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Squash & golf

골프는 기업 경영이다

bthong 2008. 7. 7. 00:26

 

골프는 기업 경영이다 
● 18홀 내내 압박감 크다 ● 방심하면 버디가 보기된다
● 시작 나쁘면 끝도 안좋다 ● 서두르는 사람이 진다

골프 마니아들의 그린을 향한 발걸음이 바쁘다. 계절의 여왕 5월은 골프에 최상이다.

그럼에도 골퍼의 손은 아직 무디다. 종종 헛스윙도 나온다. 뒤 땅을 치는 것은 애교. 벙커에서 네 번째 만에 빠져 나오고, 그린 위에서 3퍼트를 한다. 잠시 열은 받을 터. 그러나 오래 가지는 않는다. 며칠 뒤엔 다시 그린이 그리워지고 연습을 한다.

기업 경영은 골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잘 치듯, 일을 좋아하고 일에 미치는 사람들이 성공한다. 어떤 분야이든 최고에 오르는 사람은 역시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공자의 말처럼 즐기는 자가 성공할 확률이 많다. 힘만으로, 자신의 능력은 생각지 않고 무턱대고 들이민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많지 않다. 골프가 어디 힘만으로 되는가.

볼을 달랠 줄 아는 골퍼가 스코어카드에 적은 숫자를 적어 넣는다. 황소 같은 힘으로만 볼을 치는 사람은 엉뚱한 곳으로 볼이 날아가고 스윙도 일정치 않다. 그래서 볼을 때릴 때는 애인 다루듯 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골프의 티샷에서 슬라이스가 나거나 심한 훅이 걸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엄청난 손해를 본다. 임팩트 이후 목표를 향해 떠난 볼은 처음에는 차이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조그만 차이가 낙하 지점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 전략도 그렇고, 거래도 그렇고 시작이 중요하다. 시작이 나쁘면 반드시 끝도 안 좋다. 특히 서두를수록 나빠진다.

골프든, 사업이든 서두르는 사람이 진다고 한다. 타이거 우즈(Woods)처럼 일정한 스윙 패턴과 궤도를 갖고 있지 않다면 '빠름'보다는 '느림'이 좋다. 아마추어 골프에게는 '느림의 미학'이 스코어를 줄이는 데 더욱 효과적이다.

골퍼는 그린의 최고경영자라고 할 수 있다. 경기 운영과 스코어 관리를 어떻게 잘 하느냐가 관건이다.

골퍼는 CEO처럼 모든 선택과 판단, 결정을 자신이 내려야 한다. 종종 코스에서 캐디의 말을 들을 때가 있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이 져야 한다. 골퍼가 더블보기를 범했다고 캐디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나. 회사가 적자 났다고 직원이 책임지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 모두 CEO책임이다.

골퍼는 18홀 내내 심리적인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린 앞 해저드와 벙커를 피하고, 오르막과 내리막, 바람을 계산해서 클럽을 선택하고 샷을 해야 한다. CEO도 비슷하다. 늘 '어떻게 하면 회사를 잘 키워나갈까'를 연구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에도 대비한다.

원하지 않는 곳으로 골프 공이 날아가는 것처럼, CEO도 주위 환경으로 인해 난관에 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물론 골프와 경영 사이에 큰 차이점이 있다. 트리플 보기를 하거나 3퍼트를 하면 골퍼는 '그래 봤자 골프'라고 외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건 아마추어 골퍼 얘기다. 프로는 다르다. 프로 골퍼는 한 타 한 타가 생명이다. 프로 골퍼에게 가장 무서운 건 예선 탈락이다. 컷오프를 당해보라. 자존심은 둘째 문제다. 상금은커녕 출전 비용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는다.

골프는 자칫 방심하면 버디가 보기가 된다. 기업도 순간의 선택이 흥망을 결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골프를 하든지, 경영을 하든지 철저한 준비와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 안성찬은

한양대 독어독문학과 출신으로 1985년부터 2004년까지 20년간 일간스포츠, 문화일보, 스포츠투데이에서 골프 전문기자로 활동했으며 스포츠투데이 문화부장을 지냈다. 현재 골프월간전문지 '골프팁스코리아' 대표이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