 이 계단 역시 비정형 구조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 전시는 못 보더라도 이 두 공간은 꼭 보시길. 계단 꼭대기에서 꼭 아래를 내려다보자.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몰래 들여다보는 것 같은 쾌감을 맛보리라.
7 배움터 디자인박물관
‘간송문화전’이 열리는 곳이다.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 신윤복 ‘혜원전신첩’(국보 제135호) 등 귀한 작품이 총출동한다.
8 디자인놀이터
배움터 4층은 살림터와 연결돼 있다. 여기에 어린이들이 디자인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디자인놀이터’가 있다. 디자인놀이터는 5월에 오픈. 대신 이곳 로비에서 ‘자하 하디드 360도’전을 만날 수 있다. DDP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비정형 테이블, 액세서리 등이 전시됐다. 서울에서 영감 받아 만든 ‘서울 테이블’을 눈여겨볼 것.
- 잔디 언덕에서 바라본 디자인 놀이터 로비.
9 잔디사랑방, 잔디 언덕
디자인놀이터 옆에 있는 ‘잔디사랑방’은 텅 빈 공간이다. 채워지지 않았을 때 더 멋있는 이 건물의 매력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자하가 디자인한 벤치에 앉을 수도 있다. 이곳 외부에 잔디 언덕이 있다. “언덕 같은 건물”을 기대했던 건축가의 뜻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뭣보다 반가운 건 밟고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이란 사실. 어린아이와 온 부모들은 꼭 들러야 할 장소다.
10 살림 1관
잔디사랑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면 살림 1관이 나온다. 디자인 소품을 사고팔 수 있는 곳. 기념품 하나쯤 챙기는 것도 좋겠다. 노출 콘크리트 계단이 빚어내는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며 DDP 투어 마무리! 전시를 안 보고 건물만 대강 훑는다 해도 이 코스를 돌려면 2~3시간이 걸린다. 동선 외우기 힘드신 분들은 주말매거진을 챙겨 DDP로 향하시길 권한다. DDP 종합안내도에도 없는 코스 안내도니까.
체크! DDP 깨알정보
안내데스크
종합안내-종합안내실 (02)2153-0000
투어안내
해설사와 함께하는 투어코스 인터넷, 모바일 사전 예약 및 현장 접수 (02)2153-0114
개관 전시 관람 시간
특별기획전 오전 10시~오후 7시
일반기획전―매주 수·금 연장운영 오전 10시~오후 9시
휴관 매주 월요일
유모차, 휠체어 사전 예약
종합안내실 (02)2153-0000
분실물 보관
고객지원실 (02)2153-0114
응급처치
의무실(살림터 B2층, 오전 9시~오후 9시). (02)2153-0114
DDP 홈페이지 www.ddp.or.kr
1. 길을 잃으면 무조건 지상으로 나와 다시 시작하시길. 안에서 맴돌다 보면 되레 방향감각 상실하기 십상이다.
2. 아이를 데려온 부모라면 각 안내데스크에서 '미아방지 안심밴드'부터 챙기자.
3. 이곳만 오면 당신도 사진작가! DDP의 조형 계단, 어울림광장 동굴계단 등 8곳은 '촬영 명소'로 꼽힌다. DDP 홈페이지 '포토존' 코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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