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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명 때마다 '전투적인 그녀'

bthong 2008. 4. 20. 08:54
북한이 뉴스를 진행하는 여성 앵커를 '특급 대우'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북한의 월간화보 '조선' 4월호는 조선중앙TV의 간판 앵커우먼인 리춘히(65·사진) 방송원(아나운서)을 소개하면서 "수도 평양의 아름다운 곳에 자리잡고 있는 그의 가정에는 남편과 두 아들 그리고 며느리, 손녀가 살고 있다"며 "현대적인 살림집도, 고급 승용차도 다 나라에서 선물했다"고 밝혔다.

리씨는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핵 실험 당시 베이지색 정장 차림으로 성명서를 읽는 등 북한의 대외(對外) 성명 보도를 도맡아 남한에도 얼굴이 꽤 알려져 있다. 또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께서는"으로 시작하는 김 위원장 관련 보도도 리씨의 몫이다. 조선중앙TV의 저녁 8시 뉴스도 진행한다.

그는 1943년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나 평양연극영화대학 배우과를 졸업한 뒤 1971년 2월부터 37년째 마이크를 잡고 있다. 북한 아나운서 최고 영예인 '인민방송원' 칭호와 '노력영웅' 칭호도 받았다. 화보는 리씨를 "박력 있고 호소성이 강한 쇠소리 나는 목청", "성명·담화를 발표할 때면 적들의 간담이 서늘해지게 공격하는 화술적 재능" 등으로 소개했다.
북한의 여성 아나운서들은 평양 창광원 미장원에서 최우선으로 머리를 다듬을 수 있는 특권이 있고, 이들의 머리 모양이나 의상은 북한 유행을 주도하기도 한다. 피복연구소에서 만든 옷들도 먼저 입게 된다. 북한 아나운서들은 평양연극영화대학이나 김일성대 어문학부, 전국화술경연대회 입상자 중에서 뽑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방송 상황에 따라 억양과 말투를 자유자재로 바꾼다. 미국이나 한국 관련 보도를 할 때는 격앙된 어조로, 김 위원장 동정을 알릴 때는 장중한 어조로 순식간에 전환한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