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뱅킹 4000만명 시대지만… 모바일 금융 서비스는 아직 '걸음마']
모바일 뱅킹 하루 거래액 1조6276억원, 인터넷 뱅킹 거래액의 4.5% 수준 불과
이체·결제보다 예금 조회가 91% 달해…
알리바바·페이스북 등 中·美 IT 기업은 모바일 펀드까지 운용, 수조원 끌어모아
은행보다 높은 금리에 은행 설립도 추진 "국내 모바일 금융, 외국이 장악할 수도"
카카오가 이르면 7월부터 모바일 금융 서비스 '뱅크월렛 카카오'를 시작한다.
은행권을 제외하고 IT(정보기술) 업체가 처음으로 시작하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다.
'뱅크월렛 카카오'는 스마트폰으로 소액 송금·결제·이체 서비스를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스마트폰에 현금과 신용카드를 넣고 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최대 50만원을 앱에 담아두고 카카오톡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듯이 간단히 송금할 수 있다. 송금 한도는 하루 최대 10만원으로 제한된다. 제휴 관계를 맺은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대금 결제도 할 수 있다. 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해 쓰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신한·KB 등 15개 시중은행, 금융결제원과 협력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 ▲ 그래픽=김현지 기자
이 같은 카카오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보면 '걸음마' 수준이다. 알리바바·텐센트·페이스북 등 중국·미국의 유명 IT 기업은 이미 독자적인 모바일 펀드까지 운용하면서 수조원이 넘는 돈을 끌어들였다. 이 시장이 급속히 커질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과감한 투자로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자칫 국내 모바일 금융시장마저 외국 기업에 고스란히 넘겨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걸음마 단계의 한국 '모바일 금융'
우리나라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는 외형상으로는 매우 커졌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모바일 뱅킹 서비스 사용자는 4032만명(3월 기준)에 달한다. 스마트폰 가입자 3839만명보다 더 많다. 사용자는 급증했지만 내실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모바일 뱅킹의 하루 거래액은 1조6276억원으로 인터넷 뱅킹 거래액의 4.5%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은 "이체나 결제보다는 단순히 예금 조회 서비스로 사용하는 비중이 91%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부가가치를 높일 만한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금융이 제공하는 혜택은 송금 수수료 인하가 고작이다. 인터넷뱅킹에서도 제공하는 서비스여서 굳이 스마트폰에 앱을 내려받고 공인인증서까지 설치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얘기다. 일부 신용카드사가 스마트폰 전용의 '앱 카드'를 만들었지만, 작년 누적 결제금액은 2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선 펀드 투자까지 모바일로 척척
해외는 다르다. 중국 알리바바(Alibaba)는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쇼핑몰 사업으로 확보한 수억명의 사용자에게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라는 모바일 금융·결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금융기관과 제휴해 간단한 송금·결제뿐만 아니라 대출, 펀드 상품 가입까지 스마트폰으로 모두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시중은행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중국 국영은행의 금리는 최고 연 3.3%지만 즈푸바오는 5~6%의 금리를 준다. 오프라인 지점, 창구 직원, 펀드 모집인 등을 다 없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스마트폰과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해 오프라인 금융기관보다 운영비용을 대폭 줄이고 그 과실(果實)을 고객과 나눠 갖는 것이다.
텐센트 역시 차이푸퉁(財付通)이라는 모바일 금융·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는 각각 5000억위안(약 81조원)과 500억위안(약 8조원)의 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의 금융서비스는 우리나라에도 진출한 상태다. 국내 면세점들은 지난달 스마트폰의 알리페이 바코드만 찍으면 바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몰은 이미 작년부터 알리페이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텐센트 역시 비슷한 형식으로 국내 진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은 조만간 유럽에서 전자화폐 서비스를 시작한다. 페이스북 회원들을 상대로 예금 보유와 지급·송금·결제 등 은행이 하는 금융 서비스를 그대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IT 기업이 은행 설립도 추진
해외 IT 업체들은 은행 설립까지 추진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민영은행 투자자로 참가해 은행 운영에 관여하고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확대할 전망이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네이버 같은 업체에 은행 진출을 허용하는 것처럼 충격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모바일 서비스는 검색·콘텐츠·쇼핑을 넘어 금융으로 급속히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대 김상훈 교수(경영학)는 "사용자를 모으고 서로 연결하는 것은 IT 기업이 가장 잘하는 일"이라며 "기존 금융권과 협력하면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금융산업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IT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서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 유리한 환경"이라며 "IT기업과 은행이 서로 제휴해 결합하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가 속속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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