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paradigm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
글로벌 비즈니스의 뉴패러다임
사업 환경의 변화로 기존의 경영 통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사업 형태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극복받고 있는 다양한 신사업 형태 중 중요한 것들을 골라 4개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정리하여, 그 현상과 시사점을 살펴 본다.
21세기 들어 세계 시장의 사업 환경은 빠르게 변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글로벌화로 인해 각 국가별, 지역별 시장의 장벽이 무너지고 시장이 통합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고령화 진전과 출산 감소로 인구 구조가 역피라미드형으로 변하고, 이민 증가로 다인종/다민족화가 빠르게 진전될 것이다. 또한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전세계 차원에서 대응 노력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는 기업 경영에 있어 지속가능성 이슈와 맞물리면서 저탄소, 친환경, 고효율 경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BRICs등 신흥국의 눈부신 성장은 세계 경제의 구도를 변화시킬 것이다. 특히 신흥국의 자원 수요 급증과 공급량 증대 부진이 맞물리면서 원자재발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비재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산업 내 경쟁 구도의 변화 또한 야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가치 창출상 유형자산보다 브랜드, 디자인, 기술 등 무형자산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확보, 활용하는 기업들이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는 과거와 다른 사업 트렌드들이 다양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여기에서는 다양한 사업 형태 중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것들을 선별해, 비즈니스 모델의 4요소인 고객, 제공 가치, 상품, 전달방식의 측면에서 4가지의 사업 패러다임으로 정리해 보았다. 4가지 사업 패러다임은 그 자체로 중요한 사업 기회들을 포괄한다.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의 구성 요소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 방식의 변화 방향을 모색하는데도 유용한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글로벌 롱테일 비즈니스는 80%의 비핵심 고객을 주로 공략하는 사업 트렌드이다. 둘째, 마이너스 비즈니스는 줄여야 돈을 버는 사업 형태로 그 제공 가치는 “절감”이다. 셋째, 천연자원/자유재 비즈니스는 말 그대로 천연자원과 물, 공기 등의 비경제재를 상품으로 하는 사업이다. 넷째, 브랜드 컬렉터 비즈니스는 기업이 아니라 브랜드를 사 모아 부가가치를 제고하려는 사업 형태이다. 이하에서는 4가지 사업 트렌드에 대해 상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1. 글로벌 롱테일 비즈니스 - 80%의 비핵심 고객을 공략한다
과거 기업들은 20%의 고객이 80%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파레토 법칙을 따랐다. 동질성이 크고 수익성이 높은 20%의 핵심 고객 시장을 주로 공략했던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 기업들이 시장 내 핵심 20%에 집중한 결과, 금새 잠재 수요가 소진되고 치열한 경쟁이 야기되었다는 점이다. 글로벌 롱테일 비즈니스는 경쟁 격화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20%의 핵심 고객 시장에서 벗어나, 80%의 비핵심 고객 시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으려는 사업 트렌드이다.
