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로 보는 미래 실버들의 단상
실버마켓에 관한 논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새롭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우리 나라의 경우 노인문제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제적 문제에 있어서의 변화는 크게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실버계층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시장규모와 구매력측면에서 점차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과 힘을 갖춘 소비자 집단으로 탈바꿈해나가는 과정에 있으며 성장률 또한 높다는 점이다.
2000년 7월 [Ad Age]에 실린 기사를 보면 약 6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들의 손자, 손녀들을 위해 쓰는 돈이 연간 300억 달러에 달하며 또한 여행이나 여행관련 서비스에도 366억 달러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실버세대의 생활태도와 행동의 변화가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했던 방향이 아닌 독자적인 생활과 소비문화를 형성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버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 있어서도 이러한 변화를 빨리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응책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물론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들이 지금 당장 눈에 띄게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앞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향후 우리 사회의 모습을 탈바꿈시키는 커다란 변화로 다가올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따라서 현재의 실버계층들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형성될 실버계층들에 대한 예측과 전망을 통해 향후 다가올 '실버의 시대'를 준비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향후 다가올 '실버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실버시장에 관한 면밀한 조사와 연구가 요구되며, 발견된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체계적인 실버마케팅 전략수립의 중요성 또한 점차 커질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우선 노년층들에 적용될 수 있는 트렌드들은 어떤 것들인지를 알아보고, 그러한 트렌드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간략하게 검토해보고자 한다.
건강장수 트렌드
현대의학의 발달과 평균수명의 증가로 인해 노년층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부각되는 것은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수 있는가' 이다. 본인들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부수적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지연시키려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질병예방이나 노화방지와 관련된 의료문제, 약품, 건강보조식품 등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이며 수많은 파생상품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또한 반대로 병에 걸리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노인들이 자신의 건강과 관련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광고에 쉽게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연륜과 풍부한 경험들로 무장한 노인들은 자신들을 희화하거나 설득근거가 미약한 과장광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유럽에 있는 한 제약회사가 70대의 노인을 모델로 기용하여 젊은이 못지 않은 정열과 정력을 과시하는 강장제 광고를 내보냈으나 노인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실패를 했다고 한다. 반면에 반백의 머리에 건강한 주름이 잡힌 얼굴을 한, 굳건하고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어 보이는 노인 기장을 모델로 기용한 독일항공사 루프트한자의 광고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편익들을 어떻게 담당 마케터나 광고인의 시각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인 노인들의 시각에서 해석하고 전달하느냐 하는 것이다.
젊어지기 트렌드
노인들의 경우 나이가 들고 몸은 늙어 가지만 마음만은 청춘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과거처럼 손자 손녀를 돌보는 데 시간을 빼앗기는 전통적인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역할을 거부하고, 나이에 걸맞게 행동하라는 사회적 통념을 거부하면서 자신들만의 인생을 추구하려 하며, 자신의 나이보다 젊어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또 젊은이처럼 행동하고 싶어하는 연소화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노인들은 과거처럼 무기력하고 힘없는 모습이 아니라 "나도 왕년에는…" 같은 말로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서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자신의 제2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살아나가기를 원할 것이며 실제로 그런 적극적인 노력들을 통해 행복을 찾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노인들과 관련된 제품이나 서비스들의 경우에 과거의 좋았던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강한 노인층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향수마케팅(Nostalgia Marketing)기법을 활용하여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적절한 방법들을 제시한다면 적지 않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자신의 삶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즐기고자 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의 젊어 보이기 위한 노력, 젊은이처럼 행동하고 싶어하는 연소화 욕구와 관련된 제품이나 서비스들의 경우에는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연소화 마케팅(Down-aging Marketing)측면에서도 기회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광고주들이 50세 이상의 소비자들을 보는 시각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이들은 늙는 다는 것을 단순히 나이의 문제로 보지 않고 생각의 문제로 재해석함으로써 노인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즉 예전에는 주로 현관이나 안락의자에 편하게 앉아 시간을 보내는 모습으로 노인들을 묘사했던 것과 달리 요즘은 잘 차려 입고 활동적이고 재미있는 일에 몰두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독일의 제약 회사인 바이어스 도르프사는 화장품광고에 장년층을 등장시킨다는 것은 아직 위험하다라는 금기를 깨고 얼굴에 바르는 크림인 니베아 비탈의 광고에 52세의 여성을 모델로 기용해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유유상종 트렌드
스스로 젊어지려고 노력하고 재미있게 생활하려는 욕구는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점차 사회가 고립화, 개별화되고 고령독신가구와 고령부부가구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외로움을 극복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줄어드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노인들 끼리 모임을 만든다거나 실버타운 같은 곳에 모여 함께 생활하는 등 서로서로 의지하고 외로움을 달래려는 노력들을 할 것이다.
이러한 노인들의 외로움 극복욕구를 충족시켜줌으로써 시장기회가 발생하는데 미국의 경우 이미 노인들의 외로움을 마케팅기회로 활용하는 '가족 대여업(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해 하루동안 아들, 며느리, 손자 역할을 대신해주는 서비스)'과 노인 맞선 회사, 노인전용 전자오락실 등과 같은 사업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도 이처럼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들에 관련된 마케팅 기회가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유유상종의 예는 온라인상에서도 나타나는데 정보화 트렌드에 기인한 노인 인터넷인구의 증가를 발판으로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적 접촉을 시도하는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온라인상에 시니어들만의 공간과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노인들의 건강과 노후설계, 평생교육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운영되고 있는데 친구 찾기, 재혼(미팅)상담, 자원봉사신청, 접수 등으로 서비스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연예오락 정보, 채팅, 쇼핑몰 등으로 콘텐츠를 다양하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이트들로는 각종 노인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노인전문웹진 실버빌(www.silvervill.co.kr)과 노인 정보네트워크 시니어마을(www.seni.net), 노년층의 여가문화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스윗케어닷컴(www.sweetcare.com)과 프롬50닷컴(www.from50.com), 실버월드(www.silverworld.co.kr)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볼 때 인터넷이 이제는 더 이상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오히려 거동이 불편하거나 여유시간이 많은 노인들에게 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영역에서도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기회를 탐색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미래의 실버들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지에 대해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시장규모와 구매력측면에서 점차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과 힘을 갖춘 소비자 집단으로 탈바꿈해 나가는 과정에 있고 성장률도 높으며 또한 실버세대의 생활태도와 행동의 변화가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했던 방향이 아닌 독자적인 생활과 소비문화를 형성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향후 다가올 '실버의 시대'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버시장에 관한 면밀한 조사와 연구가 요구되며, 발견된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체계적인 실버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려는 노력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특정집단의 특성이 변화하면 그들을 부르는 명칭이나 정의에도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 노인이라는 말은 단순히 나이든 사람, 할아버지, 할머니 등과 같이 별다른 특징을 갖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노년층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르면서 떠올릴 수 있는 것과는 크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 노년층을 '선배시민(senior citizen)', '황금연령층'으로, 프랑스의 경우 '제3세대층'으로, 중국의 경우 70세 이상을 '존년'이라 부르며 사회적 지위와 특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우리도 할아버지, 할머니, 어르신 등과 같은 호칭 대신에 현실을 반영하고 그들의 변화하는 특성에 잘 부합되는 새로운 호칭을 찾을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그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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