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안에 줄기세포 활용 가능 | |||||||||
"열심히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수 있을까요? 완치는 가능한가요? 항암치료를 받으면 오히려 고생해서 더 빨리 죽는 것은 아닌가요?" 최근 기침이 잦아져 감기인 줄 알았던 37세 김 모씨는 병원에서 폐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 그는 9세, 7세 두 딸의 아버지이자 직장에선 중견 위치에 있다. 김씨는 "동물 대상 암치료제 시험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나왔다든가, 암 정복은 이제 시간문제라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눈이 번쩍 뜨인다"고 말한다. 조금만 참으면 암 완치가 가능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종철 삼성서울병원장은 "각국이 암 정복을 국가시책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암 완치율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암 완치율(2002년 기준)은 미국 64.9%, 유럽연합(EU) 51.6%, 영국 48.8%, 일본 43.5%, 한국 46.1% 등이다. 1930년대 암 완치율이 20%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많게는 3배까지 높아진 것이다. 암 예방과 치료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미국은 2015년을 암 극복 목표연도로 삼고 있다. 분명 인류는 암 정복에 조금씩 근접하고 있다. 그러나 역으로 말하면 여전히 절반 가까운 암 환자는 치료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된다. 숱한 기술적, 의학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암은 여전히 인류의 최대 '적'으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단이 한국중앙암등록 자료와 건강보험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한 해 동안 암으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 손실은 14조1000억원이었다. 이는 2002년 11조3000억원에 비해 3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또 2005년 한 해 동안 47만8446명의 암 환자가 병원을 찾아 2002년(31만1759명)보다 무려 53% 증가했다. 김창민 암정복추진기획단장은 "다른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암 정복이 100% 예방과 완치를 의미한다면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목표"라고 말한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노화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로 암 발생 또한 어느 정도는 '숙명'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나 지금보다 암 발생과 이로 인한 죽음을 크게 줄이는 일은 가능하다. 암 치료약은 2000년대 들어 걸프전에 사용된 정밀 유도탄에 비유할 수 있는 분자표적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암세포만 공격하는 글리벡과 같은 신약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유수의 다국적 제약사들은 B형 간염백신,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 등 암 예방용 백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치료용 백신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항암제 분야에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표적치료제' 등장이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시판 중인 분자표적 약물에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암세포의 영양 공급을 끊어버리는 아바스틴과 어비툭스 △항체를 이용해 암세포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을 막는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 △림프암에서 생기는 단백질을 공격하는 맙테라 △맙테라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붙여 암세포를 공격하는 제발린 △세포분열에 관여하는 프로테마좀의 활성을 조절하는 벨케이드 등이 있다. 종양조직만 선택적으로 파괴하고 주위 정상조직의 방사선 노출을 줄인 양성자치료기는 '꿈의 방사선치료'로 불린다. 이밖에 동물실험 또는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암 치료법에는 수지상세포 등을 이용한 면역치료, 암 억제 유전자를 주입하는 유전자치료, 나노기술을 이용한 나노약물전달체 약물개발, 줄기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 등이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근칠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2003년 인간지놈지도가 완성된 후 암을 다루는 학계에서 하나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개개인의 유전학적 특성을 발견해 개인에 가장 잘 맞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줄기세포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도 높지만 아직 상당 기간 뒤에야 암 퇴치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동욱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줄기세포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암을 비롯한 구체적인 질병 치료에 줄기세포가 활용되려면 앞으로 5~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문 기자 / 노원명 기자] |
癌도 경제다…사회경제적 손실 年 14조원 | |||||||||
암퇴치 국가가 직접 나서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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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이길 수 있다◆ 62세 생일을 앞둔 박 모씨는 최근 이제 그만 와도 된다는 주치의의 말을 듣고 봄날처럼 따뜻한 햇볕을 느끼며 병원을 나섰다. 그는 7년 전 암으로 진단받던 그날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당시 그는 의자에서 일어날 때 좀 어지럽다는 느낌이 들어서 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를 통해 빈혈이 발견되자 원인을 찾기 위해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내시경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료실 의자에 앉았을 때 어딘지 무거운 주치의 표정에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치의에게 위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것은 "죽는구나"하는 생각뿐이었다. 아내는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주치의의 말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다행히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아 위절제수술을 받고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한 항암치료를 받았다. 8개월간 힘든 치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가족과 친구들의 격려 덕분이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는 새 생명을 얻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병원비와 건강유지비로 집안 살림은 거의 거덜이 났다. 엄청난 돈을 까먹었지만 박씨는 그나마 목숨이라도 건져 다행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한국에는 박씨와 같은 암환자가 매년 12만3741명(2005년 기준) 발생한다. 또 암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한 해 6만5497명에 달한다. 국민 전체 사망자 중 암환자는 4명 중 1명꼴이다. 매일 340명이 암환자 진단을 받고 180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암 투병은 이제 경제력 싸움이 돼 가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암환자는 막대한 사회경제적인 손실을 초래하는 만큼 사회와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배강수 대한암환우협회 회장은 "암은 환자 스스로의 고통은 물론 가정까지 무너뜨리는 병"이라며 "암완치를 위해 보통 2억~3억원에서 10억원이 든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암이 개인적인 질병을 넘어 사회 와 국가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암은 1차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주범이다. 암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가족을 빈곤층으로 몰아넣어 결국 가정을 해체시키는 '악'이기도 하다.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단 김성경 연구원이 한국중앙암등록자료와 건강보험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5년 한 해 동안 47만8446명의 암환자가 병원을 찾았고 의료비로 총 2조3000억원을 사용했다. 간병비와 교통비, 그리고 보완ㆍ대체요법 비용으로도 9000억원을 지출했다. 암 때문에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해 발생한 생산성 손실은 의료비와 비슷한 3조원이었다. 조기 사망으로 인한 경제 손실은 7조9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 손실액은 환자가 평균 수명까지 생존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이 같은 상황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안윤옥 대한암협회 회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지금 의학 수준을 볼 때 암은 예방도 가능하고 치유도 할 수 있는 극복 가능한 질병"이라며 "개개인의 생활습관과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범국민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암 정복의 현실적 목표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현재보다 80% 정도 줄이는 것이다. 흡연(폐암), BㆍC형 간염(간암), 헬리코박터균(위암) 등 각종 암의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이나 균을 멀리하는 예방적 조치로 현재보다 40% 정도 암환자가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머지 40%는 조기 발견을 통해 완치할 수 있다. 암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흡연 30%, 식습관 30%, 만성간염 18%로 약 80%가 일상 생활습관과 관련돼 있다. 유근영 국립암센터 원장은 "대부분 흡연, 짠 음식, 운동 부족, 만성간염 때문에 암에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전호경 교수는 "흡연과 운동 부족을 비롯해 스트레스와 공해가 암을 부른다"고 분석했다. 치열한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와 환경 오염, 서구화된 식생활에서 원인을 찾는 전문의들도 있다. 이 모든 정황들은 생활이 바뀌면 암이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습관의 변화가 목숨을 살리고 경제도 살린다는 주장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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