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 인간시장 당신은 얼마인가 ?

bthong 2007. 4. 22. 10:50
  • 사람을 上場시켜 사고 파는 세상
    유명인을 주식종목으로 사이버머니 주고 거래
    연예인들 “인권침해다” 외국선 개인이 증권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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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채림(탤런트)주는 24만9741주로 거래량 1위 종목에 등극, 마재윤(프로게이머)주는 결승전 진출로 배당심리 자극하며 단기 급등, 황우석(과학자)주는 며칠 조정 끝에 팬들의 열렬한 지지로 재차 상승 마감.’

      엔스닥(www.ensdaq.com)의 ‘시황 분석’ 코너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이 사이트는 가수·스포츠 선수·정치인 등 유명인을 주식 종목으로 상장시0킨 뒤, 사이버머니를 통해 사고 팔도록 만든 모의 증권거래소다.

      요즘 이 사이트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이곳에 상장된 연예인 66명이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엔스닥을 고소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엔스닥은 “공인(公人)들의 인기를 기업가치에 비유한 여론조사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돈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상품화되는 세상. 사람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매기는 ‘인간 시장’은 과연 형성될 수 있을까.

      ◆인간을 상장 폐지하다

      지난해 4월 개장한 엔스닥에는 현재 245개 종목(유명인)이 상장돼 있다. 18일 현재 가장 비싼 종목은 ‘이승엽’으로, 액면가 500원짜리가 4만7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박지성·이동국·배용준·보아도 20위권 안의 블루칩(우량종목)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인간 종목이 상장되려면 100명 이상이 공모주 청약에 참가하면 된다.

      거래소에 상장된 종목들은 기업처럼 주주에게 배당을 하기도 한다. 엔스닥이 미리 조건을 정해 놓고, 그 조건이 달성되면 엔스닥 안에서 유통되는 사이버머니로 배당을 실시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가수의 경우, ‘연말 방송사 시상식에서 가요상을 수상하면 5% 배당을, 음반 판매량이 10만장을 돌파하면 3% 배당을 한다’는 식이다. 젊은 세대에 별 인기 없는 정치인들이 시가 상위 10위 종목에 포진해 있는 것도,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무려 30%의 배당을 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장폐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식 가격이 20일 이상 액면가(500원)에 미치지 못하거나, 중대 과실로 인해 은퇴하거나 그룹이 해체되는 경우다. 지금까지 상장 폐지된 종목은 모두 49개. 최근엔 노현정 아나운서가 방송계 은퇴로, 정지영 아나운서는 출판 서적 대필 논란으로 각각 상장 폐지됐다.

    • ▲엔스닥 1위에 올라있는 이승엽

    • ◆인권침해? vs. 여론조사?

      하지만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모의 주식시장에 상장된 일부 유명인들은 ‘인권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송일국·배용준·전지현·정우성 등 상장된 66명의 연예인들은 “우리의 사진과 이름이 사이버 증권시장에서 주식 거래의 대상이 되면서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 당했다”며 엔스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엔스닥측은 “주식거래는 일종의 여론조사 방식이어서 인격권 침해가 아니다”며 “또 모의 주식 거래는 경제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초상권 침해라는 것은 스타의 권리를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엔스닥은 회원들에게 사이버머니를 파는 과정에서 이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회원들은 주식 게임을 통해 불린 사이버머니로‘아바타(애니메이션 캐릭터)’등 각종 온라인 상품을 구매한다.

      ◆개인도 증권발행 시대

      가상의 거래소가 아니라, 실제로 개인을 증시에 상장시킨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만약 개인의 이름을 걸고 채권을 발행한다면? 이런 농담같은 일이 앞으로는 실제 벌어질지 모르겠다.

      ABS(자산유동화증권) 전문가인 세종법무법인의 이종구 변호사는 “미래에 발생할 수익을 담보로 한다면, 인간이라도 유가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고 했다. 단, ○만원을 받기로 한 고용계약을 체결하거나 영화를 찍기로 계약하는 등 수익창출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외국에선 실제 사례도 있었다. 1995년 캐롤라인이라는 영국 여대생이 런던의 명문 연극학교 입학 허가증을 받았지만 비싼 학비를 마련할길이 없어, 신문에“나의 재능을 담보로 하는 주식을 사라”고 광고를 냈다. 이 주식을 독지가들이 매입한 덕분에 그녀는 대학을 다니게 됐고, 매년 주주총회를 열어 투자자들에게 성적표와 재무제표를 공개했다.

      2년 뒤엔 영국의 유명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가 음악적 재능을 담보로 5500만달러(약 550억원)짜리 15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 채권에 GM(제너럴 모터스)과 같은‘A’등급을 부여했고, 생명보험사 푸르덴셜이‘보위 채권(Bowie Bonds)’을 전량 매입해, 지금까지 보위의 인세·공연 수입 일부를 가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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