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우주Cosmos

“지구로 온 태양에너지 40년간 10%나 줄어”

bthong 2007. 6. 23. 17:54



만물을 지배하는 초인적인 힘. 또는 그로 인해 결정되는 앞으로의 생사나 존망. 이를 우리는 운명이라 부른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는 햇빛도 인간에게는 운명 같은 존재다. 태양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니 말이다.

21, 23일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글로벌 디밍’과 지난달 개봉한 영화 ‘선샤인’은 미래에 태양과 지구가 맞게 될 운명을 예고했다. 먼 훗날 그것은 바로 인류의 운명과 직결될 터다.

○ 지구가 점점 어두워진다?

40여 년 전 이스라엘 농업연구청(ARO)의 제럴드 스탠힐 박사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들판에서 햇빛의 세기를 측정했다. 이를 기초로 관개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약 20년 뒤 스탠힐 박사는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데이터를 다시 측정했다. 그 결과 햇빛이 22%나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당시 과학계는 그의 논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뒤 세계 여러 나라의 기후학자들이 비슷한 연구결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1950∼1990년대에 태양에너지가 남극에서 9%, 미국 영국 러시아에서 각각 10%, 16%, 30% 감소했다는 것.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의 빛과 열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기후학자들은 이 현상을 ‘글로벌 디밍(Global dimming)’이라 부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비랍하드란 라마나탄 교수는 인도양 중북부에 1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몰디브 제도에서 4년간 글로벌 디밍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몰디브 제도에서 인도와 가까운 북쪽 섬은 남쪽 섬보다 햇빛이 10% 이상 약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북쪽 섬은 남쪽 섬보다 공기 중의 오염입자가 10배나 많다.

구름 속의 물방울은 공기 중의 오염입자에 잘 달라붙는다. 그 때문에 오염입자가 많을수록 구름이 물방울을 많이 머금게 된다.

이렇게 모인 물방울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광선을 반사시킨다는 게 라마나탄 교수팀의 분석이다.

글로벌 디밍 현상이 ‘글로벌 워밍(Global warming·지구온난화)’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과학자도 있다. 그렇다고 글로벌 디밍을 마냥 방치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부산물인 재와 그을음, 그리고 이산화황 같은 오염입자가 늘어나 글로벌 디밍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이산화황은 산성비와 스모그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어떤 기후학자들은 햇빛이 반사돼 해수 온도가 낮아져 강수량 패턴이 바뀌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독일 러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의 비트 리퍼트 박사는 “이제부터라도 오염물질로 인한 글로벌 디밍과 온실가스로 인한 글로벌 워밍의 영향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태양의 수명이 줄어든다?

태양도 수명을 다하면 빛을 잃게 될 것이다. 태양의 수명은 약 100억 년. 태양이 생긴 지 50억 년쯤 지났으니 지금 우리가 보는 태양은 일생의 절반을 산 ‘중년’인 셈이다.

태양 중심에서는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수소가 타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나오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빛과 열의 형태로 지구로 오는 것이다. 내부에 헬륨이 점점 쌓이면 태양은 불안정해져 더 많은 빛과 열을 내게 될 것이다. 그럼 앞으로 태양은 더 밝아지게 되는 걸까.

태양 중심의 온도가 1억 도를 넘으면 헬륨이 탄소로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이때가 바로 태양이 빛을 잃기 시작하는 시기다. 영화 ‘선샤인’에서는 이 시기를 50년 뒤로 설정했다. 태양이 앞으로 50억 년은 더 버텨 줄 거라는 예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축된 시나리오다. 인간의 우주개발과 지구온난화가 태양의 온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기 때문이라는 것.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그룹 문용재 박사는 “태양 내부에서 1kg의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면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연간 지구에서 쓰는 연료 총소비량의 10배가 넘는다”며 “지구에서 발생하는 어떤 격변도 태양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이 나이가 들어 빛을 많이 내 지구가 더 밝아질까, 아니면 이산화황이 햇빛을 반사해 더 어두워질까. 현대과학으로 태양과 지구의 운명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아직 어렵다. 수백 세기 이후 인류는 지금과 밝기가 다른 햇빛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