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때 제주도는 관찰사 바로 아래 목사(牧使 정3품직)가 관할하던 행정구역이었다. 험난한 뱃길은 말할 것도 없고 기근(飢饉)과 풍토병이 끊이지 않아 제주목사로 발령을 받은 중앙 관리들 중에는 부임을 꺼리다가 처벌을 받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제주도에 가면 육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명승지들이 목사들을 위로해주었다.
그래서 숙종 때의 제주목사 이익태, 이형상 등은 각각 제주의 빼어난 경승지 10곳과 8곳을 골라 '제주십경', '제주팔경'이라고 이름 붙였고 헌종 때의 제주목사 이원조도 열 곳을 지목하였다. 외지인을 위한 여행 가이드였던 셈이다.
하지만 역시 제주는 제주도 사람이 가장 잘 아는 법. 제주에 관해 수많은 팔경, 십경, 십이경 등이 있었지만 현지에서는 조선 후기 제주도를 대표하는 학자의 한 명인 매계(梅溪) 이한우(李漢雨 1818/1823~1881년)가 고른 '영주십경(瀛洲十景)'을 최고로 친다. 영주(瀛洲)란 신선이 사는 곳을 뜻하며 제주도의 별칭이었다. 그만큼 조선 사람들도 제주도를 신비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으로 여겼던 것이다.
이한우는 일찍이 과거를 포기하고 지금의 제주시 지역에 살며 학문 연마에 몰두해 유학뿐만 아니라 천문 지리 병서에 두루 통달했고 특히 시에 뛰어났던 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제주도로 유배온 추사 김정희와도 교유(交遊)가 있었고 구한말 제주의 학문과 문학을 이끈 안달삼 김희정 이계징 고영흔 등의 제자를 길러낸 인물이다. 1862년에는 제주도에서 학정을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민란을 일으키자 이듬해 격문을 지어 제주 유림들에게 돌렸을 만큼 기개의 인물이기도 했다.
이한우의 '영주십경'은 제주목사들의 팔경, 십경과 달리 제주도 전체의 경승지에 치우치지 않고 선정한 점에서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그 '십경'을 10폭 병풍처럼 간결하면서도 상호 연관된 시로 그려낸 점이 압권이다.
그는 1)성산출일(城山出日)을 첫손으로 꼽았다.
성산 일출봉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해뜨는 광경을 경승(景勝)으로 쳤던 것이다. 이어 출일과 대비시켜
2)사봉낙조(紗峰落照)를 두 번째로 놓았다. 제주시에 있는 사봉에 올라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며 바닷물 속으로 사라지는 태양을 바라보는 일은 상상하는 것만으로 이미 가슴 벅차다. 출일과 낙조의 하루 순환을 끝낸 이한우는 1년 사계절의 순환을 통해 제주를 해석한다.
3) 영구춘화(瀛邱春花)는 제주시 방선문(訪仙門) 일대의 계곡이며 영구는 방선문의 별칭이다.
영구나 방선문 모두 신선(神仙)과 관련이 있을 만큼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한 비경(�景)이 빼어났다. 그래서 부임하는 목사들마다 6방 관속과 관기들을 거느리고 봄놀이를 하던 곳이다. 지금이야 그랬다가는 큰일나겠지만 방선문을 찾으려면 봄에 갈 일이요 봄에 제주를 찾는다면 방선문 계곡은 반드시 들러볼 일이다. 여름에는 정방폭포를 보라, 혹은 정방폭포는 여름에 보라 해서
4)정방하폭(正房夏瀑)이다. 낙하수 물보라에 그려지는 수많은 무지개를 배경으로 폭포수 소리와 바닷가 파도 소리의 어울림을 들을 수 있는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5)귤림추색(橘林秋色)은 제주도에서도 서귀포를 비롯한 제주 남부에서만 볼 수 있는 감귤밭에서 가을을 만끽함이요,
6)녹담만설(鹿潭晩雪)은 산 아래 봄이 찾아와 온갖 꽃들이 만발해도 한라산 정상에 펼쳐지는 별세계(別世界)를 붙잡아 무심하게 흘러가는 세월에 맞서 보려함일까?한라산 정상 서남쪽 아래에 부끄러운 듯 숨어 있는 기암절벽이 바로
7)영실기암(瀛室奇巖)이다. 시간의 순환을 벗어나 있는 듯한 공간. 세월의 무상함에 몸부림치던 이 유학자는 결국 절로 찾아든다.
8)산방굴사(山房窟寺). 말이 사찰이지 거대한 바위산 중턱에 있는 동굴이다. 남쪽 바다를 내려다보며 충분히 집착을 버린 자라면 다시 세간(世間)으로 돌아온다. 지금의 제주항 근처 산지포를 찾아 낚싯대를 드리우면
9)산포조어(山浦釣魚)요, 한라산 자락 어디나 볼 수 있는 초원지대 어디서든지 말을 놓아 기르거나 그 말들을 지켜보는 것이
10)고수목마(古藪牧馬)다. '영주십경'으로도 하나의 시를 이루는데 이한우는 각각에 '칠언율시(七言律詩)'를 지어 붙였다. 마지막 '고수목마'에 붙인 율시의 후반부다.
霧濕班毛皆變虎(무습반모개변호)/안개에 젖은 무늬 털은 다 호랑이 같고
風飛黃�各疑狐(풍비황렵각의호)/바람에 날리는 누런 갈기는 다 여우 같구나.
投鞭欲掃東西穢(투편욕소동서예)/채찍 휘둘러 세상 온갖 더러움 쓸어버리고 싶으나
誰有經綸滿腹蛛(수유경륜만복주)/거미배에 가득한 듯한 풍부한 경륜 가진 이 누가 있을까?
제주도 사는 사람으로
제주도 풍경이 가장 좋은 때가 언제냐고 하면
전 4월에서 7월까지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그때무렵이 유채꽃도 피고, 녹음이 짙어져서
제주의 바다와 하늘이 엄청 멋있거든요
물론 사진도 잘 나오고^^
제주도 관광을 하다보면
마소를 방목하는 풍경을 많이 보게됩니다.
해서 옛 어른들은 이 광경을
"고수목마"라고 하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