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9명이 기계로 거래… 그리고 아무도 지점을 찾지 않는다]
-덩치만 커진 은행들, 살아남을 수 있나
스마트폰·인터넷 뱅킹 폭증… 은행 지점 안가고도 다 해결
對面거래 반토막인데 점포는 증가
구글·페이스북 등 송금 서비스 준비
알리페이·페이팔 등 IT기업들 한국 금융시장 진출 초읽기
서울 양평동에 사는 주부 김모(38)씨는 지난 2년간 은행 지점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쇼핑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결하니 은행에서 현금을 찾을 일이 없고, 공과금·보험료 납부, 계좌 이체, 펀드 가입 등 웬만한 은행 업무도 집에서 인터넷 뱅킹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스마트폰에 모바일 뱅킹 앱을 설치하고부터는 은행 찾을 일이 더더욱 없어졌다. 최근 중고차를 살 때는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손쉽게 거래를 마쳤다. 인터넷과 모바일 금융 거래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금융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여기에 기술력과 자본력으로 무장한 해외 IT(정보통신) 기업들까지 한국 시장을 넘보면서 IT 기업과 금융회사 간의 대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대면 거래 반 토막, 점포 수는 되레 증가
최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모바일 뱅킹을 포함한 인터넷 뱅킹은 가파른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모바일 뱅킹을 포함한 인터넷 뱅킹 서비스 등록 고 객 수는 전년 대비 10.5% 성장한 9549만명에 이르렀다. 특히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뱅킹 이용자 수는 1년 전보다 55% 급증하며 3719만명을 돌파했다. 은행들도 각자 개성 있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고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 모바일 뱅킹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큰 그림을 놓고 보면 은행들의 경영 전략은 시장 환경의 변화에 역행 중이다. 입출금 거래에서 대면(對面)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분기 26.9%에서 2013년 4분기 12.2%로 반 토막이 났다. 은행 거래 10건 중 9건은 자동입출금기(ATM)이나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 중 국내 시중은행 점포 수와 직원 수는 각각 19%, 10%씩 증가했다.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몰려가는 동안 은행들은 몸집 불리기에 열을 올린 셈이다. 최근 들어 은행 지점당 수익이 급감하는 등 시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후유증은 이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외 IT 기업들이 몰려온다
국내 금융사들이 환경 변화를 무시하고 있는 동안 유수의 IT 기업들은 발 빠르게 금융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업종의 벽을 허물고 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 업체인 페이스북은 유럽에서 온라인 송금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서비스가 시작되면 페이스북 가입자들은 웨스턴유니온 같은 송금 대행업체 대신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와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구글은 2009년부터 전자 지갑인 '구글 월렛'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쿠폰 등을 앱에 연동시켜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는데, 서비스 범위를 펀드 투자와 송금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IT 기업의 한국 금융 시장 진출도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 온라인 결제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알리페이는 2012년부터 롯데면세점의 온라인 쇼핑몰 결제를 대행하고 있다. 중국인이 이 면세점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알리페이를 이용하면 액티브X 설치 같은 번거로움 없이 결제할 수 있다. 알리페이는 이달부터 한국의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신용카드가 없어도 스마트폰에 담긴 바코드를 갖다 대면 매장에서 결제가 되는 서비스다.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과 중국의 온라인 결제 업체 텐센트 등도 한국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은행이나 신용카드사 대신 송금·입금·결제 등을 처리하는 IT 업체들이다. 특히 외국 기업에 큰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던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제도가 폐지되면 해외 IT 기업의 한국 금융시장 진출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국내 금융사 몰락할 수도"
- ▲ 러시아 최대 온라인 결제업체 키위(Qiwi)는 은행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불신을 파고들어 빠르게 사업을 확장 중이다. 단말기와 인터넷,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없이도 예금·대출·온라인 쇼핑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사진은 키위 전용 단말기에 루블화를 입금하는 모습. /블룸버그
IT 기업이 금융사에 위협적인 이유는 IT 기업이 고객을 모으고, 정보를 분석하고, 연결하는 데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은행 고객 수는 4900만명이지만 페이스북 고객 수는 13억 명이다. IT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생각과 행동을 예측하는 데도 익숙하다. 고객이 비싼 물건을 구입하려는 정황이 파악되면 고객에게 맞는 대출상품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국내 금융사들은 20년, 3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답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한국미래연구원 김준호 연구위원은 IT 발전에 따른 한국 금융사들의 미래 시나리오를 ▲점진적 쇠퇴 ▲몰락 ▲위기를 기회로 삼은 재도약 ▲과잉·중복 투자로 인한 부작용 발생 등 네 가지로 분류하면서 이 중 '몰락'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경고했다. IT 환경이 혁신적으로 변하는 가운데 '주인 없는' 금융회사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노키아나 블랙베리처럼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모바일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은행들도 스마트폰 고객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마트폰 전용 앱은 기본이고, 소셜네트워크 개념과 재미(fun)를 결합한 금융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NH은행의 '꿈이룸 예·적금'은 자신의 목표를 미리 정한 뒤 댓글과 지인 추천 숫자에 따라 최고 연 3.55%까지 우대금리를 준다. 우체국의 '스마트 퍼즐 적금'은 커피값 줄이기 등 다양한 미션을 주고 미션을 달성할 때마다 가산금리를 준다.
