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 신화 깃든 구좌읍 김녕리 덩개 바닷가 ‘두럭산’
▲ 제주 구좌읍 김녕리 '두럭산'. 일년중 가장 물이 많이 빠지는 음력 3월 보름에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는 두럭산은 김녕리 마을주민들에게는 매우 신성시 되는 곳이다. 설문대 할망의 전설이 깃든 곳이고, 제주의 '5대 산' 중 한 곳으로 유일하게 바다에 있는 '산'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제주 구좌읍 김녕리 마을의 속칭 ‘덩개’ 바닷가에는 일 년에 한번 물 위로 완전히 떠오르는(?) 산(山)이 있다. 마을사람들은 이 산을 일러 ‘두럭산’이라 부른다.
두럭산이 지난 5일 오후 3시30분께 김녕리 바닷가에 그 당당한 위용(?)을 드러냈다. 이날은 김녕리 일대 바다가 연중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음력 3월 보름이다.
제주 설문대 할망 전설에도 나오는 이 두럭산은 제주 섬의 한라산과 청산(성산), 단산(또는 영주산), 산방산과 함께 ‘제주의 5대 산’으로 불려온 신성한 바위 산이다.
예부터 제주사람들은 한라산 주변의 기생화산들을 ◯◯오름, ◯◯메, ◯◯봉(峰), ◯◯악(岳) 이라 불러왔다. 그러나 예외로 산(山)이라 불렀던 곳이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이 5대 산이다.
두럭산은 사실 ‘산’이라고 부르기엔 어딘가 왜소하다. 특히 다른 산은 모두 제주 섬의 육지 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두럭산 만은 김녕리 덩개 앞바다에 떠있다. 이 왜소한 바위를 두고 ‘산’이라고 불렀을 이유가 있을 것 같다.
▲ 제주 구좌읍 김녕리 '두럭산'. 두럭산은 환해장성에서 약 300미터 앞 바다위에 솟아오른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 제주 구좌읍 김녕리 '두럭산'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 환해장성에서 바라본 '두럭산'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 제주 구좌읍 김녕리 '두럭산' 덩개 해안의 환해장성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구전하고 있는 설문대 할망 설화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설문대 할망이 한라산과 성산에 두발을 딛고 앉아 이 두럭산을 빨래판 삼아 빨래를 했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또한 한라산이 영산(靈山)이어서 운이 트이면 장군이 난다고 하는데, 이 때 두럭산에선 그 장군이 탈 용마(龍馬)가 난다고 전해져왔다. 두럭산을 두고 김녕 마을주민들이 신성시 해온 이유다.
▲ 제주 구좌읍 김녕리 '두럭산'. 마을 주민들과 해녀들은 이 두럭산을 매우 신성시해 이곳에선 '물질'도 하지 않는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제주 구좌읍 김녕리 양승호 씨(55)는 “두럭산은 마을주민들뿐만 아니라 특히 해녀들이 매우 신성하게 여기는 곳”이라며 “어릴 적 두럭산에 헤엄쳐 가서 낚시라도 하려하면 해녀들이 절대 두럭산에는 올라서지 못하게 했다”고 말한다.
고용수 제주시 구좌읍 부읍장도 “두럭산 주변 바다는 일년 중 음력 3월15일 경이 가장 많이 물이 빠지는 간조 시기”라며 “밀물 때는 아예 보이지 않고 썰물 때도 파도 사이로 간혹 산의 일부 만을 살짝 비췄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곳으로 신비스럽고 신성스러운 바위 산”이라고 설명했다.
설문대 할망의 품과 같은 한라산에서 정기를 받고 장군이 태어나면 그 장군이 탈 용마가 난다고 전해져온 두럭산. 김녕리 마을주민들은 지금도 그 설화를 굳게 믿고 두럭산을 향해 마을의 태평성대를 기원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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