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등산

히말라야 트레킹 도전

bthong 2016. 10. 11. 09:03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나도 갈 수 있을까?

당신을 위한 히말라야 트레킹 가이드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본 동쪽 티베트. 오른쪽 봉우리는 마칼루(세계 5위봉, 8,463m)




한해 북한산을 찾는 등산객은 1000만 명, 관악산은 700만 명에 이른다. 이렇게 등산을 즐기던 사람들이 점차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의 명산을 찾는가 하면, 저 멀리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나 북미 최고봉 맥킨리에 도전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찾는 산은 아마도 흔히 ‘세계의 지붕’이라 일컫는 히말라야일 것이다.


히말라야는 네팔과 인도, 파키스탄, 부탄, 중국 등 여러 국가에 걸쳐 인도 대륙과 티베트 고원 사이에 있다. 8000M가 넘는 산만 14개(에베레스트, K2, 칸첸중가, 로체, 마칼루, 초오유,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낭가파르바트, 안나푸르나, 가셔브룸Ⅰ, 브로드피크, 가셔브룸Ⅱ, 시샤팡마)에 이른다. 세계 최고 높이의 산은 잘 알다시피 에베레스트(8,848M)인데 이것은 서양인이 불과 백여년 전에 붙인 이름이다. 오래 전부터 티베트에서는 ‘대지의 여신’이라는 뜻의 ‘초모랑마’, 네팔에서는 ‘우주의 어머니’라는 뜻의 ‘사가르마타’라고 불러왔다.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텐징 노르게이가 1953년 에베레스트 정상에 처음 오른 이후로 히말라야의 수많은 고봉에 전세계에서 온 산악인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안나푸르나는 다울라기리 산군과 마나슬루 산군 사이에 위치한 히말라야 중부의 5개 고봉군을 일컫는다. 안나푸르나 등정 난이도는 매우 높다. 엄홍길은 4차례 도전 끝에 1999년에 등정에 성공했고, 여성 세계최초 14좌 등반에 성공한 오은선도 안나푸르나를 마지막에 올랐다.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도전했던 박영석 대장은 2011년도에 안타깝게도 이곳에서 실종되었다.

필자는 올해 5월 초,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나선다. 산악인들처럼 정상에 오르는 등정이 아니다. ‘트레킹’은 전문적인 등산 기술이나 기반 지식이 거의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산악 여행을 일컫는다. 정상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닌 산에서 경치를 위주로 즐기는 야외 활동이다. 일반적으로 트레킹이라 하면 보통 하루에 20km 미만의 거리를 6시간 내외로 걷는다. ‘등산’은 산에 오르는 모든 야외 활동을 통틀어 지칭한다. ‘등반’은 상당히 높은 체력과 기술을 요하는 행위로서 암벽 등반, 빙벽 등반 등 두 발과 두 손까지 모두 사용해 산 정상에 오르는 행위이다. (출처: 저스트고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국내에서는 기껏해야 매년 한라산과 지리산 정도만 가는 수준이지만 인터넷 기사와 TV 다큐멘터리, 관련 서적 등을 통해 히말라야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히말라야를 책으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많은 관련 도서를 탐독했는데 혼자 알기는 아까워서 이번 기회에 한 번 정리해보겠다. 혹시 수정 또는 추가할 사항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달라. 확인 후 바로 수정 조치하겠다. 나는 아직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 중인 애송이일뿐이다.


[안나푸르나 / 사진: 오유진]



정말, 일반인도 히말라야에 도전할 수 있을까?

TV 프로그램에서는 에베레스트나 K2처럼 세계 최고봉에 오르는 산악인들의 극한 상황을 보여준다. 간혹 유명 산악인들이 실종되거나 사망하기도 한다. 때문에 “나, 히말라야에 갈거야!”라고 주변에 말하면 대부분 놀라고, 말리고, 반드시 살아 돌아오라고 말한다. 두 발로 멀쩡하게 걸을 수만 있다면, 걱정은 놓아도 된다. 히말라야 등반이 ‘전문 산악인’이 도전하는 것이라면, 히말라야 트레킹은 ‘일반인’이 쉽게 걸을 수 있는 경로이다. 지리산 종주(보통 노고단부터 천왕봉까지 대략 2박3일 코스)를 해본 사람이라면 히말라야 트레킹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무거운 짐은 포터가 들고, 길은 가이드가 안내해준다. 설사 산행 경험이 거의 없더라도, 지금부터 지구력 위주의 체력단련을 꾸준히 하면 된다. 실제 히말라야 트레킹 중에는 젊은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환갑을 훌쩍 넘은 백발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종종 볼 수 있다. 예순 여섯의 곽원주 화백은 2011년부터 히말라야에 꾸준히 올라 14개 봉우리를 화폭에 담아 화제가 되었다.


