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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내 차' 아닌 '우리 차' '마이카 시대'의 종말?

bthong 2016. 4. 9. 06:38


앞으론 '내 차' 아닌 '우리 차'  '마이카 시대'의 종말?

로빈 체이스 카셰어링 업체 '집카' 창업자
대부분 비싼 비용 들여 하루 1~2시간만 자기 차 활용… 공유 자율주행차 좌석 사는 시대 올 것

1999년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케임브리지. 로빈 체이스(Chase)와 안체 대니얼슨(Danielson)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만난 '두 엄마'였다. 가정주부인 체이스는 남편이 출근할 때 차를 갖고 나가면, 걷거나 버스를 타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줬다. 가끔 차가 필요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자동차를 한 대 더 구입해 주차나 정비, 보험을 걱정하고 싶진 않았다. 하버드대 연구원이던 대니얼슨은 마침 '독일 렌터카(rent-a-car)들은 시간 단위로 대여하더라'며 아이디어를 냈고 두 엄마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카셰어링(car sharing)' 업체 집카(Zipcar)는 이렇게 탄생했다.

집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시내 곳곳에 배치된 자동차를 시간, 분 단위로 빌릴 수 있는 서비스 회사다. 자동차 문에 회원 카드를 갖다 대면 문이 열리고 차 안에는 열쇠가 꽂혀 있다. 차를 다 쓴 뒤에는 인근 주차장에 두고 가면 된다. 전통적인 렌터카에 비해 차를 빌리는 시스템이 훨씬 간편하고, 시간·분 단위로 쪼개서 빌릴 수 있어 이런 사업을 카셰어링이라고 부른다.

체이스는 집카 창업 초기인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가 투자자들과의 불화로 회사를 떠났다. 대니얼슨도 학교로 돌아갔다. 두 엄마 공동 창업자가 떠난 뒤로도 집카는 급성장해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런던, 토론토 등 대형 도시들로 영역을 확장했으며 '공유경제' 붐을 타고 2011년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했다. 집카는 2013년 미국 렌터카 회사인 에이비스(Avis)에 4억9100만달러에 인수됐다.

체이스는 회사를 떠난 후 개인 간 카셰어링 업체 버즈카(Buzzcar), 버스정보 공유업체 베니암(Veniam) 등을 창업했지만, 집카만큼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대신 그는 전 세계에 강연을 다니며 '공유경제 전도사'가 됐다. 2009년엔 미 타임지(誌)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체이스(58) 베니암 회장을 만났다. 그는 만나기로 약속한 시내 한 호텔까지 약 30분 걸려 걸어왔다고 했다.

로빈 체이스 카셰어링 업체 '집카' 창업자
로빈 체이스 카셰어링 업체 '집카' 창업자. /김연정 객원기자

―집카를 창업할 때부터 집카의 경쟁자는 '차 소유권(car ownership)'이라고 말했습니다.

"집카의 가장 큰 경쟁자는 '차를 소유한다'는 통념, 두 번째 경쟁자는 '렌터카 회사'였습니다. 렌터카는 소비자를 '차를 더럽힐 잠재적 문제아'로 봤습니다. 반면 집카는 소비자를 '협력자'이자 '공유자'로 봤습니다. 처음에 집카를 창업했을 때 투자자들은 '이용자들이 차를 반납하지 않고 도망갈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그런 문제는 드물었습니다. 이용자들은 감시 없이도 대여한 차를 가져가고 잘 쓴 뒤 반납했습니다."

―미래엔 대부분 사람이 차를 소유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앞으로는 자율주행차의 좌석을 사는 시대가 올 겁니다. 전철이나 버스보다 저렴해질 수도 있습니다."

―집카 같은 카셰어링 비즈니스는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 위주로 진출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시골 지역에선 여전히 차를 소유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카셰어링은 사람들이 통근, 통학하는데 차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고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 적합한 산업입니다. 자율주행차 역시 사람들이 몰려 사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활성화될 것입니다. 인구 밀도가 매우 낮은 교외, 시골 지역엔 자율주행차가 가장 늦게 도입될 것이라고 봅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에도 큰 타격이 될까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할 겁니다. 저는 '잉여 역량'을 활용한다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잉여 역량을 활용하는 업체는 또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에어비앤비이죠."

체이스 회장은 최근 출간한 책 '공유경제의 시대(원제·Peers Inc)'에서 집카, 에어비앤비처럼 남는 자산, 잉여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잉여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는 역할을 기업이 하고, 잉여 역량을 활용하며 그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개인이 한다고 봤다. 그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개인 주식회사(Peers Inc)'라고 불렀다.

