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道 100味
입력 : 2014.07.03 04:00
-->삼겹살 아니면 생선회. 여름휴가 가서 제일 많이 먹는 음식이라죠. 좀 지겹지 않으신가요. 이번 휴가 때는 지역 별미나 특산물을 맛보면 어떨까요. 그러기엔 재래시장이 제격입니다. 이번 주에는 주말매거진팀이 엄선한, 전국 유명 휴양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괜찮은 시장과 그 시장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별미를 도(道)별로 소개합니다. 주말매거진이 그리는 '2014 맛집여지도'입니다.
이달 중순 끝물인 쫄깃쫄깃한 서천 수산물특화시장의 갑오징어, 담백한 맛이 일품인 정선오일장의 메밀배추전 등
지역 시장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이 있습니다. 이번 휴가 때는 이와 같은 지역 별미나 특산물을 맛보면 어떨까요..
재래시장서 찾은 맛의 오케스트라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갑오징어
이달 중순 끝물인 갑오징어… 상추쌈에 막된장 찍어 먹으면 쫄깃쫄깃
충남 최남단 서천으로 간다. 동쪽엔 금강이 소멸하며 부려놓은 옥토, 서·남쪽엔 갯벌이 펼쳐진 땅이다. 서천의 대표 재래시장은 '수산물 특화시장'. 2004년부터 상설 시장으로 바뀌었는데, 1층에서 횟감을 사 2층 식당가로 올라가 상차림 값 1인당 4000원을 내고 식사하면 된다.
어물전마다 게나 광어가 잔뜩이지만 지금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갑오징어다. 등에 길고 납작한 뼈(甲)가 있어 이름 붙은 갑오징어는 맛으로도 오징어계의 갑(甲). 서천에선 5~6월 꼴뚜기와 갑오징어의 앞글자를 딴 '꼴갑축제'도 연다. 큰 놈은 800g 정도 나가는데, 주로 즉석에서 회를 쳐 먹는다. 한 마리는 회로, 한 마리는 데쳐 먹으려고 손질해 2층으로 올라간다. 식당 19곳 중에 아무 데나 들어가 앉는다. 10분 뒤 대령한 놈을 한 점 집어 씹는다. 이가 살점에 한참이나 들어가 박힌다. 두툼한 살집과 찰기 덕분에 보통 오징어와는 차원이 다른 식감이다. 막된장에 마늘을 쌓고 상추에 쌈을 싸 오물거리니, 저작근(咀嚼筋)이 뿌듯하다. 재래시장답게 식당 안 데시벨(㏈)은 이미 월드컵 길거리 응원 수준. 얼굴이 불콰한 아저씨가 회덮밥이 담긴 대야를 들고 오더니 한 숟갈을 입에 떠먹이며 말한다. "바로 이 맛 아닙니까."
위치·전화 충남 서천군 서천읍 686-1(춘장대 해수욕장에서 약 25㎞), (041)951-1445
시장 정보 갑오징어는 7월 초·중순까지만 나오니 서두르지 않으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큰 놈은 1만5000원, 작은 놈은 1만원대다.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 2층 식당은 가격이 통일돼 있다. 상차림은 1인당 4000원. 탕이나 공깃밥은 1000원이다. 전어구이·주꾸미·꽃게찜·대하구이·간재미 무침은 1㎏에 5000원이다.
서천 한산5일장&한산모시냉면·한산소곡주
'한산모시'만 아는 당신, 모시막걸리·모시전·모시물냉면 맛보세요
배를 불리고 나오니 오후 3시, 아직 해가 짱짱하다. 시원한 게 당긴다. 서천 하면, 자동 반사적으로 '한산모시'가 나와야 하는 법. 서천읍에서 차를 몰아 10분쯤 가니 한산면이 나온다.