비용은 어느 정도?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할 게 아니라면, 히말라야 트레킹에는 왕복 항공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한한공 직항은 당연히 가장 비싸다. 성수기 또는 비성수기 상관없이 유류할증료와 공항세 등을 포함하여 왕복 120만원이 넘는다. 중국남방항공, 캐세이퍼시픽 등의 항공을 이용하면 항공료는 훨씬 저렴하지만 한두 번 경유를 거쳐야 해서 두 배 가량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결항이나 연착 등으로 전체 일정이 꼬여 여행을 망칠 수도 있다. 네팔 현지 물가는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편이다. 매년 물가가 치솟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저비용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 중에는 숙소와 음식, 가이드와 포터 모두 포함하더라도 하루에 15~30달러로 해결 가능하다. 참고로 2012년 두 명의 한국인 여대생은 5월 한달 동안 네팔 카트만두와 포카라에 머물며 주요 관광지를 다니고 히말라야 ABC루트도 다녀왔는데 한달 내내 일인당 200만원이 채 안들었다. 대한한공 왕복 항공료를 포함해서도 말이다.


한국에서 히말라야까지 가는 방법

한국에서 히말라야까지는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다. 한국과 네팔간의 유일한 직항 노선인 대한한공(매주 2회 운항)을 이용하면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다. 인천공항 이륙 후 약 6~7시간 비행 후에 카트만두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다시 네팔 국내선으로 갈아탄 후 약 30분 후에 포카라에 도착한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 버스로도 이동할 수 있으나 8시간이나 걸리고, 차내는 무척 불편한데다가, 사고 위험성마저도 높다! 포카라에 도착하면 TIMS, ACAP 등 입산허가증을 발급 받고, 시내에서 히말라야 지도를 한 장 구입한다. 숙소나 여행사에 문의해서 가이드나 포터를 섭외한다. 이들과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서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어느 코스로 가지?

히말라야에는 여러 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그 중에서도 안나푸르나와 쿰부, 랑탕은 가장 인기 있는 코스이다. 각각의 코스 내에서도 다양한 세부 코스가 있어서 개인 일정과 체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약 7박8일이 소요되는 안나푸르나는 가장 인기가 높다. 흔히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라 부르는 이 코스는 한국인의 70% 이상이 선택할만큼 각별한 사랑을 받는다. 볼거리가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덕분에 여행 인프라도 잘 갖추어져 있다. 체력 난이도는 다소 높은 편이다. 푼힐 트레킹과 안나푸르나 생추어리 트레킹, 안나푸르나 어라운드 트레킹, 좀솜 트레킹 등이 이 안에 포함된다. 흔히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트레킹으로 부르는 쿰부히말라야 트레킹은 약 12박13일이 소요된다. 카트만두에서 루클라까지 비행기로 이동하는데, 공항 활주로와 날씨 관계로 결항 및 연착이 잦다. 고산이 많아서 만년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트레킹 비용도 적지 않게 든다. 약 8박9일 일정이 필요한 랑탕히말라야 트레킹은 카트만두에서 가장 가깝다. 영국인 탐험가 빌 틸만은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랑탕히말라야 국립공원은 1971년에 네팔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다른 코스보다 덜 붐벼서 여유롭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일정이 촉박하다면 안나푸르나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에 있는 푼힐 트레킹(2박3일 소요)을 선택하여 푼힐에 올라 다울라기리 일출을 보면 된다. 트레킹을 모두 마친 후에는 세계적인 휴양지인 포카라에서 최소 하루 이상 쉬면서 바닥난 체력을 보강하면 된다.


직장인도 갈 수 있나?

직장인이 일주일 이상의 휴가를 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어느 코스를 가더라도 최소 일주일의 일정이 필요하다. 네팔 국내선은 비행기 결항이나 연착이 잦기 때문에 이틀 이상의 예비 일정을 꼭 포함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전체 일정은 최소 열흘 정도가 필요하다. 대한한공은 매주 2회(월, 금) 운행한다. 금요일에 네팔에 도착하여 약 열흘 후인 월요일에 귀국하는 일정이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가장 알맞은 선택이다. 올해(2014년)에는 예년보다 주말과 이어지는 공휴일이 많기 때문에 5월이나 10월 황금연휴를 이용해서 히말라야 트레킹에 도전해보자.


언제 가면 좋을까?

