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드리외라로셸 '도깨비불'의 알랭
첫 장면을 성관계로 시작하는 소설이 또 있을까. 그것도 민망한 실패로 끝나는….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심한 알랭, 형편없었어요.” 그리고 또 이렇게. “그러니 키스나 해주세요.” 키스나 해줄 수밖에 없는 이 남자는 누구인가.
키스나 하세요… 정력도 안되면서
알랭. 돈을 사랑하므로 (돈 많은) 여자를 사랑하려는 남자다. 그에게 여자란 돈. 그렇다고 ‘한탕’을 원하지는 않는다. 알랭은 자신을 지속적으로 방탕하게 살 수 있게 해줄 그런 여자를 원한다. 방탕이란 무엇인가. 일을 하지 않고도 쓸 돈이 넘쳐나고, 그 돈을 쓰는 게 유일한 ‘일’인 삶의 방식이다.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심한 알랭, 형편없었어요.” 그리고 또 이렇게. “그러니 키스나 해주세요.” 키스나 해줄 수밖에 없는 이 남자는 누구인가.
키스나 하세요… 정력도 안되면서
알랭. 돈을 사랑하므로 (돈 많은) 여자를 사랑하려는 남자다. 그에게 여자란 돈. 그렇다고 ‘한탕’을 원하지는 않는다. 알랭은 자신을 지속적으로 방탕하게 살 수 있게 해줄 그런 여자를 원한다. 방탕이란 무엇인가. 일을 하지 않고도 쓸 돈이 넘쳐나고, 그 돈을 쓰는 게 유일한 ‘일’인 삶의 방식이다.
- 피에르 드리외라로셸의 도깨비불
그는 이렇게 말하는 남자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걸 보니 당신은 부자임에 틀림없군요!”라고.
그렇다면 알랭은 왜 돈을 원하는가? 귀족이 아니면서 귀족처럼 살기 위해서다. 알랭은 이렇게 묻는다. “왜 우리 사회를 공허한 분주함으로 가득 채우는 십중팔구 불필요한 일, 그 지겨운 노동에 속박되어야 하는가?” 맞다. 안 해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하고 산다. 불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지겹기도 한 일들을.
왜? 돈을 벌어야 돈을 쓸 수 있으므로. 돈을 벌지 않기로 했다면 안 쓰거나 덜 쓰기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시민의 윤리다. 그러니까, 알랭은 소시민으로 살지 않기로 한 남자인 것이다. 문제는 그의 이상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 데 있다. 유일한 재산인 몸으로 여자의 돈을 원하나 그마저도 무능한 이 남자. 이게 이 남자를 문제적 캐릭터로 만든다. 퇴폐주의자이지만 관능에 무지한 남자라니. 대포 쏘는 법을 모르는 포병 같은 셈이다. 대단한 비극 아닌가.
이런 남자 대포를 못쏘는 포병 신세 아닌가?
누가 그를 구원할 수 있을까? 미국 여자다. 그는 그렇게 믿고 있다. “미국 여자처럼 건전하고 강인한 여자라면 이 모든 것을 잊게 해줄 거요.” 알랭이 머물고 있는 요양소 주인의 말이다. 미국 여자에 대한 환상은 이들의 것만은 아니었다. 구대륙의 퇴폐주의에 절망한 프랑스 남자 예술가들에게 ‘미국 여자’란 일종의 신화였다고 하니까.
- 피에르 드리외라로셸. 그는 소설 시작을 성관계로 시작하는 대범한 터치를 보인다.
미국 여자만이 모든 걸 해결해줄 구세주로 생각
“내가 그것 말고 다른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알랭이 마약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면 이유다. 그는 여자와 (그러므로) 돈을 얻는 데 모두 실패했다. 하긴 그렇다. 이 관능에 취약한 퇴폐주의자는 깨닫는다. 자신이 유일하게 무능하지 않을 수 있는 일에 대하여. 그것은 죽음. “내 눈앞에 당신이 이렇게 있는데, 당신이 이렇게 있는데 만질 수 없어요. 그래서 죽음을 만져보려고 해요. 죽음은 내가 만져도 가만히 있을 것 같거든요.” 돈 많고 아름다운 또 다른 여자에게 알랭이 하는 말이다.
정말 그랬다. 알랭은 권총을 만졌고, 권총이 그의 죽음을 만지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이 나니까. 이 결말을 알린다고 해서 이 소설을 읽는 재미가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소설의 묘미는 작가가 알랭을 끊임없이 냉소하는 데 있으므로. “그것으로 자기 삶이 추해 보이는 것이 좋았다.”라니. 눈치 챘겠지만, 알랭은 작가 자신이다. 이 소설은 작가가 실패한 자신의 삶에 보내는 조롱이기도 한 것이다. 생은 망해도 그로부터 나온 글은 아름답다는 것, 영원히 풀 수 없을 문학의 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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