―남는 자산을 독점·소유하기보다 개방·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고 하셨습니다.

"자산의 경제적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사람에게 개방하고 공유하는 시대가 옵니다. 미국 정부는 수십년간 연구해 수집한 인공위성 자료를 개방했습니다. 이 덕분에 누구든지 GPS(위성항법시스템)라는 데이터를 이용해 오늘날의 지도 앱이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초기엔 자신들만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회사를 시작했다가, 2014년 전기차 관련 특허 기술을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외부 엔지니어들을 자발적으로 끌어들여서 테슬라의 특허 기술을 갖고 이런저런 실험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비용은 줄이면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죠. 나중에는 테슬라의 기술이 전기차 분야의 '표준 기술'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인데, 이것은 테슬라에 매우 유리합니다."

―그런 잉여 역량, 남는 자산, 어디서 발견해야 합니까.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잉여 역량이 많습니다. 자동차, 침실과 같은 물리적인 자산뿐만 아니라 데이터 같은 디지털 자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과 정부와 스타트업들은 세상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마이카 시대'의 종말?

① 자동차 소유냐 공유냐 ② 자동차 제조업체 타격받나, 공유 서비스 흡수하나 ③ 차 소유는 낭비인가 부의 상징인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12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의 기업 가치가 680억달러(78조3360억원)로, 미국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의 가치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창업 5년 만에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GM을 따라잡았다는 것이다.

1886년 독일의 카를 벤츠가 자동차를 발명한 이후로 130년 동안 자동차는 '소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0년에 차량 공유 서비스 '집카'가 등장하면서 자동차는 '공유'하는 것이란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개념은 집카 같은 1단계 회원제 렌털 서비스에서 우버와 리프트 같은 2단계 나눠 타기 서비스로 발전했다. 장기 리스와 같은 초기 공유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머물던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최근에는 공유 서비스업체 인수 등을 통해 자체 차량 공유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포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차량 공유 서비스를 판매 과정에서 옵션으로 넣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자동차가 '소유'하는 것에서 '공유'하는 것으로 바뀐다면,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제조→대리점→소비자 구매'라는 유통 방식을 '제조→소비자 이용' 단계로 바꿔야 한다. 자동차 공유 사회에서 서비스 제공 업체와 차량 제공 업체 중 어느 쪽이 주력이 되느냐도 관심거리다.

Getty 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쟁점 1: 미래의 자동차는 공유 vs. 소유

가장 큰 쟁점은 미래 자동차 산업이 공유로 변화해 '마이카(my car)'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로빈 체이스 집카 공동 창업자는 "자율주행차가 우리 삶 전반으로 들어오는 미래에는 사람들 대부분이 차를 소유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차가 필요할 때마다 자율주행차를 불러서 타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앨런 베이티 GM 수석부사장은 "차량 공유가 가능할 정도로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려면 정부 규제나 지자체의 인프라 구축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며 "전통적 오너 드라이브 시대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반적 제조업 성장세 둔화 분위기로 자동차 업계의 전략이 소유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자동차 업계는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하드웨어적인 측면보다, 이동성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측면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쟁점 2: 자동차 제조업체 타격받을 것 vs. 공유 서비스 흡수할 것

기존 자동차 기업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체이스 집카 공동 창업자는 "프랑스 자동차 회사 푸조가 후추를 갈아내는 그라인더 회사에서 자동차 회사로 변화했듯이 지금부터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베이티 GM 부사장은 "기존 자동차 제조사야말로 차량과 인프라, 인력, 기술을 모두 가져 공유 시스템에 최적화돼 있다"며 "공유 서비스가 강화되더라도 기존 체제가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분야가 생기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ABI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면 소비자가 차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제조사가 카셰어링 업체로 변신하게 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는 자동차 회사가 공유 서비스를 흡수하면서 기존 판매 조직을 축소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쟁점 3: 차를 소유하는 건 자원 낭비 vs. 부의 상징

자동차는 사람의 소유물 중에서 가장 적은 시간 사용되면서 비싼 값을 치르는 물건 중 하나다. 대부분은 하루 1~2시간 정도만 운전하고, 나머지 시간은 주차장에 세워둔다.

체이스 집카 공동 창업자는 "차를 쓰는 시간에 비해 주차, 보험 등으로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건 낭비"라며 "차를 빌리는 행위가 은행 현금 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것처럼 편리해져 소유라는 통념은 무너졌다"고 말했다.

반면 베이티 GM 수석 부사장은 "차를 구매한다는 건 부의 상징이자 개성의 표현"이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영국 런던 등 일부 도심을 벗어나면 카셰어링은 (불편해) 매력적인 시스템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혜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