가장 좋은 시기는 10~11월이다. 이때 가면 일년 중 날씨가 가장 쾌창하여 새파란 하늘 아래 하얀 설산을 보며 눈을 호강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트레킹 길과 로지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물가도 가장 비싸다. 12~2월도 괜찮지만 상당히 춥다. 눈사태 위험도 도사린다. 3~5월도 추천한다. 무척 건조한 시기라서 먼지가 많고 히말라야를 구름이 자주 뒤덮긴 하지만 들판에 핀 야생화에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6~9월은 몬순기이다. 비가 자주 내리고, 숲에는 거머리가 창궐한다. 산사태와 강물 범람이 수시로 일어나서 위험하다. 여행가이드북과 현지인들조차 이 시기는 가급적 제외하라고 조언하지만 이때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찾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로지는 한산하고 물가도 저렴하다. 유난히 추위에 약한 사람이더라도 도전할 수 있다. 이 시기에도 4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의 산은 한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아서 멋진 만년설을 감상할 수 있다.


필수 그리고 옵션 준비물

한국에서 챙겨갈 준비물은 등산 배낭과 등산복(상하의), 등산화이다. 배낭과 등산복은 두말할 것도 없고, 등산화는 내 발에 잘 맞아야 한다. 새 신을 신고 히말라야에서 뛰어볼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하자. 자칫하면 신발 때문에 어렵게 간 히말라야 트레킹 자체를 망칠 수도 있다. 등산화는 내 발에 맞아야 한다. 서너 번 이상 낮은 산이라도 다녀오면서 내 발에 맞게 등산화를 길들이도록 하자. 여권(유효기간 6개월 이상), 여권사진(3장 이상), 현금도 물론 필수 준비물이다. 네팔 비자는 한국에서 미리 받을 수 있지만, 네팔 현지에서 받는 게 훨씬 저렴하다.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디지털카메라와 충전기도 좋지만 무겁다면 스마트폰 카메라로 담아도 멋진 장면을 담을 수 있다. 모자와 선글라스, 장갑, 자외선 차단제, 비상약품도 준비해 가자. 침낭, 모자, 장갑, 스틱(트레킹 폴), 아이젠(크램폰), 스패츠, 헤드램프, 지도, 나침반, 휴지, 비상식량(행동식) 등 나머지 트레킹 장비는 네팔 현지에서 구입하거나 대여해도 충분하다. 괜히 한국에서부터 무겁게 들고 갈 필요는 없다. 하산길에는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 무릎보호대를 가져가면 좋다. 여름을 제외한 봄, 가을, 겨울에는 한국에서 핫패드(발열팩)를 꼭 챙겨 가자. 서양인들은 성능 좋은 한국산 핫패드를 몹시 부러워한다. 해가 산 뒤로 넘어간 히말라야는 낮과 달리 굉장한 추위가 찾아온다. 숙소인 롯지(산장과 게스트하우스 같은 개념)는 방풍 시설이 없어서 추위의 극한을 느낄 수 있다. 군대에서 한겨울 혹한기 훈련을 해봤다면 대략 상상이 갈 것이다. 1200g 이상의 사계절용 침낭과 핫패드는 추위를 피할 환상의 궁합이다. 화폐는 한국에서 달러로 먼저 환전 후에, 네팔 현지에서 달러를 네팔 화폐로 다시 환전하는 게 알뜰하다.


히말라야에 가기 전 체력단련

아무리 히말라야가 오르기 쉬운 곳이라고 하더라도, 뒷동산에 오르는 수준은 아니다. 히말라야에서는 2000M 정도의 높이는 산으로 취급도 안한다. 참고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은 1950M미터의 한라산이다. 기본적인 체력도 전혀 갖추지 않은 상태로 히말라야 트레킹에 도전했다가는 하루 만에 낙오할 수 있다. 당신 혼자라면 상관 없지만, 함께 산에 오르는 일행이 있을 경우에는 당신은 골치거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민폐를 끼치기 싫다면, 히말라야에 가기 최소 두달 전부터는 다음과 같은 운동을 추천한다. 매일 30분 이상 꾸준히 걷자. 아파트 10층 이상을 힘껏 걸어 오르자. 주말엔 시내 가까운 산(관악산, 북한산, 지리산, 설악산 등)에 되도록 자주 가보자. 가급적 지리산 종주(2박3일)도 다녀와보자. 종주 중에 대피소(산장)에서 숙박숙식하면서 예행연습을 해보는 게 좋다. 실제 히말라야 트레킹은 빠르게 걷는 것보다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걷는 게 고산증 예방에도 좋다. 아침 일찍 시작하여 오후 3시 이전에 롯지에 도착하면서 하루 일과가 끝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 / 사진: 오유진]

