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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UP'시키는 역동적인 '대한민국'

bthong 2010. 5. 9. 08:43

 

UAE 원전수출… 김연아 쾌거… 세계가 보는 '한국 이미지' 달라져
월드컵·G20회의 등 빅이벤트 줄줄이… 응집력 살려 국가발전으로 이어가야

'7급 공무원', '검사 프린세스', '의형제', '집행자', '굿모닝 프레지던트'…. 7급부터 대통령까지, 요즘 공무원들 바쁘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모습이 전통적인 '공무원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권력자 대통령이 복권을 사고('굿모닝 프레지던트'), 우는 아이 울음도 그치게 한다는 검사가 명품족('검사 프린세스')이란다.

요즘 이렇게 공무원이나 국가 기관이 문화상품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고 또 다양하게 변주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국가 기관의 권위가 세속화해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 한 원인일 것이다.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었던 중앙정보부나 안기부의 기억이 가시지 않은 기성세대에게는 생계를 위해 남파 간첩과 동업하는 전직 국정원 직원('의형제')이라는 설정이 생경하기만 한데, 독재의 트라우마가 전혀 없는 탓일까? 젊은 세대는 이 영화가 즐겁기만 하단다. 남과 북이 힘을 합쳐 비밀조직 '아이리스'의 테러를 막는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즐기는 시청자들을 보며, 이제 분단 상황이나 안보 의식마저도 가볍게 소비하는 소비사회의 '쿨'한 단면을 느낀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10년, 우리 곁에 다가온 가장 큰 트렌드는 바로 '대한민국' 자체다. 2010년은 공동체의 역동적인 이벤트로 가득하다. 김연아 선수를 비롯한 발랄한 젊은 세대가 온 국민을 흥분시켰던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시작이었다. 4년 만의 축제 남아공 월드컵이 기다리고 있고, 겨울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도 열린다. G20 정상회의와 세계 디자인 수도 행사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오은선 대장의 히말라야 14좌 완등 소식도 들려왔으며, 곧 나로호 2차 발사가 있을 예정이다. 더구나 올해는 유독 기억할 역사가 많다. 경술국치 100주년, 한국전쟁 발발 60주년, 4·19 혁명 50주년, 광주 민주화 운동 30주년,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 등을 맞는다. 대한민국 근대사가 고스란히 되살아날 2010년이다.

이처럼 공동체 의식이 강해지고 국가가 강조되는 경향에 우려도 없지는 않다. 국가주의의 과잉이 그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적 경기 침체 이후 주목할 트렌드의 하나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자유방임적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났고, 또 그로 인한 위기를 각국 정부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재정 지출로 극복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 대한 입지는 넓어졌고, 민간부문의 자율을 강조할 여지는 좁아들었다.

자칫 이러한 트렌드가 편협한 국수주의나 국가 만능주의로 흐를 것이 염려되기도 한다. 현대 지식경제사회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개개인의 활력을 동력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자칫 공동체를 강조하는 트렌드가 정부의 과잉으로 이어져 민간의 왕성한 창발성을 저해하는 반시장적 제도로 나타날까 두렵다.

그러나 이것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건강한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국가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 국민적 자부심과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일이 부쩍 늘었다. 세계적으로도 대한민국이 트렌드인 것이다.

한국이 연초 대규모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한 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보라"고 했고, 일본의 유력지가 "이제는 한국이 벤치마킹 대상"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세계 최고의 높이와 난이도를 자랑하는 부르즈 칼리파나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도 우리 기업이 완공했다.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세계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다양한 실험이 벌어지는 한국 영화와 전주 국제 영화제와 같은 국제적 문화행사도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좋은 사례다.

조선일보의 창간 90주년 기념 설문조사는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코리아 이미지'가 20여 년 전에 비해 2배나 좋아졌다고 전하고 있다. 그동안 한류 스타와 문화상품이 이끈 한류(韓流)를 제1·2세대 한류라고 한다면, 이제는 대한민국의 기술·경험·전통·미적 감각 등이 세계를 휩쓰는 제3세대 한류가 전파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른바 '코리안 시크(chic·'멋지다'는 의미)'의 시대다. 한국적인 것이 멋진 시대가 온 것이다.

한국인의 공동체 의식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고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포츠 행사와 같은 좋은 일에는 단합하는 반면,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서로에게 돌을 던지는 모습이 자주 있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트렌드가 확산되는 이 시기는 한국인 특유의 근성과 공동체 의식을 복원하는 데 적기(適期)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추세를 분파적 이해득실에 입각해 정략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나라 발전을 위한 구심(求心)의 동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지혜다. 세계에서 가장 눈부신 성취를 보였던 지난 100년보다 더욱 빛날 100년의 초석을 쌓는 2010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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