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무성·재즈평론가
동창생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 친구가 공자의 말을 꺼냈다.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志學), 서른 살에 모든 기초를 세웠으며(而立),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고(不惑), 쉰 살에 천명을 알았으며(知天命)…."
누구나 한번쯤은 듣고 되뇌어 보았을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그 말씀대로라면 우리들은 유감스럽게도 나잇값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유혹에 흔들리고 있으며 심지어 10여 년 전에 완성되었어야 할 기초도 완벽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명언을 남긴 사람은 최고 반열의 성인(聖人) 아닌가.
모두가 공자가 말한 나이에 그 경지에 오른다면 공자의 체면도 민망해질 것이다.
우리들 주변엔 여러 분야에 걸쳐 친절한 가이드와 안내서가 넘쳐난다. 저마다 구원과 행복과 성공의 비밀을 알려주겠노라고 설파한다. 종교에 심취한 사람은 천국행 열차를 타기 위해, 젊은 사업가는 큰돈을 벌기 위해, 열혈 학부모는 아이를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서 노력하며 살아가지만, 어디 공자나 빌 게이츠나 신사임당이 그리 쉽게 나오는 인물인가? 우리는 너나없이 아등바등 살면서 길지 않은 삶을 스스로 옭아매고 새로운 스트레스를 키우는 건지도 모른다.
나이 오십이 되어서도 하늘의 뜻을 알기는커녕 유혹조차 다스리지 못하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공자가 아니니까' 하는 마음의 여유가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령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충분히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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