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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퍼펙트 스톰 공포 속… 미국號 이륙하다

bthong 2015. 12. 19. 06:57

 

美 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전망미국이 '금리 제로'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제로(0) 수준이던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세계경제의 앞날은 미지수다. 양적 완화라는 비정상적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한 것도 처음이지만,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도 처음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예견된 수순임에도 전 세계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제로 금리 기간 신흥국으로 흘러들었던 자금이 일시에 대거 빠져나가고 달러화 강세로 외환시장이 소용돌이에 빠지는 퍼펙트 스톰(위기가 한꺼번에 겹치는 최악의 상황)이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상 이후의 세계경제는 어디로 가는 걸까. 풍우를 뚫고 가보지 못했던 항로를 순항할 수 있을까. 위클리비즈는 200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엥글 뉴욕대 교수, 201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피터 다이아몬드 MIT 교수, 황하이저우 중국 국제금융공사(CICC) 최고투자책임자(CIO),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 등 경제 전문가 4명을 만나 미 금리 인상 이후의 세계경제 전망을 들어봤다.〈C2~3면〉 이들은 크게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Cover Story] 美 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전망

탠트럼(tantrum)

미국 금리 인상 직후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던 신흥국 금융시장은 막상 금리가 오르자 상승세를 보이는 '안도 랠리'를 펼쳤다. 코스피지수는 0.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8% 상승했다. 미국이 더 늦추지 않고 빨리 금리를 올린 게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더 낫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래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피터 다이아몬드(Diamond·75) MIT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단기적으로 신흥국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탠트럼(선진국의 돈줄 조이기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현상)'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이미 예측된 것이라고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이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크든 작든 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FRB가 추가 금리 인상을 언제, 얼마나 할 것이냐는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2013년 5월에는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이 자산 매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후 4개월 동안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기도 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충격이 있을 수도 있다. 특히 과거보다 차입 투자를 늘린 미국 보험사와 달러화 부채가 많은 신흥국 기업들이 충격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하이저우(黃海洲·72) 중국 CICC 최고투자책임자는 "중국 국영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부채 축소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디커플링(decoupling)과 컨버전스(convergence)

세계경제는 당분간 미국과 다른 나라의 금융정책이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이어질 전망이다. 로버트 엥글(Engle·73) 뉴욕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만이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유럽은 현상 유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일본도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경우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 세계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마커스 브루너마이어(Brunnermeier·46) 프린스턴대 교수는 디커플링 못지않은 세계경제의 트렌드로 경제성장률의 컨버전스(한 지점으로 모이는 것) 현상을 들었다. 선진국이 다시 성장 엔진에 시동을 거는 반면 그동안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던 신흥국들이 예전과 같은 고속 성장을 하기 힘들어지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률이 서로 접근하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재정정책(fiscal policy)

일단 경기가 회복된다는 판단 아래 금리를 올렸지만 미국의 회복 추세가 확실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의 여파로 경기가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다만 이 경우 다시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정부가 자금을 직접 푸는 '재정정책'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이들은 분석한다. 다시 양적 완화라는 '비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버트 엥글 교수는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언젠가 다시 찾아올 불경기에 대응하는 정책 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이제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이라고 했다.

기준금리

☞탠트럼(tantrum)

선진국의 금리 인상이나 돈줄 조이기에 따라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현상. 미국에서는 2013년 FRB가 양적 완화의 단계적 축소 계획을 밝힌 후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테이퍼 탠트럼’ 현상이 벌어졌다.

☞디커플링(decoupling)

커플링(coupling·동조화)의 반대 개념으로 탈동조화를 말한다. 이전에는 미국 경제와 다른 나라의 경제가 같이 움직였지만 이제는 미국과 다른 나라의 정책이 따로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컨버전스(convergence)

여러 국가의 경제성장률이나 정책이 한 지점으로 모이는 현상. 앞으로 세계경제는 선진국 성장률 반등과 신흥국 성장률의 성장 속도 둔화로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률 격차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美 금리 올리고, 유럽·日 안올리고… 금융 디커플링

 

[美 금리인상 이후 글로벌 전망] 마커스 브루너마이어·美 프린스턴대 교수

 