한산초등학교 근처에서 매달 1·6일로 끝나는 날 소규모 5일장이 열리는데, 갖가지 모시를 만나볼 기회다. 모시로 옷도 짓지만 음식도 한다. 한산모시관 바로 맞은편에 있는 '담쟁이넝쿨'로 간다. 식당 앞엔 웬 장독대가 200~300개가 늘어서 있는데, 모시로 담근 고추장·된장이다. 메뉴판에 모시막걸리며 모시된장찌개, 모시비빔밥 등 별별 모시 음식이 걸려 있다. 모시물냉면과 모시전, 모시막걸리를 주문한다. 모시를 온종일 삶아 우려낸 국물에 메밀면을 섞어 먹는데, 국물이 묘하게 시큼해 목 넘김이 짜릿하다. 파 대신 모시를 썰어 구운 모시전 한 점에, 미숫가루처럼 뽀얀 모시막걸리로 입을 헹군다. 이왕 취기가 돈 김에, 1500년 역사의 한산소곡주도 한 병 주문한다. 맑은 금빛의 술이 식도를 타 넘을 때마다 연한 매실처럼 달큰한 향이 난다. 도수는 16~18도 정도지만 '앉은뱅이술'이라 불리니 조심할 것.
위치·전화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 182번지, (041-950-4125)
5일장 서는 날 1·6일
시장 정보 시장 주변에 한산소곡주 전문 소재점이 도열해 있다. 대략 용량은 750㎖나 1500㎖로 나뉘는데 2만~4만원 정도 한다. 담쟁이넝쿨 이 식당은 모시 전문점으로 TV에도 여럿 소개된 적이 있다. 식당 뒤편에 모시밭이 있어 '진짜 모시'를 구경 못 해본 도시 사람들에겐 신기한 구경이 될 수도 있겠다. 모시막걸리는 5000원. 냉면은 6000원, 모시전은 1만원. 문의 (041)951-9288
구포시장&구포국수
바람에 말린 구포국수… 한 젓가락에 바닷바람 머금은 듯하다
(위) 맑은 국물에 담겨 나오는 구포국수. 면발이 탱탱하고 쫄깃하다.
(아래) 삼진어묵 '어묵고로케'
구포시장은 재래시장이지만 규모가 크고 활기가 넘쳤다. 부산의 서쪽 끝 낙동강 어귀에 있는 구포는 조선시대부터 물자와 인물이 모이던 큰 장이었다. 1905년 경부선 구포역이 개통되면서 더욱 중요한 교통 요지가 됐다. 일제강점기에는 쌀, 밀 등 각종 곡물이 구포에서 일본으로 보내졌다. 자연 곡물 가공공장이 성황을 이뤘다. 제분소가 생기자 국수공장들이 구포에 들어섰다. 6·25가 끝나고 미국에서 구호물자로 밀가루가 들어오면서 국수공장들은 호황을 이어갔다. 구포는 소면(素麵) 즉 가는 밀국수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고, '구포국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덕천고가 '진땡'.구포국수의 명성은 시장 안 이원화구포국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디포리(밴댕이)로 뽑은 맑은 국물에 담겨 나오는 국수는 시골 색시처럼 소박하고 얌전한 인상이나, 입안에서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면발이 탱탱하고 쫄깃했고, 구포에 부는 바닷바람을 머금기라도 한듯 짭조름했다. 디포리 육수의 진한 감칠맛에 밀리지 않고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어릴 적 아버지의 국수공장에서 생산하던 구포국수 맛을 재현하고 있다는 이원화(53)씨는 "바람을 얼마나 통하게 하느냐의 노하우"라고 했다. "그냥 말리는 게 아닙니다. 국시를 처음에는 15㎝ 간격으로 널었다가 차츰 간격을 좁혀줘야 면발이 흩날리지 않고 차분하게 앉아 있죠."