가이드와 포터의 차이

가이드는 말 그대로 트레킹의 처음부터 끝까지 안내 역할을 해준다. 당신이 산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할뿐더러, 주요 장소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대부분의 가이드는 영어에 능통하다. 한국말을 잘 하는 가이드도 있는데, 보통 한국에 와서 6개월 이상 일을 했던 사람들이다. 포터는 당신의 무거운 짐을 대신 짊어지고 산에 오른다. 당신은 그저 여권과 카메라 등 필수 짐만 챙기고 오르면 된다. 포터는 짐을 옮기는 역할만 하기에, 당신과 함께 산에 오르지 않는다. 대부분 포터가 먼저 오늘 밤에 머물 숙소(로지)에 도착해서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최근에는 가이드 역할도 수행하는 포터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개인의 능력 및 협상에 따라 다르지만, 가이드와 포터에 지급하는 비용은 다르다. 하루 일당은 보통 가이드 12~20달러, 포터 7~15달러 수준이다. 무사히 트레킹을 마친 후에는 하루치 정도의 팁을 더 주면 된다. 가이드와 포터는 묵고 있는 숙소나 여행사 등 믿을만한 곳에서 추천을 받는 게 현명하다. 간혹 카트만두나 포카라 시내에서 당신에게 다가와 다른 트레커들의 추천서 등을 보여주며 자신을 고용해달라는 네팔인들이 있는데, 이들은 트레킹 도중에 당신의 짐을 들고 줄행랑 칠 수도 있다.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서양인들은 가이드와 포터 없이 자기 짐은 자기가 지고서 트레킹을 하는 경우가 흔한데 죽을 고생을 하고 싶지 않다면 최소한 포터는 꼭 고용하는 게 현명하다.


트레킹 중 가장 위험한 건?

고산병이다. 성별과 나이, 체력과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으나, 개인차가 매우 심하다. 고산병의 명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제대로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고도 3000미터를 넘어서면 산소가 평지보다 1/3 가량 줄어든다. 숨쉬기만 곤란한 게 아니다. 현기증과 두통과 메스꺼움, 무기력감, 식욕 감퇴, 판단력 상실 등이 동시에 밀려온다. 조금 더 심해지면 망치로 머리에 못을 마구 두들기는 기분이 든다. 극심한 구토와 더불어 정신 착란 증세까지 동반한다. 이럴 때엔 지체없이 고도를 낮춰야 한다. 괜한 욕심으로 계속 전진하다간, 매년 고산증으로 10여명이 숨지는데 당신도 포함될 수 있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하거나 건강에 자신 있더라도 이런 사람이 더 고산증에 잘 걸릴 수 있다. 오히려 평소 몸 상태가 안 좋았던 사람은 멀쩡한 경우도 많다. 고산증은, 히말라야에 올라봐야 알 수 있다. 다이아목스나 비아그라 등 일부 약이 소개되고 있지만 완벽한 예방이나 완치는 어렵거니와 후유증이 올 수도 있다. 가이드 말에 따라 무조건 천천히 산을 오르는 게 최선이다. 고산증 외에 위험한 요소로는 저체온증, 설사병, 일사병, 발목염좌, 벼락, 산사태나 눈사태, 강물 범람, 버스나 비행기 등의 교통사고 등이 있으나 미리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6~9월 몬순기에는 숲에 거머리가 창궐하는데 생긴 건 징그럽지만 우리 몸에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는 않는다.


공정여행

전세계적으로 공정무역과 공정여행이 화두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에도 예외가 아니다. 가급적 한국에서 여행사를 통해 가는 것보다는 다소 번거롭더라도 네팔 현지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 트레킹에 나서자. 현지인들의 숙소(롯지)에서 머물고, 현지인들이 요리한 음식을 사먹고, 현지인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기념품을 사자. 구걸하는 네팔 어린이들이 불쌍하다고 현금이나 사탕 등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마땅히 피해야 할 행동이다. 네팔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이다. 학교와 병원, 도서관 등의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몇 개 있는 곳도 막상 가보면 너무 허름하다. 그곳에 현금이나 학용품, 의료품 등을 기부하자. 현지인들이 제작한 수공예 기념품을 살 때에도 마구잡이로 값을 깍아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터무니 없이 비싸지 않다면 적당한 선에서 절충하자. 그들에게는 이것이 생계의 전부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안나푸르나 / 사진: 오유진]

히말라야 트레킹 추천 도서

필자는 무려 21권의 히말라야 관련 도서를 구매했다. 이 중에서 15권 넘게 이미 읽었고, 다른 책도 곧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왕이면 풍성하면서도 객관적인 최신 정보를 담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10권의 책을 소개한다. 히말라야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히말라야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여기에 소개한 책들만 읽어도 히말라야 세계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예스24(www.yes24.com)에서 ‘히말라야’로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관련 도서들이 쏟아져 나오니, 책 소개와 독자들의 리뷰를 잘 보고 나에게 알맞은 책을 선택하자.