마커스 브루너마이어·美 프린스턴대 교수

/김남희 조선비즈 기자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버블, 금융 위기, 통화정책 등 국제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자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2014년부터 프린스턴대 산하 벤다임금융센터를 이끌고 있다. 벤다임금융센터는 벤 버냉키 전(前)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프린스턴대 경제학과장으로 재직 당시 설립한 금융 전문 연구 기관으로, 버냉키 전 의장은 이 기관을 만들면서 브루너마이어 교수를 직접 영입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10년 열린 '금융위기 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금융 위기 원인에 대한 도서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그가 꼽은 네 권 중 브루너마이어 교수의 논문이 두 편 포함됐다. 그는 현재 국제통화기금(IMF), 뉴욕연방준비은행, 독일 분데스방크,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유럽연합 거시 건전성 정책 감독 기구), 미 의회예산국(CBO) 등에 조언을 하고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미국과 달리, 유럽이나 일본은 양적 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중국 등 일부 신흥국도 확장적 통화 정책을 시행 중입니다. 각국의 경제와 정책이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디커플링은 금융 데이터와 경제성장률로 나눠서 살펴봐야 합니다. 금융 데이터 측면에선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유럽은 한동안 올리지 않을 테니까요. 일본도 조만간 금리를 올린다거나 긴축 정책을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반면, 경제성장률 측면에서는 컨버전스(한 지점으로 모이는 것)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 정상화를 뜻합니다. 세계경제에도 좋은 일이죠. 저는 유럽 경제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럽이 세계 경제성장을 이끄는 기관차는 아니지만, 안정화될 것이고 방해물이 되지는 않을 걸로 봅니다. 신흥국 경제성장은 둔화하고 있죠. 성장 둔화는 파멸적 저성장이 아니라, 그간 아주 높았던 경제성장률이 적정 수준으로 다소 낮아지는 것을 말합니다. 전반적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간 성장률 격차가 줄어들면서 컨버전스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신흥국들은 미 금리 인상에 따른 스필 오버(위기가 국경을 넘어 다른 곳으로 전염되는 현상)를 우려합니다.

"미국 시각에서 보면 금리를 빨리 올리는 것보다는 늦게 올리는 것이 비용을 덜 치르는 방법입니다. 금리를 더 늦게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죠.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따른 물가 하락)에 빠지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시나리오를 따라가게 될 것이란 주장입니다. 그러나 세계경제 관점에서 보면 미국 금리 인상이 너무 늦어져 나중에 금리를 급격히 올려야 할 때 위험이 더 큽니다. 금리 인상이 점진적이 아니라 급격히 이뤄질 경우 국제 자본 흐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주고 특히 자본 유출 측면에서 신흥국 경제에 더 해롭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강행한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을 신경 쓰느라 더 늦지 않은 시기에 금리 인상을 해야 했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고 외국 의존도가 아주 큰 나라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 곳곳이 얽히고설킨 현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이 지난 9월 금리를 동결하면서 중국 경제성장 둔화를 이유로 든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중국 경제가 약해지면 다른 신흥국 경제도 둔화하고 결국 미국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예컨대 중국 수요 감소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원자재 수출국이 밀집한 남미 지역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남미 지역에 수출하는 미국에도 여파가 전해졌죠. 중국은 철강, 구리 등 원자재를 많이 쓰는 투자 집중 경제 구조에서 소비 중심 구조로 체질 전환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처지에서 보면 더 내실 있는 발전을 위해 필요한 변화지만, 중국 경제 규모를 감안했을 때 원자재 수출국들은 곤란한 상황입니다. 미국 정책 당국이 외면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미국 금리 인상은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FRB는 금리 변동 결정의 근거로 객관적인 경제 지표들을 강조해왔습니다. 최근 미국의 임금, 고용 지표 등이 잘 나왔습니다. 경제가 더 건강해지고 안정되고 있다고 봅니다. 12월 금리 인상 후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지는 않을 걸로 봅니다. FRB는 인플레이션 지표 등을 보고 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정할 겁니다. 일각에서는 FRB가 양적 완화(채권 등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정책을 통해 사들인 자산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보다는 금리 인상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FRB가 보유한 채권은 앞으로 몇 년에 걸쳐 만기가 돌아와 자동으로 정리될 겁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양적 완화)보다는 전통적 통화정책(금리 조절)이 더 낫습니다. 2013년 5월 버냉키 전 의장이 자산 매입 축소 방침을 밝혔을 때 4개월 동안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한 현상(테이퍼 탠트럼·선진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현상)을 떠올려보세요. FRB나 금융시장 모두, 더 잘 이해하는 전통적 통화정책을 이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미국 금리 인상 여파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이 안고 있는 위험은 기업들이 달러화 회사채를 많이 발행했다는 겁니다. 달러화 회사채는 장기 부채가 많습니다. 앞으로 국가별 금리 정책 변화에 따라 환율이 달라질 것입니다. 예상대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