구포시장에는 많은 구포국수 전문점이 있다. 온국수·냉국수 3500원, 비빔국수 4000원으로 가격은 비슷하다. 냉국수는 차갑게 식힌 디포리 국물을 부어 내는데, 비린내나 쓴맛이 없고 국수가 오래 쫄깃함을 유지한다. 건면을 살 수도 있다. 500g짜리 구포국수 1다발 2500원, 3개 7500원, 6개 1만4000원, 18개 4만2000원. (051)333-9892, www.guksoo.com
위치·전화 부산 북구 구포동 589(해운대에서 약 17㎞), (051)309-4901
5일장 서는 날 1·6일
시장 근처 맛집
구포시장 건너편 덕천고가(德川古家) 명함엔 ‘뼈다구가 있는 집’이라고 새겨 있다. 부산시 공인 부산 최고(最古) 돼지국밥집이란 자부심의 표현이다. 대표 메뉴인 ‘진땡’은 돼지뼈를 24시간 고아 우려내 사용하기도 한다. 날달걀 1개가 딸려 나오는데, 단골들은 국밥이 식기 전 달걀을 풀어 먹는다. 진땡에 된장을 풀고 푸성귀를 넣어 구수하게 끓인 장국도 맛있다. 진땡·장국 5500원. 부산 북구 구포1동 609-8, (051)337-3939, www.jangguk.com
삼진어묵 '어묵고로케'.삼진어묵 베이커리는 구포시장에서 꽤 떨어진 영도에 있지만, 이곳 ‘어묵고로케’가 워낙 인기라 굳이 소개한다. 오래된 부산어묵 제조업체인 삼진어묵에서 옛 공장을 역사·체험관으로 만들었다. 1층에 수십 가지 어묵을 빵집처럼 손님이 직접 골라 담게 했다. 이 중 최고 히트작이 어묵고로케다. 생선살 반죽 속에 새우·치즈·감자 등 각종 재료를 넣고 빵가루를 입혀 튀긴다. 1개 1000원, 6개 1상자 5500원. 부산 사하구 장림동 다대로 1066번길 51, (051)265-5468
삼천포용궁수산시장&쥐치포
국내산 쥐치로 만든 진짜 쥐치포를 구할 수 있다. 흔히 파는 베트남산과 달리, 두툼하고 불그스름하고 쫄깃하고 감칠맛이 배 있다. 생산공장 겸 판매처인 성일산업에서 400g 3만원에 살 수 있다. 남해 수산물이 여기만큼 풍성하고 다양한 시장도 드물다. 수산시장 맞은편 횟집들에 가서 몇천 원 정도의 '초장비'를 내면 회를 썰어주고 매운탕도 끓여준다.
위치·전화 경남 사천 동동 485-2(남일대해수욕장에서 약 4.5㎞), (055)835-2229
시장 근처 맛집
오복식당(055-833-5023)과 파도한정식(055-833-4500)은 삼천포 대표 맛집이다. 해산물 정식 1인분 1만1000원. 팔포회타운 원조물횟집은 이름처럼 물회를 잘한다. (055)833-1261
(위) 맑은 국물에 담겨 나오는 구포국수. 면발이 탱탱하고 쫄깃하다.
(아래) 삼진어묵 '어묵고로케'
맑은 폭포·시골 두부… 아저씨, 양구에 군대 말고도 있어요 숨 죽이면 들리는 소리는 오직 물소리뿐… 태백 무건리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지 1위… 대한민국 최장 산책로 색색의 조명이 만든 황홀한 야경… 한국의 샌프란시스코 술맛 땡기는 제철 해산물의 보고… 24시간 마산 기행
경상도
바람에 말린 구포국수… 한 젓가락에 바닷바람 머금은 듯하다
■구포시장&구포국수
구포시장은 재래시장이지만 규모가 크고 활기가 넘쳤다. 부산의 서쪽 끝 낙동강 어귀에 있는 구포는 조선시대부터 물자와 인물이 모이던 큰 장이었다. 1905년 경부선 구포역이 개통되면서 더욱 중요한 교통 요지가 됐다. 일제강점기에는 쌀, 밀 등 각종 곡물이 구포에서 일본으로 보내졌다. 자연 곡물 가공공장이 성황을 이뤘다. 제분소가 생기자 국수공장들이 구포에 들어섰다. 6·25가 끝나고 미국에서 구호물자로 밀가루가 들어오면서 국수공장들은 호황을 이어갔다. 구포는 소면(素麵) 즉 가는 밀국수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고, '구포국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 덕천고가 '진땡'.