저스트고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이창운 저 | 시공사

최고의 산악인과 모험가들이 정복했던 길을 따라 걷는 히말라야 산맥 트레킹. 그중 꿈의 루트로 각광받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를 담은 가이드북이 출간됐다. 네팔 수도인 카트만두와 포카라에서 출발하는 쿰부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말라야, 랑탕히말라야의 일차별 산행 루트와 1주일 이상 장기 트레킹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최신 현지 정보, 떠나기 전 갖춰야 할 준비 정보를 제공한다.





론리플래닛 네팔
조 빈들로스 등저/이동진 등역 | 안그라픽스

‘론리 플래닛 트래블 가이드’ 시리즈의 하나인 『네팔』 은 론리 플래닛 『Nepal』 제 8개정판을 번역?편집한 것으로, 현지의 다양한 볼거리를 소개한다. 1950년대에 처음으로 국경을 개방한 이래 여행지로 사랑 받고 있는 네팔은 야크와 설인, 수도원과 만뜨라, 설산과 셰르빠, 사찰과 호랑이 등 다양한 소재, 신비로운 매력으로 여행자들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네팔 여행에 앞서 알아두어야 할 기본 정보와 현지에서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책에서는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나 다양한 액티비티를 다루는 한편,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와 안나푸르나 보호구역을 상세히 소개하는 트레킹 챕터를 수록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저/김훈 역 | 황금가지

1996년, 에베레스트에 도전한 네 팀의 등반대에서 12명의 산악인들이 한꺼번에 조난당하여 목숨을 잃은 사고를 그리고 있다. 등반대의 일원으로 현장에 있었던 논픽션 작가 존 크라카우어는 자신이 직접 보고 겪은 사실에 다른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더해, 당시의 상황을 면밀하고도 정직하게 서술한다. 또한 이 책은 등반대의 조난기에만 머물지 않고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과정 전체, 그리고 에베레스트 등반관 관련된 모든 사람들, 에베레스트 등반의 전역사를 망라하고 있다.




산악인 박영석 대장의 끝없는 도전
박영석 저 | 김영사

1993년 아시아 최초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1997년 6개월 동안 해발 8천미터 이상 고봉 6곳 정복, 2001년 8월 모든 산악인의 목표이지 꿈인 히말라야 14좌 세계 최단 기간 등정의 기록을 보유하고 세계 최고의 알피니스트로 불리는 박영석의 산과 사람, 인생이야기를 담았다. 산악인들뿐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주고, 산악인 박영석 대장의 인간미, 동료애, 탐험에 대한 열정을 통해 삶에 대한 의지와 끝없는 도전정신을 일깨울 수 있다.




리는 그곳에 있었다
박준기 저 | 꿈결

1995년과 1997년, 두 해에 걸쳐 파키스탄 히말라야의 가셔브룸 4봉(해발 7,925미터)에 도전했던 한국 원정대와, 같은 시기에 같은 산에 올랐다가 악천후 속에서 홀로 쓸쓸히 죽어간 슬로베니아 산악인 슬라브코의 생사를 넘나드는 우정과 인연을 다루고 있다.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산이 좋아서 목숨을 건 모험에 나선 산악인들의 아름다운 도전,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신의 섭리와도 같은 기적적인 드라마가 펼쳐진다.





신의 산으로 떠난 여행
피터 매티슨 저/이한중 역 | 갈라파고스

이 책의 저자 피터 매티슨과 현장 생물학자 조지 섈러는 히말라야의 티베트산양 '바랄'을 연구하기 위해, 그리고 신비하고 아름다운 눈표범을 보기 위해 히말라야의 크리스털 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 눈표범은 반 신화적이라고 할 정도로 보기 힘들며, 조지는 1950년 이후 히말라야 야생지역에서 눈표범을 본 두 명의 서양인 중 한 사람이다. 영적 순례와 생태 여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이 책은 히말라야의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풍부한 과학적, 종교적인 지식,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마음으로 전해지는 감동, 이 모든 것이 들어있다.



청춘을 산에 걸고
우에무라 나오미 저/김성연 역 | 마운틴북스

1970년 한 산악인에 의해 세계 등반사에 새로운 역사가 쓰인다. ‘세계 최초로 5대륙 최고봉 등정. 등정자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모험가, 스물아홉 살의 우에무라 나오미.’ 산악인 우에무라 나오미(1941~1984)는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생생한 육성이 담겨 있는 『청춘을 산에 걸고(靑春を山に賭けて)』는 메이지 대학 산악부 시절부터 5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다음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동계 완등한 1971년까지 10년 세월을 다루었다.





