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주식

야구 관중 늘면 증시 홈런친다

bthong 2007. 5. 31. 09:11

생활 속 주식 투자지표  :몇가지 사례 살펴보니…

소주 도수 떨어질 때마다 주가 크게 올라
장모님이 투자 나설 땐‘증시 과열’신호

  • 조의준 기자 joyjune@chosun.com
    입력 : 2007.05.30 22:28 / 수정 : 2007.05.30 22:30
    • #장면1: 1988년 6월, 일본 대장성은 종교재단들이 헌금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며 종교법인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장면2: 2007년 5월, 중국 산시(山西) 지방의 스님이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이 스님은 “더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주식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1988년의 일본과 2007년의 중국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일본은 종교단체까지 주식 투자에 나설 정도의 열풍이 몰아친 1년 뒤인 1989년 12월부터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10년’의 시작이었다.

      현재 중국 증시가 버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을 보면 중국 종교인의 주식투자는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전조(前兆)의 참고자료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도 환율이나 증시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실마리’들이 있다.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알아두면 참고 되는 ‘생활 속 투자지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야구는 증시의 홈런왕=프로야구 관중이 늘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야구 관중 수는 경기(景氣)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이 현상이 뚜렷해졌다. 1999년 야구 관중이 22% 늘자 주가는 83% 올랐고, 이듬해 관중이 22% 줄자 주가는 51% 폭락했다. 2005년에도 관중이 45% 늘자 주가는 54%나 급등했다.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올해 프로야구 관중 수도 전년 대비 35%나 늘어났다. 그러나 늘 맞는 것은 아니다. 2004년엔 관중수가 14% 줄었지만 주가는 11% 올랐다.

      한국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영화관과 달리, 야구는 먼 곳에 있는 야구장을 직접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소비심리를 더 잘 나타내 준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은 ‘웰빙’ 소주에 취한다=경기가 좋으면 주머니가 두둑해진 사람들이 건강을 더 챙긴다. 당연히 소주도 알코올 도수가 낮은 ‘웰빙’형을 찾게 된다. 실제로 소주 알코올 도수가 떨어진 해를 보면 어김없이 주가가 급상승했다.

      1973년 이후 줄곧 25도였던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처음으로 23도로 떨어진 1999년에는 코스피지수가 83%나 올랐다. 2001년 소주 도수가 22도가 되자 주가는 37%가 올랐고, 21도가 된 2004년에는 증시가 11% 상승했다. 최근 소주시장에 ‘19도’ 경쟁이 벌어지자 주가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요즘 도수가 낮은 와인을 많이 찾는 것도 그만큼 경기가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내수가 살아나고 있는 하나의 현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류 판매량과 주가는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별 연관성이 없다. 주가가 좋으면 좋아서 한 잔, 나쁘면 나빠서 한 잔 하는 것이 술이다.

      ◆‘5년 이익 추정’이 나오면 조심=주가는 보통 1~2년, 최대 3년 정도의 이익 전망을 기초로 형성된다. 주식 전문가들이 그보다 먼 미래를 근거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분위기에 휩쓸렸을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과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동부증권 신성호 상무는 “1989년 건설주가 급상승할 때 애널리스트들은 5년 이상의 이익전망으로 주가를 설명했고, 2000년 IT버블 때는 미래의 ‘IT 신세계’를 토대로 주가를 전망했다”며 “특히 주가가 정점 부근에서 이런 일이 잦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 한국 증시에서 조선·기계 등 중국 특수를 누리고 있는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3년 이상 장기 전망치를 근거로 한 주가 추정이 나오고 있는 것은 썩 좋은 징조가 아니다.

      ◆과열을 예고하는 증시 격언들=대표적인 것이 ‘장모님의 법칙’으로 ‘주변에서 장모님이 주식 샀다는 얘기가 들리면 과열’이라는 것이다. ‘애 업은 젊은 엄마가 증권사 객장에 보이면 꼭짓점’이란 말도 있다. 주식 초보자까지 투자를 시작해 버블의 끝이 가까워 왔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다.

      이 밖에 ‘증권사 직원이 최고 신랑감으로 등극하면 버블’, ‘TV드라마에서 증권맨이 주인공이 되면 고점(高點)’ 등의 우스갯소리도 있다. 실제로 1980년대 주식시장의 버블이 한창일 때는 증권사 직원이 의사·변호사와 함께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혔었다.

      다만 요즘은 젊은 엄마들이 직접투자보다 펀드에 간접투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열인지 판단하기가 애매하다고 슈로더투신운용 장득수 전무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