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문세 오빠는 말했었다. 여인들이여, 다음 3가지 멘트를 날리는 '선수'를 조심하라고. ①"오빠 믿지?" ②"(허리를 와락 끌어안으며) 이런 거 좋아해?" ③"걱정 마. 손만 잡고 잘게".
17년 전 봄날, 영옥 씨는 하필 이 세 마디를 입에 달고 사는 선수 중의 선수와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대문 앞에서 갑자기 허리를 와락 끌어안는데 당해낼 재간이 있어야지. '에라 몰라' 하고 입술을 확 줘버렸죠 뭐, 호호~."
영옥 씨를 처음 만난 건 출근길 동네 지하철 역에서였다. 첫눈에도 맞벌이 여성이 분명한데 행색이 영 어수선했다. 재킷은 다림질을 안 해 꼬깃했고, 왼쪽 바짓단은 올이 터져 너풀거렸으며, 파마한 지 반년은 넘었는지 웨이브는 축 늘어져 있었다.
회사 경리로 일한다는 그녀는 솔직하고 화통했다. "3학년 아들놈 밥 먹여 학교 보낸 뒤 아홉 시까지 회사 도착하는 게 기적이죠. 하루는 '낙타 등'으로 직원들 앞에서 쇼를 했다니깐. 얼마나 정신 없이 옷을 입고 나섰는지 '부라자'가 등 뒤로 돌아간 거예요, 하하!"
17년 전 봄날, 영옥 씨는 하필 이 세 마디를 입에 달고 사는 선수 중의 선수와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대문 앞에서 갑자기 허리를 와락 끌어안는데 당해낼 재간이 있어야지. '에라 몰라' 하고 입술을 확 줘버렸죠 뭐, 호호~."
영옥 씨를 처음 만난 건 출근길 동네 지하철 역에서였다. 첫눈에도 맞벌이 여성이 분명한데 행색이 영 어수선했다. 재킷은 다림질을 안 해 꼬깃했고, 왼쪽 바짓단은 올이 터져 너풀거렸으며, 파마한 지 반년은 넘었는지 웨이브는 축 늘어져 있었다.
회사 경리로 일한다는 그녀는 솔직하고 화통했다. "3학년 아들놈 밥 먹여 학교 보낸 뒤 아홉 시까지 회사 도착하는 게 기적이죠. 하루는 '낙타 등'으로 직원들 앞에서 쇼를 했다니깐. 얼마나 정신 없이 옷을 입고 나섰는지 '부라자'가 등 뒤로 돌아간 거예요, 하하!"
낙천적인 영옥 씨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아들이다.
"학교만 끝나면 놀이터로, 골목길로 나돌길래 집에 붙어 있게 하려고 닌텐도를 사줬더니 책 한 줄을 안 읽어요. 해서 엄마가 집에 있을 땐 절대 안 된다 못 박았더니 퇴근 무렵만 되면 요 얄미운 놈이 '오늘은 야근 안 해?' 하고 전화를 걸죠."
그녀가 '선수 남편' 얘기를 꺼낸 건, 통성명한 지 한 달이나 지나서였다. 두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길래 "밤새 낭군님이랑 싸우셨구나" 했더니 배시시 웃는다.
"어제가 내 인생 개골창에 빠뜨린 울 남편 제사라…흐흐~."
개골창 사연은 이랬다. "손만 잡고 잔다"던 남자의 꾐에 빠져 불러오는 배에 복대를 차고 결혼식을 올렸다. "오빠 믿지?"를 연발하던 남자는 술과 외박으로 아내 속을 달달 볶았다. 그래도 불평 한마디 안 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아버지 정이 그리웠던 차. 남편은 옆에서 숨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였단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현장감독관으로 일하던 공사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사고였다. 그것도 음주 사고.
"허구한날 술국 끓여대고, 시중 들고, 옷 다려 입히고요. 그게 사랑인 줄 알았어요. 잔소리 퍼붓고, 집에 못 들어오게 문도 잡아 걸고, 헤어지자 협박도 하면서 사람 되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랬어야 미운 정 고운 정 옴팡지게 들어 이토록 허무하진 않을 텐데."
'놀토'였던 지난 주말 영옥 씨를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입이 댓발 나온 아들을 잡아 끌고 구립도서관에 가는 길이었다. 박물관에 가려고 아이 손을 잡고 있기는 이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혀를 찼다. "이런 건 남자들 시켜야 한다고 몇 번을 말하우. 사랑한다면 바가지를 긁어요. 살아 있을 때 박박 긁어요 글쎄."
"학교만 끝나면 놀이터로, 골목길로 나돌길래 집에 붙어 있게 하려고 닌텐도를 사줬더니 책 한 줄을 안 읽어요. 해서 엄마가 집에 있을 땐 절대 안 된다 못 박았더니 퇴근 무렵만 되면 요 얄미운 놈이 '오늘은 야근 안 해?' 하고 전화를 걸죠."
그녀가 '선수 남편' 얘기를 꺼낸 건, 통성명한 지 한 달이나 지나서였다. 두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길래 "밤새 낭군님이랑 싸우셨구나" 했더니 배시시 웃는다.
"어제가 내 인생 개골창에 빠뜨린 울 남편 제사라…흐흐~."
개골창 사연은 이랬다. "손만 잡고 잔다"던 남자의 꾐에 빠져 불러오는 배에 복대를 차고 결혼식을 올렸다. "오빠 믿지?"를 연발하던 남자는 술과 외박으로 아내 속을 달달 볶았다. 그래도 불평 한마디 안 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아버지 정이 그리웠던 차. 남편은 옆에서 숨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였단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현장감독관으로 일하던 공사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사고였다. 그것도 음주 사고.
"허구한날 술국 끓여대고, 시중 들고, 옷 다려 입히고요. 그게 사랑인 줄 알았어요. 잔소리 퍼붓고, 집에 못 들어오게 문도 잡아 걸고, 헤어지자 협박도 하면서 사람 되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랬어야 미운 정 고운 정 옴팡지게 들어 이토록 허무하진 않을 텐데."
'놀토'였던 지난 주말 영옥 씨를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입이 댓발 나온 아들을 잡아 끌고 구립도서관에 가는 길이었다. 박물관에 가려고 아이 손을 잡고 있기는 이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혀를 찼다. "이런 건 남자들 시켜야 한다고 몇 번을 말하우. 사랑한다면 바가지를 긁어요. 살아 있을 때 박박 긁어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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