구포시장에는 많은 구포국수 전문점이 있다. 온국수·냉국수 3500원, 비빔국수 4000원으로 가격은 비슷하다. 냉국수는 차갑게 식힌 디포리 국물을 부어 내는데, 비린내나 쓴맛이 없고 국수가 오래 쫄깃함을 유지한다. 건면을 살 수도 있다. 500g짜리 구포국수 1다발 2500원, 3개 7500원, 6개 1만4000원, 18개 4만2000원. (051)333-9892, www.guksoo.com
▶위치·전화 부산 북구 구포동 589(해운대에서 약 17㎞), (051)309-4901
5일장 서는 날 1·6일
시장 근처 맛집 구포시장 건너편 덕천고가(德川古家) 명함엔 ‘뼈다구가 있는 집’이라고 새겨 있다. 부산시 공인 부산 최고(最古) 돼지국밥집이란 자부심의 표현이다. 대표 메뉴인 ‘진땡’은 돼지뼈를 24시간 고아 우려내 사용하기도 한다. 날달걀 1개가 딸려 나오는데, 단골들은 국밥이 식기 전 달걀을 풀어 먹는다. 진땡에 된장을 풀고 푸성귀를 넣어 구수하게 끓인 장국도 맛있다. 진땡·장국 5500원. 부산 북구 구포1동 609-8, (051)337-3939, www.jangguk.com
- 삼진어묵 '어묵고로케'.
삼진어묵 베이커리는 구포시장에서 꽤 떨어진 영도에 있지만, 이곳 ‘어묵고로케’가 워낙 인기라 굳이 소개한다. 오래된 부산어묵 제조업체인 삼진어묵에서 옛 공장을 역사·체험관으로 만들었다. 1층에 수십 가지 어묵을 빵집처럼 손님이 직접 골라 담게 했다. 이 중 최고 히트작이 어묵고로케다. 생선살 반죽 속에 새우·치즈·감자 등 각종 재료를 넣고 빵가루를 입혀 튀긴다. 1개 1000원, 6개 1상자 5500원. 부산 사하구 장림동 다대로 1066번길 51, (051)265-5468
■삼천포용궁수산시장&쥐치포
국내산 쥐치로 만든 진짜 쥐치포를 구할 수 있다. 흔히 파는 베트남산과 달리, 두툼하고 불그스름하고 쫄깃하고 감칠맛이 배 있다. 생산공장 겸 판매처인 성일산업에서 400g 3만원에 살 수 있다. 남해 수산물이 여기만큼 풍성하고 다양한 시장도 드물다. 수산시장 맞은편 횟집들에 가서 몇천 원 정도의 '초장비'를 내면 회를 썰어주고 매운탕도 끓여준다.
▶위치·전화 경남 사천 동동 485-2(남일대해수욕장에서 약 4.5㎞), (055)835-2229
시장 근처 맛집 오복식당(055-833-5023)과 파도한정식(055-833-4500)은 삼천포 대표 맛집이다. 해산물 정식 1인분 1만1000원. 팔포회타운 원조물횟집은 이름처럼 물회를 잘한다. (055)833-1261
전라도
물오른 통통한 바지락에 새콤달콤 야채, 밥도둑이 여기있네
■강진읍시장&회춘탕·바지락회무침
‘남도 답사 1번지’ 전남 강진. 월출산과 다산 초당, 청자 가마터 같은 향토적 서정이 은은한 곳이다. 시장도 마찬가지. 5일장이 선 지난 29일 강진읍 시장을 찾았다. 튀밥 터지는 소리나 스티로폼에 삐뚤빼뚤 쓴 ‘국네산’ 같은 오자(誤字)마저 정겹다. 이맘때 시장에서 가장 물 좋은 건 바지락. 대야에 담겨 물총을 쏘는 이놈들 대부분이 대구면·칠량면에서 왔다. 껍데기 깐 바지락이 1㎏당 1만원 정도인데, 더 달라고 하면 한 움큼 더 준다. 강진만 일대는 담수천이 많이 흘러드는 덕에 바지락의 짠맛이 덜하고, 강진군청에서도 차진 바지락을 위해 주기적으로 양식장에 모래를 뿌려 품질이 좋다.
시장 근처 식당에서 바지락 요리를 하지만, 제대로 맛보려면 칠량으로 가야 한다. 차로 10분 거리 칠량면 영동리에 문 연 지 18년 된 ‘청자식당’이 있다. 오후 1시, 인적이라곤 전무한 곳인데도 성인 키 높이 식당에 들어서자 손님이 10명 정도 북적인다. 바지락회무침을 시킨다. 소(小)만 시켜도 성인 3명 정도는 거뜬하다. 채 썬 애호박과 양파 따위를 바지락 살과 함께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것인데, 냉면 대접에 참기름을 두르고 김을 부숴 밥을 비벼 먹는 게 정석(定石). 시큼하고 달콤하고 쫀득한 것이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 청자식당 ‘바지락회무침’.
