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가 증가했다가 정점을 찍고 다시 하강하는 그래프는 40~45도의 포물선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예년보다 1개월가량 일찍 유행이 시작된 데다 환자수가 큰 폭으로 거의 수직 상승을 하고 있어 장기간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 자료 | 질병관리본부
독감(인플루엔자)의 대유행 속에서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국적으로 학령기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의심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노로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5년간(2011~2015년) 식중독 발생 통계를 보면,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연평균 1300여명이 발생했으며 날씨가 추워지는 12월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의 절반 이상이 12월에서 2월 사이 동절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면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사람의 분변에 오염된 물이나 채소류·과일류·어패류 등을 섭취하거나, 감염 환자의 침과 오염된 손 등을 접촉할 때 전달된다. 식중독을 유발하는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병원성 대장균 등은 기온이 떨어지면 증식을 멈추는 반면 노로바이러스는 낮은 온도에서 오히려 생존 기간이 길어지는 특징이 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략 24~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2~3일 동안 복통·구토·설사 등이 지속되는 것이 전형적인 증상이다. 전신에 근육통이 있거나 기운이 없고 두통과 38도가 조금 넘는 정도의 미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노로바이러스 감염 예방에는 손 씻기와 더불어 식재료 위생관리도 중요하다. 과일과 채소를 잘 씻고 물은 끓여 마시는 것이 안전하다. 어패류·고기류는 익혀 먹는다. 노로바이러스는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해야 감염성을 완전히 잃는다. 여럿이 먹는 음식은 되도록 개인 접시에 덜어 먹는 습관도 필요하다.
27일 질병관리본부와 전문의들에 따르면, 이번 독감은 의사(의심) 환자수가 상승 추세라면 설연휴인 1월 하순이나 2월 초·중순까지 크게 유행할 수 있고, 3월 신학기의 재상승 추세 여파에 따라 4~5월까지 유행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고열, 복통, 설사, 근육통,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소아·노인에게서 열성 경련, 폐렴 및 중이염 등의 합병증을 동반한다. 심한 경우에는 사망할 위험이 있으므로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고위험군이라면 예방접종을 지금이라도 꼭 받으라”고 권하고 있다.
독감이든, 식중독이든 첫손 꼽히는 수칙은 수시로 손을 씻는 것이다. 비눗물로 깨끗하게 손을 씻거나, 알코올이 함유된 손세정제를 이용하면 된다.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는 행동을 피한다. 독감에 걸리면 고열 및 탈수 증세와 함께 근육이 약화되고 열량 소모가 커진다. 따뜻한 물과 영양분을 자주 공급해 주면서 푹 쉬어야 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옷을 입은 팔꿈치로 가리거나 휴지로 코와 입을 막는 기침예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열이 나고 구토·설사가 있다면 무조건 굶기보다는 죽이나 미음 등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조금씩 자주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감(인플루엔자)이 비상이다. 만성질환자, 어린이, 노약자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독감 예방접종과 함께 위생관리, 면역력 강화 식습관이 필요하다.
외부의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면역력이다. 홍삼이나 마늘,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면역학과 강상무 교수팀의 연구 결과, 홍삼 추출물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 상피세포의 생존율을 증가시키고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염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한다.
공중 장소에서 기침 예절을 지키고, 비누나 손세정제 등을 이용한 손씻기를 생활화하며, 손으로 입이나 코를 만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집 안이나 밀폐된 사무실의 환기를 자주 하고 적절한 습도(50~60%)와 실내 온도(20~22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감과 예방 백신
독감(인플루엔자)이 1997년 국내에서 인플루엔자 감시 체계를 도입한 이래로 한 주(週)당 청소년 환자수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51주(12월 11~17일) 7~19세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152.2명(잠정치)이다. 2009년 신종플루 발생 당시를 제외하고 2013~2014년 1000명당 115명이 최고치였는데, 1.3배에 달하는 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인플루엔자는 매년 100년 간 수 억명을 사망케 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지난 100년 간 네 차례 인플루엔자 대 유행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스페인 독감(1918년)이었다. 당시에는 인플루엔자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어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채 2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5000만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1933년 미국에서 스페인 독감의 원인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는 것을 밝혔지만, 이후에도 1957년 아시아독감(200만명 사망)·1968년 홍콩독감(100만명 사망)·2009년 신종플루(1만8500명 사망)가 발생했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하거나 인플루엔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대유행한 것이다.
인플루엔자는 대 유행 시기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는 매년 2000~3000명, 미국에서는 매년 약 3만6000명의 사망자를 내는 질환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특히 사망자의 90%는 면역력이 낮은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이라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백신을 통해 인플루엔자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943년 미국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은 당시 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미국의 젊은 군인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이 진행된 후, 1945년에는 시판 허가를 받고 접종이 시작됐다.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A형인 H1N1과 H3N2 두 종을 예방할 수 있는 '2가 백신'이었지만, 현재는 A형 두 종뿐 아니라 B형인 야마가타계통·빅토리아계통 바이러스까지 예방 가능한 '4가 백신'이 개발됐다. 김우주 교수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약의 효과가 1년 정도로 짧고, 매년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탓에 백신 중 유일하게 매년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 한계가 있다" 며 "그렇지만 예방 백신을 맞으면 건강한 사람의 경우 80%, 65세 이상 노인은 50~60% 정도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아직 접종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