고령화, 이민 증대로 인해 부상하는 베이비 부머, 소수인종(Minority) 시장은 대표적인 롱테일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에서 주목받는 히스패닉 시장을 보자. 과거 미국 내에서 히스패닉 소비자들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인구나 소득이 보잘 것 없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멕시코, 남미에서 이민 유입이 증가하면서, 히스패닉 인구는 2005년 어느 새 미국 인구 비중의 14%를 넘어섰다. Goldman Sachs(‘07.10)에 따르면 2030년에는 20%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이들은 소득 대비 소비 비중이 높고, 생필품 이외의 소비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기본적인 의식주 사업 뿐만 아니라 유통, 의료, 금융, 미디어 분야에서도 히스패닉 시장의 공략이 시도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화로 신흥국 40억 인구가 세계 경제에 본격 편입되면서, 신흥국 저소득층 시장에도 관심이 커지는 추세이다. 신흥국 저소득층은 소득 구조 피라미드의 하위 8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BoP (Bottom of the Pyramid) 시장이라고도 한다. 20 달러 대의 초저가 휴대폰, 150 달러 대의 초저가 PC, 3000 달러 대의 초저가 자동차 등은 이미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금융공사(IPC)가 발간한 “The Next 4 Billion(‘07.3)”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건강/의료, 정보통신, 수자원, 교통/운송, 주택, 에너지, 음식료,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글로벌 롱테일 비즈니스는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글로벌 사업상 중요한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기존 선진국 시장의 포화와 신흥국의 급성장 때문에, 신흥국 사업을 도외시하고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60억 명의 거대한 세계 시장이 형성되면서, 지역, 인종, 문화, 종교 등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의적으로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써 최근 국제 금융 시장에서는 이슬람 금융 사업이 화두가 되고 있다. 전 세계의 이슬람 인구는 13억 명에 달하며, 최근 오일 머니로 구매력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독특한 종교적, 문화적 특성 때문에 그동안 거의 공략되지 않았던 시장이라는 점도 중요한 이유이다. 종교라는 새로운 시장 세분화 기준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이끌어낸 것이다.
2. 마이너스 비즈니스 - 줄여야 돈을 번다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야 경쟁에서 이기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은 경영의 기본 상식이다. 기업들은 빠른 자동차, 더 큰 비행기, 더 많은 저장용량의 PC처럼 속도, 크기, 용량을 더욱 증대시켜 고객 가치를 제고하려 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마이너스 비즈니스는 줄이고, 절감하는 것을 제공 가치로 삼는다.
최근 주목받는 탄소 배출권 사업을 보자. 이는 온실가스를 배출 허용량보다 많이 줄이고 초과 감축량을 시장에 매각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많이 줄이는 만큼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에너지 절감 컨설팅 사업(ESCO : Energy Saving Company)도 마찬가지이다. ESCO는 컨설팅 고객의 에너지 사용을 효율적으로 줄이고, 그 절감액의 일부를 컨설팅 수입으로 받는다. 한편 해외에서는 다이어트 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도 요즘 비만은 사회적 이슈이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정부에 비만 관리부를 신설하고 “비만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다이어트 사업의 제공 가치는 고객의 체중 절감과 균형잡힌 몸매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다이어트 업체인 NutriSystem사는 2007년 포춘 선정 미국내 초고속 성장기업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탄소배출권, ESCO, 다이어트 사업 등 마이너스 비즈니스는 이처럼 “증대”가 아닌 “절감”을, “최대화(Maximaize)”가 아닌 “최소화(Minimize)”를 새로운 고객 가치로 제시한다. 앞으로는 마이너스 비즈니스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0여 년간 산업 사회가 성장과 확대 일변도로 달려온 결과, 그 반작용으로 환경, 건강 같은 지속가능성 이슈가 전세계적으로 문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은 기존 산업 영역에서도 신제품 발상에 중요한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시장에서는 고유가로 인해 기름을 덜 먹는 고효율 저연비 차량이 화두가 될 것이다. 가전 시장에서도 저전력 특성을 강화한 Green 가전 제품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며, 식품 시장에서도 비만이나 건강 문제가 화두가 되면서 지방이나 유해성분을 최소화시킨 Low-fat 식품이 대세가 될 것이다.