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원저/다니구치 지로 글,그림/홍구희 역 | 애니북스

국내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다니구치 지로가 『음양사』 의 원작자로 유명한 유메마쿠라 바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남성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산악만화를 선보인다. 1924년 영국 히말라야 원정대에 참가해 정상을 불과 200여 미터 남기고 실종된 조지 맬러리의 종적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주축으로 삼고 있는 『신들의 봉우리』 는 후카마치 마코토라는 사진작가가 우연히 조지 맬러리가 에베레스트 원정 때 가지고 간 것과 똑같은 기종의 카메라를 입수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낢부럽지 않은 네팔여행기
서나래 글,그림 | 중앙북스(books)

대한민국 청춘들의 일상을 대변하는 생활 웹툰의 선구자 낢이 어느 날 훌쩍, 집을 나갔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문득 마음에 침범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몸을 맡긴 그녀의 선택은 세계의 지붕 ‘네팔’. 엉뚱발랄하면서도 핵심을 관통하는 유머가 녹아난 새로운 여행기가 시작된다. 끝없이 펼쳐진 히말라야 산맥에서의 트래킹이 주는 상쾌함, 삶과 죽음이 함께 숨 쉬는 네팔의 강변 풍경, 여행자에게 마냥 신비롭고 신기한 도시들… 그녀의 혼잣말 속에 펼쳐지는 풍경이 갑갑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상쾌한 공기를 전해 줄 것이다.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4: 네팔 트레킹 편
김남희 글,사진 | 미래M&B

2003년부터 세계 여행길에 오른 김남희가 중국,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여행에 이어 발 딛은 곳이 네팔이다. 1년에 5개월밖에 비자를 내주지 않는 나라 네팔에서 기한을 다 채우고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때문에 해를 넘긴 뒤 다시 그곳에서 1개월을 더 보냈다. 그만큼 히말라야의 산들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방에 끝도 없이 펼쳐진 설산에 넋을 빼앗긴 채 걸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소풍 가듯 가볍게 오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고된 산행 끝에 랄리구라스(네팔의 국화) 꽃비를 내려준 랑탕/고사인쿤드 트레킹, 이번 책은 이렇게 세 번의 트레킹을 일기 형식으로,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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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참고자료


히말라야 도전

http://www.outdoor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39


사   네팔 도잔기


다울라기리  8617m

http://blog.naver.com/hyechotravel/220755389130


안나푸르나  푼힐   쿤부 히말라야

https://brunch.co.kr/@dodks/3



히말라야  트레켕

http://blog.naver.com/kos4042/220177059425


http://blog.naver.com/concha76/100049049085

네팔 I 히말라야 - 가이드없이 도전한 히말라야 트레킹 (1) 





'눈의 거처'라는 의미를 지닌 히말라야는 인도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이 충돌하면서 융기된 산맥으로, 비교적 근세에 형성되었다. 동쪽 부탄에서부터 서쪽 파키스탄까지 동서로 2,500km나 뻗어 있는 거대한 산군이다. 그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가 ‘에베레스트’. 히말라야, 그리고 세계 최고봉이다.

네팔에서는 ‘어머니의 여신’을 의미하는 ‘사가르마타’, 중국 티베트에서는 ‘대지의 여신’이라는 뜻인 ‘초모랑마’라 부른다. 에베레스트, 사가르마타, 초모랑마 이 세 가지의 이름을 '8,848m'라 한다.

에베레스트 등반은 네팔정부 관광성에 허가를 득해야 할 수 있고, 허가를 얻게 되면 로열티(입산료)를 지불해야 한다. 올해는 한 사람당 기본적인 입산료가 $11,600이다. 등반은 등반 팀이 네팔에 있는 트레킹 회사를 통해서 행정이나 가이드까지 고용 계약을 한 후 이루어지며, 일반 여행가들이 갈 수 있는 '트레킹(trekking)', 아니면 '원정(expedition)'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트레킹은 보편적으로 8,000m 봉을 중심으로 베이스 캠프까지 다녀오는 것을 말한다.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칸첸중가(8,586m), 동북쪽으로 마칼루(8,463m)와 에베레스트(8,848m), 초오유(8,201m), 서쪽으로 마나슬루(8,156m), 안나푸르나(8,091m), 다울라기리(8,167m)까지 다양한 트레킹코스가 있다. 트레킹도 정부가 지정한 트레킹 오피스에 여권을 가지고 가서 코스에 따른 여행일정과 허가를 얻어야만 원하는 트레킹을 할 수 있다.

