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CEO 선다 피차이 訪韓
"한국, 잘 만들고 잘 팔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새로운 사업 위해서는 외부 역량 빌리는게 좋아"
15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창업 지원 기관 '구글캠퍼스 서울' 강당. 200여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 가운데 정확히 오후 1시가 되자 푸른색 셔츠, 정장 바지에 뿔테 안경을 쓴 중년의 남성이 들어왔다. 지난 8월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 구글의 수장(首長)으로 선임된 선다 피차이(Pichai·43·사진) 최고경영자(CEO)였다. 작년 8월 방한해 구글캠퍼스 서울 설립을 발표했던 그가 1년 4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이다.
피차이 CEO는 이날 한국의 벤처기업가·학생 등을 상대로 가진 특별강연에서 "구글은 항상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라며 "우리는 모든 사람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바꿔나간다는 책임감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세상을 바꿔나간다
피차이 CEO는 세계 IT(정보기술)업계에 불고 있는 인도계 파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인도 남부 첸나이에서 태어난 그는 최고의 이공계 수재들이 모인다는 인도공과대학(IIT)을 졸업했다.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기계공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거쳤다. 그는 2004년 구글에 합류해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브라우저) '크롬' 개발과 세계 최대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인수를 주도했다. 2013년부터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사업까지 총괄하며 구글의 2인자가 됐고, 올해 CEO 자리에 올랐다.
피차이 CEO는 구글의 대표적인 기업 정신에 대해 "문샷싱킹(moonshot thinking)과 칫솔 테스트(toothbrush test)"라고 말했다.
문샷싱킹은 달로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도전으로 큰 폭의 기술 발전을 이룬다는 의미다. 그는 "(문샷싱킹도 중요하지만) 칫솔처럼 사용자들이 매일 쓰는 것을 먼저 혁신해야 한다"며 "더 안전하고 편리한 운전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개발하는 자율주행자동차(무인차)가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말했다. 채혈(採血) 없이 당뇨병을 측정하는 기술,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수억장의 사진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구글 포토'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도 모두 일상생활에서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고민에서 나왔다고 했다.
◇한국 대기업, 인수합병 적극 나서라
삼성·LG 등 한국 대기업과 관련한 청중의 질문에 그는 "빠르게 변해가는 세계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인수와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내부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대규모로 생산·판매하는 일을 굉장히 잘한다"면서도 "빠른 변화 속에서 완전히 새롭게 생각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외부의 역량을 빌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 ▲ 15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서 구글의 선다 피차이 CEO(가운데 파란색 셔츠)와 참석자들이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피차이 CEO는 “구글은 항상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코리아 제공
피차이 CEO가 입사했던 2004년에는 구글이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 기업이었다. 하지만 10년 뒤 구글은 세계 최대의 모바일 기업으로 변신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어떤 산업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세상을 바꿔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위치에 머물지 않고 무인차·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해나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기술 발전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피차이 CEO는 "과거에도 새로운 기계나 기술이 나올 때마다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신기술은 오히려 일하는 방식을 변화 발전시켜왔다"고 반박했다.
피차이 CEO는 이날 강연 중 한 초등학생이 던진 질문을 받고는 활짝 웃었다. 초등학교 2학년 박지효(여·8)양은 미리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어린 여학생이지만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어요. 제게 어떤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피차이 CEO는 "(나는) 그 나이에 컴퓨터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벌써 프로그래밍을 공부한다니 놀랍다"면서 "세계는 지금보다 더 빨리 변하겠지만 네가 나중에 변화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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