3. 천연자원/자유재 비즈니스 - 자원이나 자유재가 고수익 상품이 된다
제품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원에 가공을 더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자원 그 자체로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기 힘들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원유, 원자재, 곡물 가격 파동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에는 자원 자체가 고수익 상품이 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2007년 철강 회사인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이 19.4%인데 반해, 호주의 철광석/석탄 채굴 회사인 Rio Tinto사는 영업이익률 28.9%로 훨씬 높은 수익률을 시현했다. 자원이 제품보다 가치가 더 큰 역설적인 상황인 셈이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 신흥국의 경제 성장에 따른 수요 급증과 1990년대 신규 유전, 광산, 농지의 개발 부진에 따른 공급 정체가 맞물려 수급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천연자원은 수요 증가가 막 시작 단계이고, 공급 물량은 쉽게 늘지 않아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원 보유국의 자원 민족주의, 원자재 기업들의 통합 및 과점화, 투기 세력 개입과 빈번한 자연 재해에 따른 가격 교란마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전망이다. 그 결과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금값은 온스당 12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수년간 천연자원 비즈니스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원이나 곡물의 자급률이 현저하게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미 유전 및 광산에 대한 자원개발 직접투자 사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 자원 기업, 상사 기업들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었다. 최근에는 신흥국의 자원 공사나 국부 펀드들 또한 참여를 시도하고 있다. 1~2년 전부터는 곡물 수급이 불안해지고 바이오 연료 붐이 불면서, 신흥국 농장에 직접 투자하는 곡물 플랜테이션 사업 또한 각광을 받는 추세이다.
한 걸음 더 나가 생각해 보자면, 앞으로는 물, 공기, 환경, 시간처럼 누구에게나 풍부하여 가치가 없다고 여겨진 자유재(free-good)도 훌륭한 사업 기회의 원천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도시 인구 집중, 생활 환경의 질 저하 때문에 보다 양질의 물, 공기, 환경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물 사업이 다시 각광받고, 전자 산업에서는 웰빙 가전을 넘어 항균/위생 가전까지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4. 브랜드 컬렉터 비즈니스 - 기업이 아니라 브랜드를 사모은다
많은 일상 소비재 산업이 성숙화되면서 브랜드 M&A 또한 점점 확대될 것이다. 이미 음식료, 의류, 패션 등에서는 90년대 이래 브랜드 컬렉터 기업 또한 암암리에 세력을 확장해 왔다. 이들은 브랜드 M&A를 통해 성숙화된 기존 산업에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뛰어난 브랜드 재활성화(Revitalization) 활동을 통해 인수한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증대시키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인수시 기업의 제품, 생산 설비 등 유형자산보다는 브랜드, 유통망, 기술 등 무형자산을 더 중시한다.
대표적인 브랜드 컬렉터 기업은 LVMH (Louis Vuitton Moet Henessy) 그룹이다. LVMH는 루이 뷔통 가방, 헤네시 코냑, 태그 호이어 시계, 겔랑 화장품 등 60여 개의 명품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프랑스의 SEB 그룹도 주방 기기 분야에서 로웬타, 테팔, 물리넥스 등 12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화장품 산업의 로레알 또한 랑콤, 비오뎀, 메이블린 등 14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M&A는 더욱 강화되고, 더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 컬렉터를 추구할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성장 정체, 기술 혁신 한계에 봉착한 전통적 소비재 산업에서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과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M&A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로써 세계 맥주 시장에서는 앤호이저 부시와 SAB 밀러 간의 인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둘째, 금융 시장 악화로 다소 주춤하긴 하겠지만, 사모 펀드들 또한 시장 인지도는 높으나 경영 역량이 떨어지는 브랜드의 매입을 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도미노 피자, 바슈롬 콘택트 렌즈, 던킨 도너츠,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등이 사모 펀드의 손에 넘어갔다.
