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고혈압

[겨울철고혈압…이것만은!] <상> 자신의 혈압을 알자

bthong 2008. 1. 22. 19:21
[중앙일보]
2분 간격 2번 측정 2일 뒤 재측정을

고혈압은 이제 국민병이다. 30세 이상 유병률이 30%에 육박하고, 60세 이상에선 50%가 넘는다. 하지만 고혈압 유병률을 줄이려는 노력은 이제 걸음마 단계. 2001년 발족된 국민고혈압사업단의 교육과 홍보를 통해 일반인의 고혈압에 대한 의식은 많이 높아졌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고혈압사업단 정남식(사진·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부단장이 겨울을 맞아 급증하는 고혈압 합병증 예방법을 전해 왔다.

 겨울은 고혈압 환자에게 치명적인 계절이다. 추운 곳에 몸이 노출되면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이들 호르몬은 심박동수를 증가시키고,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인다.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같은 고혈압 합병증에 의한 사망은 10월부터 늘기 시작해 1∼2월에는 다른 계절보다 10∼25% 증가한다.

 특히 겨울엔 송년회 등 회식이 많아 과음을 많이 한다. 술은 고혈압 환자에게 독과 같다. 혈압을 올릴 뿐 아니라 따뜻한 술자리에서 추운 밖으로 나가는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로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고혈압 합병증을 예방하는 첫 번째 수칙은 ‘내 혈압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고혈압 진단기준은 수축기 혈압 140㎜Hg 이상 혹은 이완기 혈압 90㎜Hg 이상이다. 고혈압 전단계에 속한 사람(수축기 120∼139㎜Hg, 이완기 80∼89㎜Hg)도 유의해야 한다. 정상인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검진이나 병원에서 한번 측정한 혈압은 정확한 자신의 혈압이 아니다. 혈압은 하루에도 수없이 변하고, 음식이나 술·통증·스트레스에 의해서도 등락을 거듭한다. 따라서 자신의 정확한 혈압을 알기 위해선 2분 간격으로 2회 이상 측정해 평균을 내고, 2∼3일 간격으로 다시 재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적정 혈압은 120/80㎜Hg 미만이다.

 겨울엔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서 복용할 수 있다. 일부 감기약에 고혈압 약의 효능을 감소시키고, 혈관을 수축시켜 갑작스럽게 혈압 상승을 유발하는 약이 있다는 점을 유념하자.
 옷장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겨울 옷을 꺼내고 난방을 점검하듯 자신의 혈압을 정확히 측정·관리하는 것이 예고 없는 불행을 막는 중요한 수칙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더 자세한 정보는 www.hypertension.or.kr

 

무리하면 역효과 … 15분 걷기부터 시작을

운동은 고혈압의 위험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혈압을 낮출 뿐 아니라 체중을 감소시키고, HDL(고밀도)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을 줄인다. 심장 기능을 향상시키고, 혈관의 탄력을 높여 동맥경화 가능성도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전단계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면 두 달 뒤부터 혈압이 안정되고, 고혈압 1, 2기에 속한 사람은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이 5㎜Hg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2만7055명의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운동량과 심혈관계 질환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운동을 통해 주 200∼599㎉를 소모하는 군은 200㎉ 이하를 소비하는 군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가 27%, 또 600∼1499㎉ 소모군은 32%, 1500㎉ 이상 소모군은 41%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큐레이션 2007 10월호>.
 
이상적인 운동량은 매일 중등도 강도로 30분∼1시간, 주 5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 2회, 30분만 운동해도 심혈관계뿐 아니라 당뇨병 발병률을 낮춘다는 논문도 많다. 권장 운동량에 비해 적게 해도 분명히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에도 한계는 있다. 예컨대 고혈압 전단계(수축기 혈압 120~139 또는 이완기 혈압 80~89)에선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혈압을 관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운동은 고혈압으로의 이행을 막는 중요한 생활 수칙이다.

