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사(巳)는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의 형상을 딴 글자로 '일어서는 기운'을 뜻한다. 시간으로는 사시(巳時)라고 하고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를 가리킨다. 달(月)로는 식물이 한창 자라는 때인 음력 4월을 의미한다. 이때는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력이 움트는 계절로 우리 조상들은 한꺼번에 많은 알과 새끼를 낳기 때문에 다산성을 상징한다고 해 풍요와 재물의 가복신(家福神)으로 여기기도 했다.
집과 재물을 지켜주는 업구렁이로, 영생불사(永生不死)의 수호신으로, 그리고 인간을 위협하는 두려운 동물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중적 이미지는 제주의 지명에도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제주도에는 뱀과 관련된 이름이 박힌 곳이 어디 있을까?
국토지리정보원은 내년 계사년을 맞아 뱀과 관련된 지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150만여 개의 지명 중 208개가 뱀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남도가 41개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경상북도 32개, 경상남도 31개 등의 순이다. 제주도에는 모두 6곳으로 조사됐다. 마을이 4개, 섬과 동굴이 각 1개다. 세부적으로 조사하면 뱀 관련 지명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 김녕사굴 내부 |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김녕사굴’은 뱀이 공포의 대상으로 유래된 지명이다.
▲ 김녕사굴 전설을 형상화한 금능석물원 휼민상 |
조선시대 중종 때 서린이란 사람이 19세의 어린 나이에 제주판관으로 부임했다. 본래 동굴 속에는 커다란 구렁이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구렁이는 해마다 어린 처녀를 재물로 바치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게 하는 등 온갖 변괴를 부려 마을 사람들의 폐해가 엄청났다. 그러자 서린 판관이 군사들을 이끌고 가 구렁이를 퇴치했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마을에서는 뱀신(神)을 모시기도 했다. 때로는 인간을 해치려는 사악한 존재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제주도에서는 곡식을 축내는 쥐의 천적인 뱀을 곡물의 신, 재복의 신으로 여기기도 했다.
칠성은 곡물을 수호하고 풍요를 가져다주는 뱀신으로 고팡(집안 내 창고)에 모시는 칠성을 ‘안칠성’, 마당 뒷곁에 모시는 칠성을 ‘밧칠성’이라고 한다. 밧칠성은 땅 위에 기왓장을 깔고 그 위에 오곡의 씨를 놓은 뒤 그 위에 비가 새지 않도록 주쟁이(짚으로 둥글게 엮어 꼭지 등을 덧덮는 물건)를 덮어 모시는데, 이를 ‘칠성눌’이라고 한다.
▲ 뱀신을 모셔두는 곳 칠성눌 |
뱀과 관련된 마을이름도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에 ‘뱀바리동’이라는 마을이 있다. 마을 지형이 사반형(蛇盤形)과 같아 그 부근 칭호를 ‘사반동’이라고 부른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사수동(蛇首洞)’은 28년 전에 마을이 생기면서 이름이 지어졌다. 지형이 뱀머리(蛇首)형이라고 해 마을이름을 사수동이라고 부른다.
서귀포시 예래동에 ‘사이동(蛇移洞)’이라는 마을은 큰 뱀이 살다 어디론지 사라져버렸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제주시 화북동 ‘황사평’이라는 마을은 19세기 말에 형성됐다. 뱀이 누운 형국과 같다고 해서 불리게 됐다.
이와 같이 뱀의 형상이나 뱀과 관련된 설화는 제주의 ‘지명’속에 자리 잡아 내려오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뱀의 해를 맞아 지혜롭고 다산하는 뱀처럼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며 “지명 유래 등을 지속 발굴해 지명이 우리 생활에서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섶섬 |
▲ 표선해비치해변의 뱀조각상 |
▲ 표선해비치해변에 설치된 십이지의 특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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