셋째,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선진국 기업 브랜드를 인수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컨설팅 기업 BCG에 따르면 신흥국 기업들의 해외 M&A는 1997년 불과 4건에서 2006년에는 72건으로 크게 늘었다. 신흥국 기업들은 향후 2~3년간 서브 프라임 사태로 선진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틈을 타서 글로벌 M&A시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화웨이는 미국의 3Com 인수에 재도전 중이며, 인도의 타타 자동차도 최근 미국 포드의 재규어, 랜드로버 사업과 이탈리아의 페라리에 대한 인수 의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 컬렉터 비즈니스는 다양한 산업에서 전달 방식과 가치 창출상 공장 설비 같은 유형적 요소 외에 브랜드 같은 무형적 요소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무형적 요소의 구축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성숙화된 소비재 산업에서는 무형적 요소를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 M&A또한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기업이 성공적인 브랜드 컬렉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LVMH나 로레알 등 성공적인 브랜드 컬렉터 기업들은 저평가된 브랜드 가치를 포착하는 능력 뿐만 아니라 매입한 브랜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성공적으로 재활성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났다. 로레알의 메이블린 인수 사례를 보자. 1996년 당시 메이블린은 다소 촌스럽고 저가인 미국 토종 브랜드에 불과했다. 그러나 로레알은 막 개화 중인 미국 틴에이저 시장 공략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 메이블린을 인수했다. 여기에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색조 메이크업 라인업을 크게 강화해 메이블린을 “색조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심지어 2000년에는 세련된 이미지를 덧붙여 “메이블린 뉴욕”으로 리브랜딩한 후 미국을 넘어 해외 시장 공략에까지 활용했다. 기술력과 해외 마케팅망을 활용하여 투박한 로컬 브랜드를 세련된 글로벌 브랜드로 변신시키는 마술을 부린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 전략적인 자원 배분, 산업 내 차별적인 포지셔닝 등 경영의 본질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글로벌 사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본질을 풀어내는 방식은 유연하게 변경될 필요가 있다. 고객, 제공가치, 상품, 전달방식에 있어 새롭게 접근해야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롱테일 비즈니스, 마이너스 비즈니스, 천연자원/자유재 비즈니스, 브랜드 컬렉터 비즈니스 등 새로운 사업 패러다임들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된 일반적인 통념에서 벗어날 때,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린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롱테일 비즈니스가 시사하는 것처럼, 고객 및 시장 측면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시각에서 세계 시장과 고객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소득, 인구 외에 문화, 종교, 연령 등 다양한 세분화 기준을 개발, 적용해야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노키아가 휴대폰 시장에서 38%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이유 중 하나도, 2000년대 초반부터 신흥국 시장의 성장을 선견하고 중저가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마이너스 비즈니스가 시사하는 것처럼, 제공 가치 측면에서는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의 도래에 따라 변화하는 고객 가치를 포착하는 것이 앞으로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일례로 GE는 2000년대에 대체에너지와 수자원 등 환경 관련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Ecomagination이라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온실가스 절감과 환경 우려 감소라는 새로운 고객 가치를 먼저 포착하고 이를 적극적인 성장 전략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그 결과 GE의 매출은 2002년 1120억 달러에서 2007년 1727억 달러로 새로운 도약을 시현하고 있다.
제조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시대는 지나
나아가 천연자원/자유재 비즈니스를 염두에 둘 때, 상품 측면에서도 시대 변화에 따라 재화의 가치가 크게 바뀔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제조기업의 경우 기존 가치사슬상 가치의 이동 방향을 잘 살피고, 가치 증대 영역으로 사업 확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의 시노스틸은 호주 철광업체 미드웨스트에 대한 M&A를 시도하고 있다. 신산업인 태양전지 분야에서도 모듈 부문의 신규 업체 참여가 급증하면서, 원재료인 실리콘 잉곳, 웨이퍼의 전략적 확보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컬렉터 비즈니스는 가치 전달 방식과 수익 창출에 있어 공장 설비 같은 유형적 요소 외에 브랜드 같은 무형적 요소가 점점 중요해짐을 보여준다. 단순히 제조만 잘 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향후 국내에서도 글로벌 사업 전개상 해외 기업의 브랜드 M&A를 검토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다. 중요한 점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인수 그 자체보다도, 매입한 브랜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성공적으로 재활성화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능력이 없는 경우, 브랜드의 매입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독일 슈나이더의 TV 사업, 프랑스 톰슨의 RCA 브랜드, 알카텔의 휴대폰 사업을 인수한 후 소화 불량에 걸린 중국의 전자 기업 TCL의 사례는 이러한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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