<  실제  등반기>
        언제나 설레는 트레킹, 그 시작
               정상에서 새로운 정상을 바라보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시작된 히말라야 등반
                 로부체로 가는 길목

처음 카트만두에 등반 온 것이 1982년. 34년 전 그때는 매연도 없고 힌두 문화를 잘 간직한 수도, 카트만두였는데 지금은 꽤나 복잡한 시내와 사람들이 가득한 곳으로 바뀌었다. 왠지 빨리 트레킹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2016년 4월 7일, 드디어 트레킹을 떠난다.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꾸려 비행기에 올라탄 것도 잠시, 눈앞에 늘 보아왔던 히말라야가 보인다. 그 모습에 폭 빠져 있다 보니 어느새 루크라 공항(2,840m)에 도착했다. 기류 때문에 걱정했건만, 비행기 안에서 안도하는 마음에 환호를 한다. 3시간 정도 걸어 파크딩(2,610m)까지 이르는 길은 정말 아름다운 코스다. 셀파족(셰르파족, 네팔의 산악지대에 거주하는 민족)들의 모습과 경작지가 만년설 배경과 잘 어우러져 있어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파크딩을 떠나 아름다운 두드코시 강(우유빛 강)을 따라 조르살레를 지나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 남체바자르(Namche bazar, 3,440m)가 나타난다. 에베레스트로 향하는 길목으로, 셀파족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으며 상권이 잘 형성된 마을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장터가 열리는 이 곳에서는 각종 음식 재료도 살 수 있고, 등산복이나 장비도 구입할 수 있다.

우리 원정대가 고소 적응(고산에 적응하는 것)겸, 렌조패스(Renjo pass, 5,360m)를 넘어 아름다운 고쿄 호수 숙소에 묵으며 트레킹을 마친 후 베이스캠프에 올라 선 것이 4월 16일이었다. 베이스캠프(5,364m)는 만년 빙하이기 때문에 얼음을 깨고 돌을 채워서 평평하게 한 후 텐트를 쳤다. 베이스캠프에서 제사 ‘부다야’를 지내고, 네팔 가이드, 원정 팀 모두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트레킹에서 등반으로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지점이다.

                        남체 바자르 마을 풍경(3,440m) / 남체 바자르에서의 부처님 생일축제(석가탄신일)

힘겨운 고소 적응이 반복되는 과정

렌조 패스를 올라가는 포터들

렌조 패스를 올라가는 포터들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된 4월 22일, 나와 대원들 그리고 셀파 가이드는 새벽 2시부터 일어나 개인 장비를 챙기고 간단히 식사도 한 후, 등반의 첫 발걸음을 뗀다.

아이스 폴(빙하의 경사가 폭포처럼 된 곳) 하단부에는 완만하지만 가파른 빙벽이 나타난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크람폰(발톱)을 등산화에 착용하고 나서 거친 숨소리와 함께 빙벽에 올라 크레바스(crevasse, 빙하 표면의 갈라진 틈)를 건넌다. 깜깜한 밤 속 헤드랜턴 불빛 하나만으로 위험한 공간을 오르고 또 오른다. 베이스캠프에서 제1캠프까지는 5시간, 하산은 2시간 정도, 하루에 총 7시간을 고소 적응을 위해 매일 등반을 한다. 이렇게 반복될 때면 대원들은 제1캠프에서 자기 인생의 높이가 바뀐다고 말한다.

3~4일간 제1캠프까지의 고소 적응이 끝나면 제2캠프(6,500m)에 적응을 한다. 그리고 제2캠프에서 제3캠프(7,300m)까지 다시 힘든 적응 등반이 시작된다. 로체 훼이스(Lotse Face), 고정된 로프에 매달려 가깝게 보이는 제3캠프에 올라가는 것이 왜 이렇게 멀고, 힘든지••• 등반할 때마다 고도가 높아지면 호흡곤란에 행동도 느려지고, 매달려 쉬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제3캠프 적응이 끝나고 나면 날씨를 체크해서 정상 공격 날짜를 잡게 된다.

5월 15일 사우스 콜(South Col) 제4캠프 텐트 안, 하루 종일 강한 바람이 분다. 저녁부터는 정상 공격을 해야 하는데 정상을 쳐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상상 밖의 바람, 추위, 산소 부족••• 다치지 않고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여기서부터는 산소 마스크를 쓰고 정상까지 다녀올 계획이다.

렌조 패스에서 본 히말라야. 왼쪽은 초오유(8,201m), 중앙이 에베레스트(8,848m), 오른쪽은 다우체(6,542m), 촐라체(6,400m)

무산소 등반과는 천지차이

베이스캠프와 쿰부 아이스 폴
베이스캠프와 쿰부 아이스 폴

오후 4시, 복장 점검을 시작한다. 우모 복 상하, 이 정도면 안 춥겠지. 등산화, 우모 장갑, 카메라 등 여러 번 확인했음에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나서야 크람폰을 착용하고 정상을 향해 움직인다.

