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넘어가는 소리를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을까 상영시간 내내 신경 쓰였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 그러나 '색, 계'를 제대로 보자면 첩보대장 '이'와 여대생 스파이 '장치아즈' 정사신에서 감정선을 읽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첫 번째 정사신은 과연 성적 지배자는 누구인가 하는 권력관계의 물음으로 다가온다. 가학적으로 자신을 대하는 '이'와의 첫 정사 후 홀로 침대에 남은 장치아즈 얼굴에 미소가 확대된다. 성폭행처럼 치러진 정사인데 왜 그랬을까. '이'가 섹스를 할 때도 상대를 묶어두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될 정도로 극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장치아즈가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이'의 첫 번째 경계를 안전하게 넘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심리적으로 장치아즈가 우위를 차지한 셈이다. 두 번째 정사가 서로 신뢰를 살피는 탐색전이었다면, 세 번째 정사 장면은 욕망과 본능, 이성과 감정 사이의 '계(戒)'에서 갈등하는 장치아즈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스파이에게는 가장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의 감정에 당황하면서도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이'에게 한없이 무너지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왜 '이'를 함정 속으로 끌고 왔으면서도 마지막 순간에는 도망가라고 했을까.
그런데 반지를 찾으러 갔을 때 그는 "나는 보석에는 관심 없소. 다만 그걸 낀 당신 손이 보고 싶었던 거요"라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뜻밖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지켜줄게"라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비로소 마음의 둑이 터지고 사랑을 온전히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면서 마음을 결정한다. '이'가 도망간 후 홀로 남은 장치아즈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평온한 얼굴로 한가롭게 쇼윈도 속 웨딩드레스를 바라본다. 비록 파격적인 정사신에 밀려 주제마저 잊어버리기 십상이지만 이 영화는 우리에게 '여자에게 사랑은 혁명보다 우선하는 소중한 그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고전적 러브스토리다. 이제 우리들 얘기를 해보자. 체위라고는 고작 두세 가지. 정해진 자세와 반복되는 패턴은 잠자면서도 가능할 정도다. 언제나 '선교사 체위'만을 고집하고 있다면 종래에는 무성의해지거나 아예 섹스리스 부부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좀 대담해질 필요가 있다. 섹스는 상대에 대한 깨달음이다. 그리고 혁명보다 우선하는 '그 무엇'이다. [한지엽 한지엽비뇨기과원장]
|
'상식 & 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연 비아그라 (0) | 2008.02.27 |
---|---|
중독을 부르는 섹스 (0) | 2008.02.03 |
정력제? 최음제! (0) | 2008.02.03 |
제타(Zetta) (0) | 2008.02.03 |
천일야화(아라비안 나이트) (0) | 2008.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