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주요 적은 무지, 탐욕, 공포와 희망이다. 전 세계의 어떤 법령집이나 거래소의 규칙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동물적 성정에서 이것들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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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을 읽으면서 가장 시원하게 앞통수가 뚫리는 느낌이 들었던 문구가 바로 위의 문구였다. 지금도 외우고 있다시피 한데, 저 문구 앞에서 한참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투자자의 주요 적 1순위인 '무지'.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게 더 나쁘다는 말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주식투자를 할 때 대부분의 개미들은 시장과 주식에 대해 모르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무모하게 덤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또한 자신들의 무식을 자랑스러워 하는 정말 무식한 인간들도 있다.
옛말에 3살 짜리에게도 배울 점이 있고, 모르면 4살 짜리에게도 물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모르는 것은 아무에게나 잘 물어본다. 물어보는 일이 순간적으로 창피할 수는 있겠지만 물어보지 않는 이상 나는 계속 창피한 채로 살게 된다. 평생을 부끄럽게 사느니 하나라도 더 알아내서 내가 안 창피한 게 더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인간들은 이상하고도 편협한 자존심 때문에 무조건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우기는 경우가 태반이다. 왜 꼭 자신의 의견이 맞아야 하는가? 내 생각과 남의 생각이 같아야 한다고, 당신의 의견에 동조해야 한다고 하면 타인 역시 당신에게 자신의 의견에 따르라 강제할 게 뻔하지 않은가? 서로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싸울 필요는 없다. 다름과 틀림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탐욕, 바로 이 탐욕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투자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오랜 시간 참을성과 인내를 곱씹으며 기다리기보다는 바로 자신의 눈 앞에 이익이 실현되기를 바랄 뿐이다. 공부? 그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저기서 듣는 소리가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내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아? 내가 누군지 알아? 공부 같은 건 개나줘. 멍청이들이나 공부하는 거지. 라고 떠벌이거나 생각하며 투자랍시고 주식시장에 투기를 하려 들어온다.
공포. 이 역시 무지하기에 시장에서 나와야 할 때조차 모르고 있다 하락장에 갇혀버리거나, 잠시의 요동에도 공포에 휩싸여 던지지 말아야 할 곳에서 던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 뒤에 누군가가 장난을 쳤다며 욕을 하는 일을 주변에서도 보고 여기저기에서 많이 보고 있다.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목에 칼을 들이밀고 매도를 하라 하든, 매수를 하라하든 하지 않는 이상 선택은 분명 자신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다른 이에게 그 화살을 돌리는가? 시장은 원래 먹고 먹히는 관계라고 당신들이 말하지 않는가? 그런데 누군가의 말만 믿고 매도나 매수를 하는 짓이 과연 현명한 짓일까? 무식하면 용감하기도 하지만 무식하면 그만큼 이용해 먹기도 편하다.
희망. 희망이라는 말을 나는 참 싫어하는 편이다.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희망'의 원래 이름은 '헛된 희망'이었다.무언가를 바라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이 헛된 희망에 매달려 자신이 실질, 실제적으로 행해야 할 일도 하지 않는다. 견디면 나아질 거야, 참으면 좋아질 거야.라고 말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문제는 해결되고 더 좋은 시간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가 오기 전에 당신의 계좌는 이미 텅 비어 그 좋은 시간이 와도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다.
어쨌거나 이 희망과 공포는 위정자들이 무식하고 감정적인 대중들에게 써먹기 가장 좋은 방편이고, 탐욕 역시 그러하다. 그 실제적 군중심리의 사례가 바로 작년 12월에 있지 않았는가. BBK사건이 일어나고 동영상까지 유포가 됐는데도 사람들은 지금의 대통령을 압도적인 표차로 뽑아줬다. 왜? 잘 먹고 잘 살게 해준다고 하니까. 제대로 공약 내용을 보고 읽지도 않고서 그저 잘 먹고 잘 살게 해준다고 하니 뽑았던 것이다. 그의 공약을 조금만 더 잘 들여다 봤다면 상위 10%를 잘 먹고 잘 살게 해준다는 정책임을 알았을 텐데....
여튼 이 땅에도 정의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죄값을 받아야 한다. 자신들의 무식으로 뽑은 대통령에 의해 받는 고통은 국민 대중이 받아 마땅하다. 자신들의 발등을 자신들이 찍은 죄, 그 죄값이 자신들의 자식까지 목을 옭죄는 꼬라지를 보면 조금이나마 국민의식이 발전할지도 모르겠다.
얘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흘렀는데 이 희망, 무지, 탐욕, 공포 4가지 중 최악의 것은 바로 '무지'이다. 많은 것을 알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어떤 원리와 원칙에 의해 시장이 움직이고, 우리 몸의 내장이 움직이는지 등에 대해 경제적, 과학적 용어를 한껏 사용하며 밝혀내는 일도 좋지만 그것은 학문적인 일에 맡기면 되고 우리는 기본적으로 어떤 일이 있을 때 어떻게 시장이 움직이는지, 내가 먹으면 체하는 음식처럼 시장에서도 아무리 좋은 호재라 할지라도 어떤 호재는 외려 악영향을 미치는지 등등 그 원리와 역할에 대한 이해를 하고, 다음은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으면 된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 덧붙이자면 끊임없는 '자기통제', 즉 시장에 감정을 개입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시장에 대고 아무리 욕해봤자 당신이 잃은 돈을 시장이 돌려주지는 않는다. 뺐겼으면 이번은 내가 졌군, 왜 졌을까? 그 이유를 알아내고 다음에는 시장에서 잃은 돈과 함께 더 많은 수익을 가져오면 될 뿐이다. 시장에 욕을 한다고 당신 기분이 풀릴까? 아마도 흥분이 가라앉고 난 뒤에는 낯뜨겁기만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적은 무지이며,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친구는 '공부'와 '자기통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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