나는 장부 셀파(JangBu Sherpa), 밍마 셀파(Mingma Sherpa)와 같이 등반을 시작한다. 경사진 청빙 지역의 만년설 얼음에 크람폰 소리가 착, 착, 착 둔탁하게 들려오고, 날이 어두워지니 뒤에 올라오는 중국 팀의 헤드 렌턴 불빛이 기차 길처럼 보였다. 온도는 영하 25도, 움직일 때마다 강한 바람과 온 몸을 울리는 거친 숨소리에 내 심장은 요동을 친다. 쉴 때마다 계속 심박수를 체크하는데, 산소 마스크를 쓰고 등반하면 8,500m에서 심박수가 150회 정도 뛴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배경으로 허영호 대장과 함께한 대원들
에베레스트 정상을 배경으로 허영호 대장과 함께한 대원들

에베레스트 등반에 있어서 산소 사용과 무산소 등반은 하늘과 땅 차이다. 산소 마스크를 썼을 때는 비교적 10발자국 정도 걸을 수 있지만, 무산소 등반은 3발자국만 걸어도 폐가 터질 것 같다. 1993년 4월 13일 무산소로 6일 만에 등반을 마친 적이 있다. 중국 북쪽에서 등반을 시작하여 4일 만에 정상에 섰고 이틀 동안 무산소 상태로 비박(최소한의 장비로 숙영하는 것)을 하면서 베이스캠프로 하산을 했다.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정•횡단한 경험으로 산소 사용과 무산소 등반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부 셀파와 나는 교대로 러셀(눈길 다지기)을 하면서 고도를 높여갔다. 쌓인 눈길에 무릎까지 빠지고 눈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힘든 등반이다. 등반 시작 4시간 만에 발코니(8,500m)에 도착하니 폐가 터질 것처럼 힘들어서 그냥 눈 위에 누워 버렸다.

그 사이 중국 팀이 올라왔고 앞서 가기를 기다렸는데, 그들도 힘이 드는지 도무지 갈 생각을 안 한다. ‘에라 나는 장부 셀파 보고 가자!’ 하는 생각으로 일어섰고 또 다시 힘겨운 러셀이 시작됐다. 그렇게 눈길을 헤쳐가다 보니 우리보다 앞서간 팀이 하나도 없었다.

정상에서, 새로운 정상으로

                        크레바스를 건너는 셸파 가이드

우리가 첫 번째 팀이 되었다. 언제나 끝날는지, 그저 길었던 러셀이 끝나고 이제 바위에 고정된 로프를 잡고 올라가는 길이다. 많이 지쳤는지 로프를 잡고 매달리는 자체가 불안하고 힘들다. 영하 30도의 추위와 강한 바람 속에 체감온도는 영하 50도 이하로 내려가고, 바람이 너무 거세서 몸을 지탱하기가 쉽지 않다. 사우스 피크(South Peak 남봉, 8,765m)에 올라서니 동쪽 저 멀리 실눈처럼 조금씩 얕지만 밝은 빛이 보인다. 이제 한 시간이면 올라 설 수 있을 만큼 정상은 지척이다. 남봉에서 정상까지는 칼날 능선에, 오른쪽은 커니스(눈 처마)라서 어느 곳 하나 무난하지 않지만 목표가 보인다.

1987년 12월 22일 동계 에베레스트 등정 후 하산하다가 이곳 힐러리 스텝(Hillary Step, 정상 도달 직전의 수직빙벽) 하단부 커니스 지점에서 추락한 적이 있는데 죽을 뻔한 걸 셀파 가이드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탈출했다. 다시금 돌이켜 생각해도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정상에 가까이 가니 티베트 쪽으로 날아가버릴 것 같이 바람이 세게 밀어붙인다. 바람 때문에 못 가고 있는데 뒤에 있던 밍마 셀파가 내 몸에 확보 로프를 연결했다. 밍마 셀파와 함께 의지한 체 드디어 새벽 5시, 정상(8,848m)에 섰다. 정말 힘겨운 등반이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6년 만에 다시 올라선 이 기분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8,848m는 산소가(1/3), 기압이(1/3)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제3극(The third pole), ‘죽음의 지대’라 부른다.

올해 나는 다섯 번째 정상에 올라섰다. 힘겨웠던 모든 순간에 같이, 함께 호흡한 대원들과 셀파 가이드에게 감사를 드린다.

정상에 서면 또 다른 정상이 보인다.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VR로 촬영한 허영호 대장 / 크레바스와 제1캠프(6,000m)

· 글·사진 : 허영호(등산가)
· 기사 제공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skynews.kr)

·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카트만두 주 3회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