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비슷하다. 거대한 조직과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과 달리 오직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중소기업은 힘들게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골프는 체격이나 거리만 갖고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리에다가 정확성이 보태져야 한다.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몸집만 크다고 기업이 잘 된다면 중소기업을 한 100개쯤 모아서 그룹을 만들면 될 것이 아닌가.
김미현과 장정은 작은 키의 핸디캡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미 LPGA 홈페이지에 등재된 김미현의 키는 155cm, 장정은 152.4cm로 되어 있다.
단신의 핸디캡을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근력을 키우는 것이다.
박세리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최경주와 장정에게 체력 단련 프로그램을 짜준 우찬명 교수(경인대)는 "키가 작아도 근력을 보완하면 장타를 칠 수 있다"고 말한다. 근육 파워를 키워 임팩트에 힘을 실어주면 거리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클럽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힘의 전달을 효과적으로 하면 단신의 불리한 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장정은 주니어시절 단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엄격히 짜여진 체력 프로그램에 따라 지독한 지옥 훈련을 받았다. 부친이 다니는 헬스클럽에서 밤늦도록 하체 보강을 위해 강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연성 운동에 집중했다. 체력과 함께 멘탈 훈련도 병행했다. 그의 남다른 승부욕과 정신력, 쾌활한 성격은 후천적인 훈련에도 기인한다.
장정은 자신의 키만한 드라이버를 휘두르며 평균 253.3야드로 공동 68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장정이 공식 경기가 아닌 라운드에서 드라이버를 마음 놓고 치면 280야드를 훌쩍 넘긴다.
172cm의 최경주는 학창 시절 역도 선수였던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 그의 견고하고 안정감 있는 스윙 자세는 역도로 다져진 강한 하체 근력이 바탕이 됐으며, 장타를 날릴 수 있는 비결이다. 그는 지금도 끊임 없이 체력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단신을 극복하는 두 번째 방법은 정확성이다.
김미현은 우드를 잡고도 원하는 샷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짧은 드라이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찌감치 우드를 집중 연습했다. 우드로 공을 쳐서 볼을 세우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김미현은 남들보다 훨씬 많이 우드를 쥔 결과 키 큰 선수들이 아이언을 마음대로 쓰듯 볼을 곧잘 세운다.
김미현의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46야드로 LPGA랭킹 108위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김미현은 2002년 자이언트이글클래식에서 첫 승을 안았고 지난해까지 통산 8승을 올렸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키가 작은 게 핸디캡이라면 근력을 키우거나 쇼트게임 등 잔기술을 익히는 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골프는 코스와의 싸움이므로 어떻게 공략을 잘할까 하는 '창조적인 두뇌 플레이'에 조금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일 터. 약점 없는 기업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약점을 보완하고, 자신만의 장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길이 보이기 마련이다. 중소기업이 규모가 작아서 불리하다지만, 그만큼 의사 결정이 빠르고, 한곳으로 집중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 않은가? 물론 대기업보다 몇 배의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키 작은 선수와 중소기업. 둘 다 똑같이 고민이 많다. 전자기기 정전기 방지 부품 업체인 아모텍(Amotech)의 김병규 사장은 "돈 없는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기술력에서 최초와 최고가 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키 작은 골퍼들이 한번쯤 되새겨볼 만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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