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 지름길" 對 "근거 없어"
"위장이 쉬면서 독소 배출… 숙변 제거되며 피 맑아져"
"근육 빠져 힘 떨어져 체내 순환 제대로 안돼"
신체 이상 반응도 의견 분분
갑자기 토하고 두드러기… "자연 치유 과정"이라지만"치료 필요한 증상" 견해도
老化·요요 등 부작용도 있어
장기간 지속되면 기아 상태… 체중 3분의 1 이상 줄면 위험, 당뇨·고혈압 환자는 금물
일정 기간 의식적으로 음식을 먹지 않는 '단식(斷食)'이 다이어트뿐 아니라 질병 치료를 위한 대체 의학 요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전국 단식원 수는 130여 곳. 2007년 3월 개설된 네이버 카페 'The Fastian-단식하는 사람들'에선 4만7000여 회원이 단식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단식은 解毒의 지름길?
단식의 가장 큰 효과로 알려진 건 '해독(解毒)'이다. 동물이 아프면 굶는 것처럼 인간도 속을 비우면 자연 치유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신근식 HSP명상단식원 교육이사는 "단식을 하면 장내 숙변(宿便·묵은 변)이 제거되면서 피가 깨끗해지고 몸이 맑아진다"고 했다.
단식을 하면 해독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한의(韓醫)와 양의(洋醫)의 견해도 갈린다. 유후정 유후정한의원장은 "위장이 쉬게 되면 체내 독소가 배출될 수 있다. 감기 몸살에 걸렸을 때 인체가 소화에 쓰던 에너지를 백혈구 면역 수치 증가에 사용하느라 식욕을 떨어뜨리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했다. 반면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혈관 속 노폐물을 내보내려면 근육과 장기가 움직여 피가 솟구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단식을 하면 근육이 빠지고 힘이 떨어져서 체내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라는 의견도 있다. 송형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응급의학과장은 "숙변처럼 장에 있는 노폐물이 배출되고, 콜레스테롤 공급이 안 되니 고지혈증 등이 평소보다 좋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간에 있는 중금속까지 해독된다는 일부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했다.
"단식이 체내 장기(臟器)를 쉬도록 해 치유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양의들은 회의적이다. 인체의 모든 장기는 규칙적으로 써야 제대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단식 중 신체 이상 반응, 어떻게 봐야 하나
최근 단식한 최정희(가명·35·회사원)씨는 단식하는 엿새 내내 위산이 역류하고 구역질이 나 고생했다. 피부에는 갑자기 두드러기가 돋아 가렵기 시작했다. 불안해하는 최씨에게 단식원 관계자는 "체내 독소가 빠져나가면서 평소에 이상이 있던 부분이 치유 과정에서 부각되는 '명현(瞑眩) 현상'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고 했다.
단식 중 나타나는 신체 이상 반응은 과연 자연 치유 과정일까? 의사들은 반신반의한다. 송미연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비만체형클리닉 교수는 "몸이 좋아지려고 한다기보다는 문제가 있는 부분을 보여주는 거다. 치료해야 하는 증상"이라고 했다.
"단식을 하면 입맛이 갓난아기처럼 변하므로 식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속설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송형곤 이천병원 과장은 "어릴 때 이유식을 시작하며 형성된 입맛이 평생 간다. 입맛이란 미뢰를 통해 대뇌피질에 기억된 맛 정보라 굶어도 리셋되지 않는다"고 했다. 1년 전부터 1일 1식을 하고 있다는 조성훈 경희대한방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한꺼번에 굶기보다는 매일 소식(小食)하면서 조금씩 입맛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노화·요요 현상… "부작용도 있다"
평소엔 끼니가 조금만 늦어져도 식은땀을 흘리는 최정희씨는 신기하게도 단식하는 동안 배고픔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최씨는 "며칠씩 굶은 상태로 단식원 프로그램에 따라 하루 3시간 이상 걸었지만 공복감은 없었다"고 했다. 이승호씨도 "첫날만 배고팠을 뿐 다음 날부터는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며칠 지나니 배가 고프지 않았다"는 단식 경험자들의 진술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걸까? 박민선 서울의대 교수는 "비축된 지방과 근육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지방이 연소하면서 케톤이란 물질이 만들어져 식욕을 떨어뜨린다. 몸을 노인처럼 느리게 돌아가도록 하기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단식도 오래 하면 비자발적 '기아(饑餓)'와 마찬가지 상태가 된다.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인간은 아무것도 먹지 않을 때 최대 일주일, 수분만 섭취했을 때는 열흘에서 보름, 수분과 염분을 함께 섭취하면 한 달 정도 버틸 수 있다. 체중의 3분의 1 이상이 줄면 생명이 위험하다"고 했다. 신체 균형이 중요한 당뇨, 고혈압, 위궤양, 간·갑상샘 질환 환자에게 단식은 절대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단식은 고도비만이나 알레르기 환자 등 특별한 경우에만 의사의 관리를 받으며 운동과 함께 절식(節食)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많이 알려진 부작용은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요요 현상. 심재호 인천 봄뜰재활요양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뇌가 인체에 필요한 지방량을 기억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방이 빠져나가면 위험 신호로 느껴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박민선 교수는 "노화가 가장 큰 부작용"이라고 했다. "간과 폐가 나빠지고, 단식으로 감소한 근육이 회복되지 않고 지방으로 채워지므로 장기 노화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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