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는 하루 이틀밖에 못 사는 미물(微物)이지만 분명한 생(生)의 목표가 있다. 대를 이을 하루살이를 낳는 일이다. 하루살이는 알에서 깨어난 유충 상태로 개울물에서 지내다 어느 날 성충이 돼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이때 짝짓기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벌어진다. 짝을 이룬 암·수는 무리에서 떨어져나와 알을 낳은 직후 지상에서의 짧은 삶을 마감한다.
▶모든 생물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번식을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수컷 아메리칸 버펄로들이 1년에 한 번 머리 터지게 싸우는 것은 암컷을 차지해 자기 씨를 남기기 위해서다. 공작새가 아름다운 날개를 자랑하고 사슴이 날카로운 뿔로 으스대는 것도 짝짓기 상대의 눈길을 사로잡거나 경쟁자의 기를 죽이기 위해서다.
▶'짝짓기=번식'의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이상한 생물이 인간이다. 미국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가 텍사스대 남녀 학생 1549명에게 '섹스를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237가지 답이 나왔다. 남녀 모두에게서 '그 사람에게 끌렸다' '황홀한 느낌이 좋다' '육체적 쾌락을 경험하고 싶었다'는 답이 1~3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50위까지 답변 중에 '아이를 갖고 싶어서'는 남녀 어느 쪽에도 없었다.
▶결혼은 인간이 짝짓기를 통해 다음 세대를 출산하는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제도로 여겨져 왔다. 결혼식 폐백 때 신부 치마폭에 붉은 대추를 던져주는 풍습에는 다산(多産)의 소망이 담겨 있다. 유교 가부장주의가 한창이던 시절 아이를 못 낳는 것은 남편이 일방적으로 이혼할 수 있는 7가지 사유 중 하나였다.
▶40대 남자가 "아내가 결혼 전 불임 시술한 사실을 숨겨 결혼생활이 파탄 났다"며 낸 이혼 청구소송에 대해 서울가정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자녀 출산은 부부생활의 결과일 뿐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를 못 낳는 것 자체는 이혼사유가 될 수 없다"는 취지다. 결혼 자체가 선택 사항이 되고 있는 마당이니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은 더더욱 설 땅이 없어졌다. 세태나 가치관의 변화야 어쩔 수 없다 쳐도, 가족의 해체나 세계 최악의 저출산만큼은 우리 사회가 계속 해법을 고민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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