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받은 상담 전화다.
"제가 변태인지 알고 싶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라고 점잖게 말을 시작한 중년 남성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의 아내는 아르바이트로 폰섹스를 하고 있다고 했다. 돈이 필요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전화를 통해 섹스를 하는 시늉을 내는 소리를 듣다보면 무척 흥분되기 때문에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부부가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보니 요새는 섹스 때 점점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런 자신들이 정상이 아니라는 걱정이 들어 상담을 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상대 남자에게서 '파트너 교환 제의'도 받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절대로 스와핑은 안 하겠지만 어쨌든 그것도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지기는 한다"고 말했다. 이는 두 사람에게 섹스를 하게 한 후 이를 관찰하면서 만족을 얻는 트로일리즘(troilism)과 유사한 증세다. 특히 남성은 자기 부인이 다른 남성과 섹스를 하게 하고 그것을 보면서 만족하는 관음증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위 사례는 무척 심각하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인터넷으로 야한 동영상을 보며 심심풀이로 자위행위를 하던 남편들이 아내와의 섹스로는 더 이상 흥분이 안 되기 때문에 발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야한 동영상을 통해 강한 자극으로 흥분을 해왔기 때문에 아내와 익숙해진 자극으로는 흥분이 안 되고, 아내와 하는 섹스는 혼자 하는 자위행위보다 힘도 들고 해서 점점 안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섹스는 친밀감을 높여주는 행위지만 그것이 감각에만 치중하게 되면 자극은 점점 더 강해져야 한다. 따라서 몸을 만지거나 핥거나 하는 접촉의 자극도 강해져야 하고, 제2의 뇌라고 하는 눈을 통해 받는 시각적인 자극도 더 세지 않으면 흥분하지 않게 된다. 섹스는 감각 문제이기도 하지만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몸만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의 대화이며 깊은 친밀감을 위한 강력한 소통방법이다. 강한 자극을 찾아 감각만 개발하다 보면 상대를 알아가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마음과 영혼의 교통이 막혀버린다. 섹스는 분명 상대와 멋지고 짜릿한 교감이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중심에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정원 연세성건강센터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