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거부와 파경 | ||||||||||||||||||
세계적으로 부부들이 한 번 결혼을 해서 죽어 헤어질 때까지 결혼을 유지하는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통계를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국이 미국, 스웨덴에 이어 세계 세 번째라는 얘기도 나온다. 자신이 결혼을 한 이유를 물으면 '적령기가 되어서' '남들이 하니까' '착한 사람 같아서'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하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인 것을 보면 아마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 아닌가도 싶다. 또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과 경험의 부족,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힘 겨루기로 가정의 평화(?)를 이어가는 미숙한 협상능력이 오래도록 결혼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로라 벳직은 이혼을 비교문화적으로 분석한 진화인류학자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파경에 이르는 데는 배우자의 간통과 불임이 가장 큰 원인이며, 그 다음이 성관계 거부, 배우자의 잔인함과 무시, 학대라고 한다. 인간이 생물이고 생물의 목적이 생식이라는 점에서 볼 때 배우자의 간통과 불임이 파경의 원인으로 꼽힌 점은 무척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어 부부간의 섹스 거부, 특히 아내의 섹스 거부는 배우자를 갈아치우는 흔한 이유로 거론된다. 남편과의 신체적인 접촉 자체를 거부해 몸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하고, 성적으로 무관심하고 냉담하게 변하는 것,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는 것 등이 주로 여성에 의해 일어나는 거부 방법이다. 이렇게 아내에게 섹스를 번번이 거부당하다 보면 대개의 남편은 처음엔 어떻게든 해결방법을 찾아보려 하겠지만 그것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배우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고 싶지 않아진다고 한다. 혹은 바깥에서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게 얼마나 쉬운가! 남편을 갈아치울 생각까지는 아니었어도 어느 새 이렇게 냉담해진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보는 아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 남편과의 섹스가 싫어졌는지, 성적으로 냉담하고 무관심해진 이유가 무엇인지, 남편과의 갈등 원인이 무엇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몸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남편에게 섹스를 빼앗는 것은 아내에게 사랑을 빼앗는 것인 만큼 결국 이별을 부르는 전주곡이라 하지 않는가! [배정원 연세성건강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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