문제는 혈압이 140/90 이상인 사람들이다. 이 중에서도 혈압이 매우 높지 않거나(1기 고혈압:수축기 혈압 159 이하, 이완기 혈압 99 이하),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위험인자가 없다면 약을 쓰지 않고 일단 생활요법을 시도한다. 그래도 조절이 안 될 때 약물요법을 시작한다.

반면 혈압이 매우 높거나(2기 고혈압: 수축기 혈압 160 이상, 이완기 혈압 100), 합병증 또는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엔 처음부터 약물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우선 가볍게 아침·저녁으로 15분 정도 걷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게 시작하면 다치기 쉽고, 그 결과 운동을 포기하게 된다.
 
고혈압을 위한 운동요법에는 빠르게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등산 등 유산소 운동이 추천된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도 너무 오래 하거나 격하고, 쉴 틈이 없으면 혈압을 올리고, 뇌출혈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또 무산소 운동(중량 운동)시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한 뒤에 하고, 러닝머신이나 사이클 등 유산소 운동을 병행한다.

만성적인 건강 문제나 심장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운동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전문의와 상의한다.

국물 음식 덜 먹고 채소·과일은 듬뿍

소금은 혈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금의 주된 성분인 염화나트륨(NaCl)은 짠맛을 내는 물질로 우리 몸의 수분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소금 섭취량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평균 5280㎎으로 1998년 4036㎎, 2001년 4903㎎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일본은 4843㎎, 영국 3600㎎, 미국의 경우 3375㎎ 수준.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5g(나트륨 2000㎎) 이하의 소금 섭취를 권장하며, 한국영양학회도 이를 따르고 있다. 5g은 티스푼으로 수북하게 한 숟가락 떴을 때의 양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약 13g의 소금을 매일 섭취하며, 특히 30~49세 남자는 권장 수준의 3배가 넘는 15g 이상을 먹는다. 이는 밥숟가락으로 하나 가득 떴을 때보다도 많은 양이다.

 소금을 가장 많이 섭취하게 하는 음식은 김치(30%), 국과 찌개(18%), 어패류(13%) 순이다. 이 중 김치는 소금 함량도 높지만 하루 세 끼 모두 먹는다는 점이 문제다. 혈압을 고려하면 염도 1.8~2%인 김치가 적당한데, 영남 일부 지역에선 염도가 4%에 달한다. 소금 섭취를 줄이려면 국·찌개·라면 등의 국물을 마시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죽염·암염·천일염은 괜찮다고 하지만 이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 주요 성분은 일반 소금과 동일한 염화나트륨이다. 단지 일반 소금보다 칼슘·마그네슘·황·칼륨 등 무기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저나트륨 소금은 염화나트륨 대신 염화칼륨(KCl) 성분을 넣어 일반 소금과 비슷한 짠맛을 내면서도 상대적으로 나트륨이 적다. 하지만 음식 맛이 다소 떨어지므로 음식 간을 맞추는 데 사용하기보다 고기 등을 찍어 먹는 용도가 적당하다.

 고혈압 약을 복용하거나 신장질환자는 저나트륨 소금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일부 고혈압 약 중엔 칼륨(K)이 몸에 축적되는 성분이 있고, 신장질환자는 이뇨 기능 저하로 칼륨이 체내에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소금을 많이 먹었다면 어떻게 할까. 채소와 과일에는 칼륨이라는 무기질 성분이 풍부해 나트륨의 체외 배설을 돕는다. 이상적인 나트륨과 칼륨의 섭취 비율은 1:1.5 정도. 따라서 나트륨 함량은 낮고 칼륨의 함량이 높은 콩·팥·바나나·사과·배·딸기·포도·감·귤 등과 호박·고구마·가지·옥수수·양파·시금치 등 채소류를 충분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에는 영양성분표에 기재되어 있는 나트륨(Na) 함량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자.

 

 


정남식(국민고혈압사업단 부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