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재산 가치만 500조원
100집 중 13집꼴 빈 채로 방치… 2023년엔 빈집 비율 21%까지…
지방뿐 아니라 대도시서도 증가
-'빈집 은행' 만들고 세제·금융 개편
지자체, 리모델링 후 임대 돕고 붕괴·화재 위험 땐 강제 철거도
中古주택 혜택, 거래활성화 추진
- ▲ 도쿄=차학봉 특파원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일본에서 빈집이 계속 급증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체 6063만 채(2013년 말 기준) 주택 가운데 13.5%인 820만 채가 빈집이다.
5년 전 조사 때보다 63만 채가 증가했다.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는 "고령화와 세대 수 감소를 감안하면
2023년에는 빈집이 1397만 가구로 늘어나 빈집 비율이 21%로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빈집의 절반이 낡은 임대용 주택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한 지방에서 빈집이 방치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주택이 여전히 부족한 대도시에서도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도쿄도(東京都)의 빈집 비율은 10.9%이며, 증가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도쿄자치단체 조사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빈집은 임대용 주택이 66%로 가장 많고, 자가 주택(24.5%), 매각용 주택(5.3%), 별장(2%) 순이다.
방치된 임대용 주택은 낡아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주택이 대부분이다. 비어 있는 자가 주택은 고령자들이 양로원 등 노인 복지시설에 입소하거나 사망한 후 폐가로 방치된 집들이다. 도쿄자치단체 조사회는 "집주인이 사망했지만 자녀가 없어 상속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많다"고 밝혔다.
일본의 빈집은 재산 가치로는 총 50조엔(약 500조원)으로 추정된다. 방치된 곳은 주택뿐만 아니다. 조사연구기관인 도쿄재단은 개인 소유 산림의 25%가 소유 불명의 토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지 가치가 상속 비용보다 더 낮기 때문에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경작 포기 농지도 전체 농지의 10%인 40만㏊나 된다.
◇붕괴 위험으로 강제 철거… 리모델링 등 빈집 지원책도
지난 5월 도쿄 오타구(大田区)에선 2층 목조 주택을 철거하는 작업이 벌어졌다. 45년 전에 지어진 임대용 주택인데 10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아 지붕이 일부 무너지고 잡초가 무성한 상태였다. 구청이 붕괴·화재 위험 때문에 집주인에게 철거나 개·보수를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아 결국 구청이 강제 철거를 단행했다. 일본의 자치단체들은 빈집을 강제 철거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철거 비용이 만만치 않아 실제 강제 철거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자치단체가 집주인에게 자금을 대주고 리모델링 후 임대하도록 돕기도 한다. 도쿄도는 하치오지(八王子)시의 2층 목조 주택에 대해 210만엔의 보조금을 지급해 리모델링 후 임대를 했다. 각 자치단체는 빈집 주인의 의뢰를 받아 필요한 사람에게 임대해주는 '빈집은행'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빈집을 저렴하게 임대하거나 시민단체에 사무실로 빌려주기도 한다.
- ▲ 일본 도쿄의 도심에 잡초가 무성한 빈 땅과 빈집이 흉가처럼 방치돼 있다. 고령화와 함께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일본의 땅값은 90년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덩달아 빈집도 급증하고 있다. /도쿄=차학봉 특파원
- ▲ 전체 주택 가운데 빈집의 비율이 30%가 넘는 일본 훗카이도 유바리시의 야경. /마이니치 제공
또 인구 유치를 위해 지방 도시들은 비어 있는 공공 주택을 제공하고 정착금까지 지원한다. 빈집 비율이 30%가 넘는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의 경우, 빈집이 많은 지역의 주택단지에 사는 주민들을 다른 중심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 세제 등 종합 대책 손질
일본 정부는 빈집이 늘어나는 것은 제도적 결함에도 원인이 있다고 보고 세제(稅制)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전체 주택 거래량에서 중고(中古) 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13%에 불과하다. 주택 수요자들이 중고 주택보다 신축 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에 연간 90만 가구의 주택이 새로 공급되는데, 이런 현상이 빈집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중고 주택이 매매되지 않는 것은 세제·금융 제도의 맹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축 주택을 사야 3년간 재산세를 절반 면제받을 수 있고, 주택대출에 대한 세제 혜택은 중고 주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중고 주택보다 신축 주택이 대출받기도 쉽다. 60~70년대에 주택을 대량 공급하기 위해 마련된 각종 제도가 주택 과잉 시대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이 빈집을 철거할 경우엔 재산세를 더 내야 한다. 3000만엔짜리 토지에 집이 지어져 있으면 연간 7만엔의 재산세를 내지만, 이를 철거하고 나대지(裸袋地·빈터)로 만들 경우에는 세금이 42만엔으로 올라간다. 이 역시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나대지에 대해선 중과세하는 세제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집이 비어 있는 단독주택을 자치단체가 빌려 리모델링 후 재임대하고 중고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는 내용의 빈집 대책을 연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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