KB 스마트폰 적금은 농장 키우기 게임을 연계해 농장이 번창할수록 금리가 높아지도록 했다. 이런 상품들은 자주 접속하거나 친구를 많이 끌어올수록 혜택도 늘어나는 구조로 돼 있다. 자연히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블로그나 카페, SNS를 통해 입소문을 내면서 홍보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모바일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은행들도 스마트폰 고객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마트폰 전용 앱은 기본이고, 소셜네트워크 개념과 재미(fun)를 결합한 금융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NH은행의 '꿈이룸 예·적금'은 자신의 목표를 미리 정한 뒤 댓글과 지인 추천 숫자에 따라 최고 연 3.55%까지 우대금리를 준다. 우체국의 '스마트 퍼즐 적금'은 커피값 줄이기 등 다양한 미션을 주고 미션을 달성할 때마다 가산금리를 준다.
KB 스마트폰 적금은 농장 키우기 게임을 연계해 농장이 번창할수록 금리가 높아지도록 했다. 이런 상품들은 자주 접속하거나 친구를 많이 끌어올수록 혜택도 늘어나는 구조로 돼 있다. 자연히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블로그나 카페, SNS를 통해 입소문을 내면서 홍보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美은행 지점, 6년內 50% 사라진다는데…
10년 전인 2004년, 미래학자인 모니터GBN의 피터 슈워츠 회장은 50년 뒤의 세계 1위 기업으로 아마존 베이라는 가상의 기업을 선정했다. 2015년 아마존과 이베이가 합병할 것을 예상한 것이다. 그는 아마존 베이가 은행, 신용카드, 보험회사를 인수해 결국 경쟁력 있는 금융사들이 아마존 베이의 온라인 지점으로 흡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업은 전 세계 구매력 있는 모든 성인의 숫자와 맞먹는 고객을 확보하고, 미래 고객들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다.
이런 예상에 따르면 은행 지점들은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는 처지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20년까지 은행 지점의 5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해외에서는 지점 없는 인터넷 전업 은행들이 이미 운영 중이다.
독일 피도르 은행은 지점 없이 웹사이트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만 영업하는 은행이다. 미국 금융그룹 캐피털원의 자회사인 캐피털원360, ING그룹의 자회사인 ING 다이렉트 등도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만 영업하는 은행들이다.
남아 있는 은행 지점들도 미래에는 형태나 기능이 많이 바뀔 전망이다. BNP파리바 은행, 바클레이스 은행, 시티은행 등은 애플스토어와 비슷한 분위기의 지점들을 대도시에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미국 경제채널 CNBC가 보도했다. 브라질 최대 은행 방코 브라데스코는 로봇이 인사하고 지문인식으로 ATM에 접속할 수 있는 지점을 선보였다. 글로벌 디자인회사 피치의 팀 그린헐그는 "현대 사회는 커뮤니티를 필요로 하고, 스타벅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은행 지점이 미술관이나 인터넷 카페 같은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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