보양(補養)하고 싶다면, 강진군에서 야심 차게 밀고 있는 ‘회춘탕’을 맛봐야 한다. 엄나무·당귀·가시오가피 등 12가지 한약재를 곤 물에 토종닭을 삶은 다음 문어를 넣고 다시 전복·수삼·밤·대추를 팔팔 끓인 요리다. 갈색에 가까운 진한 국물 한 숟갈만 떠 마셔도 ‘회춘(回春)’이란 단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느낌이 확 온다. 값은 10만원인데, 장정 4명이 달려들어도 다 먹기가 힘에 부친다.
▶위치·전화 전남 강진군 강진읍 동성리 188-16(월출산에서 약 26㎞), (061)434-4485
시장 정보 청자식당 메인 요리인 바지락회무침은 소(小) 2만5000원, 대(大) 3만원. 공깃밥은 1000원이지만, 더 먹고 싶으면 공짜로 준다. 전남 강진군 칠량면 영동리 1140. 문의 (061)433-1515
시장 근처 맛집 회춘탕은 노화를 방지하는 폴리페놀 함유량이 녹차의 10배다. 재료 손질에 시간이 걸려, 1시간쯤 전에 전화 예약을 하면 좋다. 은행나무(061-433-2366) 만호성(061-433-2209) 거목식당(061-434-2106) 석문정(0610434-6660) 하나로식당(061-0434-0078) 다복(061-434-4774) 등도 회춘탕을 판매한다.
■장흥토요시장&삼합
강진에서 탐진강을 따라 12㎞쯤 가면 장흥이다. 2005년 처음 문을 연 장흥토요시장은 토요일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장흥 한우와 표고버섯·키조개를 한 번에 쌈 싸 먹는 ‘장흥 삼합(三合)’ 때문이다. 5년 전쯤 개발됐다는 이 메뉴는 어느덧 장흥을 대표하는 맛이 됐다. 장흥은 전국 표고버섯 생산량 1위인 데다가 사육하는 한우 마릿수가 지역 주민 수보다 많고, 바다를 접하고 있어 키조개도 많다. 자연스레 이 세 음식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전략이 나온 것. 정육점에서 고기를 양껏 사 식당으로 들어가 삼합을 주문하면 상이 차려진다. 갈비꽃살을 사 들고 근처 식당 ‘끄니걱정’으로 들어간다. 불판에 고기와 버섯, 조개를 올려 구운 뒤 상추나 깻잎에 싸 먹는다. 산·들·바다의 예상 가능한 조화가 고소하게 쩍쩍 씹힌다. 여기저기서 “오메” 소리가 자주 들린다.
▶위치·전화 전남 장흥군 장흥읍 예양리 158-1(수문 해수욕장에서 약 17㎞), (061)864-7002
5일장 서는 날 2·7일, 매주 토요일
시장 근처 맛집 ‘장흥 삼합’은 2010년 KBS 예능 ‘1박2일’을 통해서도 유명해졌다. 고기값은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 갈비꽃살은 230g에 2만원 선이다. 상차림값 7000원에 표고버섯(150g)·키조개(200g)가 기본 1만3000~1만5000원 정도 한다. 끄니걱정(061-862-5678) 명희네(061-862-3369) 등이 대표적.
강원도
껍질째 갈아만든 100% 메밀… 씹을수록 구수한 ‘진짜’의 맛
■정선아리랑시장&메밀전병·수수부꾸미·곤드레밥
“내가 어릴 때 여기 뱅비이재(뱅뱅이재)라고 굽이굽이 서른여섯 골짜기를 넘어 정선장을 다녔드래요. 먹을 게 부족해 강냉이밥 먹고, 산골에서 캐고 따고, 머리에 이고 댕기고 했던 것이 지금은 외려 웰빙식이 됐다고. 어린 시절 먹던 거 그대로, 직접 농사짓고 서비스 팍팍 담아 손님 상에 올리지. 비결이 따로 있나.”
강원도 정선 시장에서 곤드레만드레 식당을 운영하는 전명숙(56)씨는 맛집 많기로 소문난 장터에서도 손맛과 인심으로 이름났다. 1990년대 정선장의 명물 ‘신흥집’을 8년간 운영하다 유방암에 걸려 잠깐 가게를 쉬었지만 일에 대한 열정으로 또다시 밥집을 열었다. 열일곱 살에 시집와 첫아이를 낳은 뒤부터 잠시도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 학교 앞에서 떡볶이 핫도그 등도 팔아보고 여관 청소, 꼬치 공장, 남의 집 식당 일 등을 한 뒤 꿈에 그리던 자기 가게를 차렸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지만 일을 해서 산 거 같아. 일을 안 하면 재미없어, 사는 게. 맛의 비결? 굳이 찾자면 이거예요”라며 보여주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어찌나 굵은지 그간의 고단한 세월이 고스란히 담겼다.
“수수부꾸미를 제비치기라고 불렀다고. 초복이 오면 엄마가 솥에 햇광쟁이(광쟁이는 강낭콩의 강원도 사투리)를 삶아서 팥고물 넣고 부쳐서 옥수수밭에 던졌다고. 농사 잘되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야. 그 맛이 그렇게 기가 막힌 거예요.” 그 말을 들어서일까. 입에 착착 붙는 것이 천국이 따로 없다. 양념장이 구수한 곤드레밥(6000원)이 일품이다.
- 회동집 '메밀묵말이'.
대박집은 말 그대로 맛이 대박이라고 시장 사람들이 입을 모으는 곳이다. 메밀 쌀을 맷돌에 갈아 보드라운 채로 걸러서 부친다는 메밀부치기(2000원)·메밀전병(2000원)으로 유명하다. 고랭지 배추로 담근다는 김치의 맛이 알싸하다.(033)563-8240
2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회동집은 5일장이 열리는 날은 줄 설 각오를 해야 한다. 밀가루와 메밀을 반반 섞은 콧등치기(5000원)는 탱글탱글한 식감이 인상적이고, 메밀 100%를 껍질째 갈아 만드는 메밀 묵말이(5000원)는 심심한 묵 맛이 이상하게 중독성 있다. 서울에서 먹은 묵이 다 가짜였나 생각될 정도. 시원한 묵말이 한 사발 들이켜니 더위가 달아나는 듯하다. 메밀부치기 종류는 전국 택배 가능하고 3만원 이상 주문 시 택배비 무료.(033)562-2634
▶위치·전화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 344-1(아우라지에서 20㎞), (033)563-6200
5일장 서는 날 2·7일
시장 근처 맛집 옥산장. 해발 1000m 넘는 산에서 뜯어 온 나물로 밥을 한 곤드레밥과 갈아 놓은 감자의 앙금과 건더기를 혼합하여 시루떡 모양으로 쪄내어 먹는 ‘감자붕생이’로 유명하다. 정선군 여량면 여량리 149-30, (033)562-0739
■속초관광수산시장&아바이순대·닭강정
너무 현대화돼서 시장 고유의 맛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장 면면을 둘러보니 그래도 옛정은 살아있다. 이젠 전국구 브랜드가 된 만석 닭강정. 지난해 롯데마트에 이어 최근 롯데백화점에도 입점한 데다 택배로도 사 먹을 수 있어 굳이 현장까지 가서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시장통에서 줄 서는 기분은 확실히 다르다. 그 옆에 ‘땡초김밥’으로 이름난 김민경의 섹시한 꼬마김밥이 별미다. ‘네가 매워 봤자 김밥이지’라고 했다면 큰코다친다. 인근 청호동 아바이 마을에 가면 오히려 시장보다 더 시장 같은 느낌이 푸근하다. 순대집이 도열해있다. 속초 사람 이상국 시인의 시 ‘청호동에 가본 적이 있는지’를 읽고 가면 더 좋다.
▶위치·전화 강원도 속초시 중앙동 471-4(갯배·아바이 마을이 인근, 속초 해수욕장 20㎞), (033)633-3501
시장 근처 맛집 속초의 명물 물횟집인 봉포 머구리집. 대기표는 각오해야 한다. 속초시 영랑동 148-58, (033)63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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